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pkblog_body124.jpg




‘나비효과’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나비효과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적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사건은 사소한 것부터 중대한 것까지 무한대의 원인과 결과가 극도로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일부 개연성 없어 보여는 사건의 흔적들이 남는 이유다.



그런데 나비효과라는 개념을 우리 삶에 십분 활용해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작은 변화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에 큰 변화를 주기 위해 ‘크게’ 마음먹고 ‘크게’ 돈을 쓰는 등 눈에 띄는 변화를 가장 먼저 하려고 하지만 나비효과에 따르면 겸손하게 작은 일들을 먼저 꾸준히 해낼 때 큰 변화를 요할 수도 있다.



아주 최근에도 나비효과를 경험했다. 겨우 시간을 내 가족들과 처음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여름휴가로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어 던져본 말이지만 ‘가족과 해외여행?’ 두려웠다. 여행에 가면 사람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지라 가뜩이나 남보다 ‘막말’과 ‘막장’ 행동을 여실히 보여줬던 가족들에게 상처만 남기는 여행이 될까봐서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꿀팁’을 전달 받았다. 한 유명인이 TV에서 말하기를 가족들과 해외여행 전 ‘규칙’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규칙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을 여행 중에 하지 않는 것이었다. 싸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단 하나의 행동에 변화를 줌으로써 모든 여행의 여정을 아름답게 보내겠다는 나비효과를 적용한 규칙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가족들을 불러 모아 시도해보자고 말했다. 가족들은 부끄러워하고 어색해 했지만 다행히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4명의 가족구성원인 우리는 4가지 규칙을 갖게 됐다. 오랜 역사가 담긴 가족사이기 때문에 밝히기 부끄럽지만 완화시켜 설명해보자면, 무뚝뚝한 아빠는 엄마에게 살갑게 대하기, 비위가 약해 못 먹는 음식이 많은 엄마는 음식에 대해 티내며 불평하지 않기, 언니는 혼자 돌아다니지 않기(사실 언니는 별로 만들 규칙이 없었다, 여기에서도 인간성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막내인 나는 작은 일에 삐지지 않기였다.



결론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아무도 규칙을 어기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사히 여행을 마친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다 줬다는 사실이다. 각자는 딱 하나의 행동을 하지 않은 것뿐이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가족과 함께한 아름다운 여행의 기억을 갖게 됐으며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에 감동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끈끈함은 배로 두터워졌다.



긍정적 영향은 여행 이후에도 지속됐다. 아빠는 엄마를 더욱 위해주고 있다. 엄마는 큰 불편한 일도 가족들을 살피고 크게 티내지 않는다. 나의 경우도 ‘삐쟁이’ 될 일이 없고 언니는 여전히 여러 가지로 괜찮은 사람으로 성숙해지고 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나님이 이끄시는 거대한 구속 역사에 한 인물로 기억되기를 소망하는 우리들은 겸손한 마음으로 작은 행동들부터 실천할 수 있다. 그것들을 무시하고 가치 없게 보기보다 내가 해야할 일, 지켜야 할 일로 여기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



헌금을 많이 내고 뛰어난 능력으로 교회에 이바지하고 싶은 건 누구나 바라는 바다. 하지만 모두가 그럴 수 없다. 하나님이 주신 각자의 자리가 있고 직분이 있고 우리는 이를 지킬 의무가 있다. 그 자리도 벅찰 때가 더 많다.



따라서 맡은 바 직분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기도하고 봉사하는 것, 개인적인 시간에 부지런히 성경을 읽고 구속사를 읽는 것,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를 교회 발전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 보는 것 등 하나하나 따져보면 당연할 수도, 어렵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모이고 모여 내 신앙에 깊이와 성숙함을 무르익게 한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늘 지켜보고 계신다는 걸 알기에 작은 일도 기쁘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또 훗날 큰 변화에 대해 확신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세전부터 우리를 택하시고 눈동자처럼 보호하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오늘도 작은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작은 입술로 찬양하고 아직 어린 신앙의 눈으로 큰 소망을 꿈꾸며 구속사가 담긴 책을 펼쳐본다.


 

에세이소개_23_JYJ.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86

#20. King of Mask Singers _ 송인호 file

"복면가왕"이란 프로죠. 내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데, 이 정도로 음악성이 있는데, 난 아직 잊힐 때가 아닌데, 난 너무 저평가 되었는데... 이런 출연자들을 모아 모아 가면을 씌우고 노래로 순위를 정하는 오락 프로그램입니다. 가면을 쓴 가...

 
2015-06-27 574
85

#24. 황금종 아래에서 (holyday vs holiday) _ 홍미례 file

일 년 중 상반기를 결산하고 나면 하계대성회에 초점을 맞추고 일정을 잡습니다. 하계대성회는 상반기 평가를 통해 하반기에 부족한 것을 채우는 동시에 혁신을 다짐하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화려한 휴가의 정점이지만 ...

 
2015-07-25 570
84

#114. 홍명진 _ 도화지 file

세잔(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은 정물에 관한 심오한 관찰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구, 원기둥, 원뿔로 이루어졌다고 말하여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칸딘스키(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화...

