글 수 166

pkblog_body_34.jpg



한국의 독특한 교육열과 입시문화,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지 않는 속성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천국 입시의 아주 확실한 샘플이기도 하다. 강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를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으니, 이 글을 작성하는 '수능 D-30'의 시점에서 이에 대해 한번 곱씹어 보고 싶다.

포기한 학생은 누구?

그 어느 학생인들 좋은 대학의 특권을 누리며 4년을 지내보고 싶은 마음이 없으랴. 가능하면 서울 지하철 2호선으로 통학할 수 있는 대학에 가고자 모두가 지금껏 뛰어왔을 것이다. 교육의 목표를 '대학 입학' 하나에만 맞추고 있는 풍토가 사실 말도 안 되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믿는 성도들이 '천국 입성'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놓고 달려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신앙인이라면 이 현실에 대해 더더욱 실감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입시를 포기한 학생은 누구일까? 그동안 도움을 주었던 주위 사람들에게 극도의 미안함을 느낀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잠시나마 상상하며 '슬피 울며 이를 갈고' 있는 건 누구일까? 바로 입시의 결론만 가진 채 3년 내내 말장난만 일삼던 바로 그 수험생들이다.


"올해 수능은 00월 00일쯤 본대." (11월쯤 본다는 것은 감으로라도 알 수 있다.) 
"OO학원 다니면 성적이 오른대." (수많은 설명회, 세미나를 전전긍긍하고 다녔던 그들이다.) 
"OO선생님 교재로 공부하면 만점이라며?" (그 강사가 그 강사다.) 
"우리 학원으로 바꿔서 이 수업 한번 들어봐, 답이 그냥 보여 ..." (새로운 하늘과 땅(?)의 깊은 말씀 타령하는 최근 몇몇 사이비 집단들의 천박한 풍토 그대로다.)


trd022tg30812d.jpg


하나같이 종착역에 서서 마치 이미 그 모든 과정을 다 겪은 도사라도 된 듯하다. 시험을 보는 대상은 바로 자신임에도, 마치 제삼자인 양 여유를 만끽하는 거만함 속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이 바로 '포기자'들이다. 스스로 공부할 생각은 도무지 하지 않았던 게으른 학생들이며, 이 교재만 손에 쥐고 있으면 나의 머리가 순간 수능 최적화 두뇌로 바뀌어 버릴 것이라는 환상 속에 허우적대고 있었던 이들이다. 어떤 인터넷 강사가 잘 가르치나 알아보기 위해 수많은 저질 커뮤니티 속에서 하루 종일 개헤엄만 치다가, 퉁퉁 불어터져버린 자신의 살가죽은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나는 잘 될 것이다'라는 무지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이렇듯 결론만 많이 아는 자들은, 누군가가 2배 성장의 큰일을 하고 있을 때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 단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 스스로 크게 만족한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땀 흘리며 노력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면서, 제삼자의 입장에서 박수 치는 일에는 즐거워하나 정작 자신이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되고픈 진짜 욕심은 전혀 없다. 시험문제가 지금 나에게 출제되고 있는지 아닌지 인식조차 하지 못할뿐더러, 그 많은 문제 중 90% 이상이 매력적인 오답을 갖고 있는 고난도 문제라는 냉혹한 현실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와는 정 반대로 성경의 정도(正道)를 걸었던 위인들의 흔적을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보아왔다. 만약 천국 입시가 수능처럼 D-30을 앞둔 시점이라면, 고액과외라도 해서 배우고 또 배우며 익혀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설령 나는 넋을 놓고 있다 하여도, 집이라도 아니 당신의 신장이라도 팔아서 고액과외를 시켜주고 싶은 심정이 바로 우리 아버지의 심정일 것이다. 

수능에 실패한 수험생들은 재수라도 할 수 있으나, 우리가 치를 '딱 한 과목 수능'에는 재수란 없다. 그것으로 끝이다. 하루 종일 수험장 철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시험을 치르는 나보다 더 떨리는 가슴으로 협심증 말기 환자의 아픔과도 같은 심한 통증 속에서 오직 나의 합격 하나만을 기다리고 있는 내 아버지, 내 어머니. 단순히 한국의 저질 교육 문화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우리에게 보여주는 그림자가 너무나 구체적이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쯤 되면 성경 한 구절이라도 더 외우려 하고, 구속사의 한 테마라도, 숫자 하나 히브리어 단어 하나라도 더 익혀보려 오버(?) 하게 된다.

외운 내용을 혼자서 칠판에 쭉 써본다. 오늘따라 글씨도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이리도 긴 것을 15분 동안 어찌 요약을 할까? 지금 당장, 내 주변 사람들에게 솔로몬 성전 건축기간이 왜 7년 6개월이 아니고 6년 6개월인지, 그리고 그 의미가 나의 구원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그들이 감동을 느낄 만큼' 확실히 설명할 수 있는가, 그만큼 외우고 연습했는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러한 내용을 두 사람 이상에게 제대로 전해본 경험이 실제로 있는지, 그리고 그들과 이에 대해 침 튀기며 논쟁하다 처절히 깨지면서 내가 그저 '대충 아는' 천국 수능 꼴찌 등급에 불과함을 절감했던 적이 있는지, 진지하게 우리들 스스로에게 자문해본다.

수능! 앞으로 D-30. 나는 준비된 수험생인가? 

758f741258277ecd095cb18e7c5e2fae.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26

#66.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의 의미 _ 김정규 file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 개척교회가 되었든 대형교회가 되었든 교회마다 성경 구절을 기록한 현판이나 문패, 또는 걸개 형식의 현수막을 걸어놓고 아직도 회심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님...

 
2016-06-12 1141
25

#162. '인내(忍耐)'를 가르칩시다. file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가정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채 학교에 아이들을 맡겨 놓고 교사더러 인성교육을 기대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배움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아이들이 넘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들...

 
2018-07-02 1195
24

#157. 갑(甲)질의 역사 file

“또 그랬네, 그거 집안 내력(DNA)인가 봐.” 한진그룹 세 자녀들의 갑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파장이 컸다. 최근 막내딸인 조현민 전무가 광고대행사와 회의 중 대행사 직원에게 고성과 함께 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8-04-28 1220
23

#166. 신앙의 피드백 file

필자가 회사에서 연구하며 개발하고 있는 반도체 회로는 위상고정루프(Phase-locked loop)라는 것인데, 이는 대학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회로이다. 10년간 연구하다 보면 끝을 볼 법도 하겠지만, 이 주제...

 
2018-08-25 1223
22

#164. 먹고 사는 문제 file

다행히 사오정(45세 정년)은 넘겼지만, 오륙도(56세에 현역이면 도둑놈) 고개는 무사히 넘어갈지 걱정되는 요즘이다. 지금까지 무탈하게 다니고 있지만, 평범한 중소기업이라 더 그렇다. 정년보장 철밥통, 강성노조가 근로자편에서 투쟁하는 회사, 처우는 좋...

 
2018-07-21 1228
21

#11. 동행(同行), 그 마지막 모퉁이를 돌며 _ 송현석 file

굳어져버린 발뒤꿈치의 살이 이제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상처 속 피가 굳어지니 이내 검게 썩은 듯한 갈라진 자국으로 변한다. 사뭇 놀랐으나, 검은 양말의 솜털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알아챈 후 애써 위안덩이로 삼는다. 얼마 전까지 그래...

 
2015-04-25 1247
20

#163. 추가시간 6분까지 ‘전력 믿음!’ file

‘역시 끝까지 가봐야 아는구나!’ 입을 벌리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7일,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이 피파랭킹 1위 독일을 2대 0으로 격파했던 그 때 말이다. 전반전에 실점하지 않은 것도 대단히 큰 성과라 생각했다. 독일에 승리할 확률 5%, ...

 
2018-07-07 1263
19

#62. 이순신 장군도 천국에 갔을까? _ 김진영 file

※본 글은 특정인에 대해 모욕 또는 명예훼손 할 목적이 전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년이 시작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고, 어느덧 평강제일교회에는 전도의 달이 찾아왔다. 매년 찾아오는 전도의 달이지만, 올해는 교회적으로 많...