 
2017-05-29 569
83

#126. 고등부 교사 총무를 마치며 file

지난 8월 13일에 고등부 교사 총회가 열렸다. 1년 임기의 새로운 교사 총무를 선출하였다. 고등부는 고3 이전에 학생 임원 활동을 마무리하고 수험생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교사 총무의 임기도 학생의 그것과 주기를 같이 한다. 임기를 마치면서 그 동...

 
2017-08-30 566
82

#75.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_ 박남선 file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미디어 매체들은 마치 우리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현 세대의 어두운 면들을 자주 논하곤 합니다. 국내적으로는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불황과 청년 취업난, 북한의 지...

 
2016-08-21 565
81

#28. 끝이 곧 시작이라는 말 _ 맹지애 file

헵시바에서의 첫 임원생활이 끝났습니다. 부족한 자녀를 불러주시고, 1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을 허락해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고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모든 게 다 끝난 것 같고, ...

 
2015-08-29 564
80

#22. 평강제일교회의 소리 _ 지근욱 file

가수 박진영이 홀로(?) 열심히 설명하는 세계가 '공기 반 소리 반'이다. 소리의 세계도, 진위(眞僞)가 분명한 하나님 소리와 사람 소리가 반반씩은 존재한다. 영적으로 혼탁한 시기는 사람 소리가 커져서 세상을 덮을 기세지만, 하나님의 소리는 작지만 큰 능...

 
2015-07-11 564
79

#58.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_ 박승현 file

 모든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97년 IBM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을 때 <뉴욕 타임스>는 ‘바둑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고 ...

 
2016-04-17 557
78

#18. 유작(遺作) _ 원재웅 file

1. 1685년 독일 중부 아이제나흐에 사는 요한 암브로지우스의 집안에 여덟 번째 아들이 태어난다. 아버지 요한은 거리의 악사였기에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우며 자라난다. 아홉 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가난한 큰형의 집에 얹혀살며 음악 공부...

 
2015-06-13 554
77

#146. 하나님의 나라 file

“2018년은 별로예요. 왜냐하면 18이 있잖아요.” 새 해 첫 어린이예배에 참가한 꼬마가 선생님에게 한 말이었다. 지나가다가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럴 수 있겠다. 다른 사람들도 올 한해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다들 같은 핑계를 대겠구나. 나 역시 17이...

 
2018-01-30 552
76

#68. 살아있는 그를 만나는 방법 _ 홍미례 file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 TV를 통해 ‘죄와 벌’이라는 흑백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저는 그를 ‘도선생’이라고 부릅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사람, 눈빛 한 번 교환해보지 못한 사람을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기...

 
2016-06-26 550
75

#13. 불멸 _ 최주영 file

5월입니다. 영어 이름인 ‘May’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농부의 수호신, 봄과 성장의 신, 모든 식물의 성장을 담당하는 여신 마이아(Maia)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피천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괴...

 
2015-05-09 549
74

#23. 위인전(偉人傳) _ 송현석 file

요즘은 나름 착하게 살아봐야겠노라 스스로 다짐하면서, 누렇게 색이 변하기 시작한 옛날 말씀 노트를 자주 뒤적이게 된다. 이것 또한 작은 습관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니, 괜히 작은 뿌듯함의 스타카토 화음이 귓가에 자주 울린다. 사실 우리가 '빛바랜 ...

 
2015-07-18 548
73

#91. 너무 어려웠던 범사의 감사 _ 김진영 file

 감사는 사전적으로는 ‘①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②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신앙생활에서는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 봉사, 찬양 등 다양한 행위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런데 평강제일교회는 다른 어떤 교...

 
2016-12-15 546
72

#120. 아직도 꿈이 뭐냐고 묻는 당신에게 _ 강명선 file

최근 들어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남편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20대 초반에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기간이 20년이 넘은 시점에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는 내 꿈이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

 
2017-07-05 545
71

#132. 다음주에 또 보자 _ 이장식 file

어느덧 하늘은 높아지고 시원해진 가을바람이 분다. 그루터기 쉼터 앞 벤치에 앉아 문득 파란 가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눈길을 끄는 감나무가 있었다. 감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올해도 꽃이 피더니 이렇게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구나. 그 과...

 
2017-10-10 544
70

#44. 작심삼일(作心三日) _ 박승현 file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자책도 하고, 2016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한다. 교육생들의 다짐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 금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최고의 선물. - 王(왕) 복근 만들기. 몸은 40이지만 마음...

 
2016-01-03 540
69

#98. 소통하는 삶 _ 김신웅 file

2017년, 한 해를 새롭게 맞이했다. 회사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익명 게시판을 오픈했다. 한두 사람 용기 내서 말을 꺼내 놓더니, 이제는 제법 탄력이 붙어 거침이 없다. 내용을 읽어보니, 올해는...

 
2017-02-02 535
68

#128.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_ 홍명진 file

일본의 소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앤드] 1995년판이 집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렇다 못해 아주 진한 갈색 페이지들과 광택은 이미 온데간데없는 탁한 표지였다. 책을 펼치면 딱 '오래된' 종...

 
2017-09-11 534
67

#82. 은혜와 율법주의 _ 김형주 file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집에 가전제품이 저절로 작동하는가 하면, 사람도 없는 엘리베이터가 층층마다 멈추면서 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계속합니다. 이런 진풍경이 꼬박 일주일에 한 번씩 하루 동안 세계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얼핏 들으면 괴담에나...

 
2016-10-09 533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