 
2016-05-15 1282
18

#153. 하늘에 펼쳐진 약속 file

“주님께 나아가네 진실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모두 드러나네 마음의 소원들이 나의 뜻과 다르네 주님의 생각하심은 드넓은 광야로 인도하네 새로운 길 여시네 두려움 속에 한걸음 딛네 담대함 주시는 하나님 강한 손으로 주 날 붙드네 ...

 
2018-03-17 1299
17

#165. 방법의 차이, 고난 혹은 축복 file

우리 다같이 BC 1446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요즘과 같은 폭염 속에 햇볕은 내리쬐고 모래먼지는 이는데, 부모며 자식이며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오래 살던 땅을 벗어나 이전에 사용했던 냉장고며, 전기밥솥이며, 옷과 책들을 가방에 넣고 수레를 끌며 사막 길...

 
2018-07-28 1309
16

#50. 교회가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 _ 김정규 file

아름다운 성가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 “오셔서 들어보세요. 정말 힐링이 됩니다. 골치 아픈 일도 사라집니다. 꼭 오세요. 안 오시면 1년 동안 후회할 연주예요.” 얼마 전 CTS홀에서 연주회를 펼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연 시작 전까지...

 
2016-02-13 1371
15

#161.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file

“너는 성경이 왜 좋니?” 뜬금없는 질문에 저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머뭇 얼버무리며 상황을 넘겼습니다. ‘도대체 성경이 왜 좋으냐?’는 오래전 그 날 뜬금없었던 그 질문은 여태껏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던, 따라서 확신을 ...

 
2018-06-23 1394
14

# 171. 누구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 file

- 본 글은, 원어해석, 영해, 신학적 분석이 절대 아니며, 개인적인 에세이임을 밝힙니다 - 원로목사님께서 평소 설교 중, '어떤 것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롬 8:35-39)'는 성경구절을 인용하시곤 ...

 
2018-10-13 1428
13

# 170. 북한에 대한 생각 file

대통령 탄핵된 시기부터였을까, 나라에 대한 걱정이 멈추질 않는다. 최근에는 북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백두산을 등정하는 장면이 매체를 통해 전해지며, 남북한의 관계가 급격하게 좋아지고 머지않아 평화가 찾아올 ...

 
2018-10-06 1433
12

#169. 선교(宣敎, mission) file

선교(宣敎, mission) : 종교를 선전하여 널리 폄 '전도'와 비슷한 의미로, 주로 전도는 같은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이지만, 선교는 다른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올해만큼 이 '선교'라는...

 
2018-09-22 1477
11

#158.염려가 위로가 되고 file

‘파라칼레오’는 히브리어로 ‘위로’라는 단어이다, ‘곁에서 이름을 부르다’라는 뜻이고, 애통하는 자는 하나님께서 위로를 해주시는 복을 받을 수 있다. 문득, ‘위로’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졌다.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

 
2018-05-12 1560
10

#168. 信者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file

사도바울은 내적투쟁에 대하여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을 제시해 주고 있는 위대한 신앙의 인물입니다. 로마서 7장을 통해 믿는 자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고 로마서7:24“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

 
2018-09-17 1612
9

#159. 천천만만 당신의 매력 file

참 이상한 사람이다. 당신은 한 명인데 당신에게 매료된 사람이 천천만만이다. 당신을 직접 만나본 사람도 당신의 글만 읽은 사람도 당신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모두 당신에게 매료된다. 당신의 외모는 접근하기 쉬운 인상도 아니었고, 당신의 목소...

 
2018-05-26 1712
8

#117. 다시 꺼내 든 근현대사 책 _ 정유진 file

교회를 들어서는 순간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크게 들어온 건 정문에 걸린 플래카드였다. ‘6월 애국의 달’ 나는 나라사랑을 위해 무얼했던가! 한동안 시끄러운 나라일에 흥분하며 비판하다가, 요즘엔 아예 한발 물러서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심한 상태다...

 
2017-06-12 1811
7

#80. 시간의 가치 _ 홍봉준 file

 모든 물건은 만들어져 포장을 뜯는 순간 값어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른바 중고품이 되어 ‘감가상각’이 진행된다. 백화점에 진열된 처음 제품이 100만원이라면, 계절이 가도 팔리지 않은 옷은 다음 2차 시장인 마트나 할인점에서 40~5...

 
2016-09-26 1861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