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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또 코가 꿰었다평강 에세이 집필진을 해달란다.
안된다고 했어야 되는데글 쓰는 실력 없다고 거절했어야 되는데차마 말을 못하고 그냥 수락해버렸다매번 원고 마감일에 임박해서 안 되는 글 쓰느라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속으로 끙끙 앓다가 후회할게 뻔하다.

 

내 삶은 이제까지 늘 그랬다집에서도학교에서도회사에서도교회에서도...
누군가 부탁하거나 일을 맡기면 내가 할 수 있는 건지 따져보거나 계산하지 않고 그냥 해야 되는 걸로 생각했다내 스스로가 할 만한 적격자라고 여겨서도 아니요감당할 능력이 있어서도 아니다그저 못해요안 되겠는데요라고 말할 주변머리가 없어서다. ‘거절 못하는 병인 것 같다.

 

이 ’ 때문에 허걱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위기는 바로 미국에서 원로 목사님을 만났을 때다하도 세상에 치어서-착한 사람으로 사는 건 피곤하다나도 좀 독립해서 내 의지대로 자유롭게 살아보겠다는 큰 결심에 직장을 때려치우고 드넓은 미국으로 날아갔다그런지 몇 개월도 안됐는데뜻하지 않게 만나게 된 원로 목사님께서 하나님 바빠돌아가서 신학교 들어가!” 하시는 게 아닌가!
 
성공하기 전엔 절대 한국에 돌아가지 않으리라 결심했었던 터였다돈을 벌든가좋은 사람을 만나든가 암튼 멋진 인생역전을 꿈꾸며 부풀어있었다내 인생 전부를 걸고 온 아메리칸 드림인데, 3개월 만에 깨진다니 말도 안된다새로운 세계에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은데 돌아가라니게다가 지겨운 공부를 또 하라고그것도 신학이라니그럼 앞으로 결혼은 우찌 되는거지머릿속으론 여러 가지가 스쳐갔다.
 
어이구사람 볼 줄 모르시네요제가 무슨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해야 될까?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몇 번 버팅겨 보기라도 했지 않은가자기는 본래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해서 그런 일에는 적합지 않다고 한사코 거부했었다내가 나를 봐도 하나님께서 다른 사람을 찾으시는 게 나을 것 같다그런데 그 순간 하필 하나님의 사명을 피해 도망갔던 요나가 겪었던 하나님의 뒤끝 작렬이 생각날 게 뭐람결국 그놈의 거절 못하는 병’ 때문에 또 코가 꿰이고 말았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지금 돌아보니 너무나 감사하다거절 못하는 병’ 덕분에 그 강권적인 말씀을 따르게 된 것이다나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뿌리치지 않고 붙잡을 수 있었다헛된 욕심과 자아를 완전히 버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여전히 능력은 부족한데 엄두도 못 낼 일들을 맡아 버둥거리고 있지만나에게 맡겨주신 주의 종으로 섬기는 사역이 얼마나 보람되고 행복한지 모른다그리고 확신한다하나님의 뜻을 위해 사는 것이 내게 주신 경륜이라는 것을.
 

(골 1:25) 내가 교회 일군 된 것은 하나님이 너희를 위하여 내게 주신 경륜을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려 함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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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D-30! 이제 겨우 남은 30일 _ 송현석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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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7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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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유난스런 고민 끝내고 오로지 전진만 _ 정유진 file

처음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항상 두려움 반 설렘 반입니다. ‘처음’이라는 그 공간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압축된 곳이 또 있을까싶습니다. 시작할 때의 포부와 앞날을 기대하는 마음, 잘 해보겠다는 다짐과 단단한 의지가 담긴 초심만으로 훗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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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하나님의 계획을 기대하는 사람 _ 박남선 file

얼어붙었던 하늘과 땅이 어느새 온기를 만나 봄의 길과 마주한 계절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삶도 항상 따뜻한 날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혹한의 겨울을, 서늘한 가을을 또 뜨거운 여름과 온화한 봄을 느끼곤 합니다. 통상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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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회고록 _ 송인호 file

회고록의 뜻이 궁금하여 검색해 보았다. 사전적 의미로는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전적 의미에 앞서 파워링크라고 나오는 수많은 회고록 대행업체(작가)들의 명단이다. 전문가의 손길을 빌어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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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_ 홍명진 file

1을 더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일이다. 단순히 수 계산에서의 1을 더하는 것 말고도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오려면 24시간이 필요하고, 1월에서 2월로 넘어가려면 30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고,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오는데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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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말씀의 온도 _ 정유진 file

요즘 차고 뜨거운 정도를 나타내는 ‘온도’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언어의 온도, 사랑의 온도, 행동의 온도, 이별의 온도, 리더의 온도 등. ’잘 지내니?’라는 작은 안부 인사가 영하 10도라면, 이것을 안부로 들어야하는지, 감정적 공격으로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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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기대와 실행 _ 김진영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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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놀 거리,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수련회(성경학교)는 일 년 내내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였다.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아~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를 외치며 말죽거리(지금의 양재)에서 78-1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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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3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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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놀아야 한다. 자는 아들 깨워서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오류동 탐험을 나섰다. 작년 봄에 이사 왔지만 늘 집과 교회를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못 가봐 궁금한 곳이 많다. 자전거 길을 찾아 돌다가 빵집에 들...

 
2015-06-06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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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31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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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2 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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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9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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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8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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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광복 70년, 70년만의 해방 _ 홍봉준 file

유독 우리에게 친숙한 '7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오는 광복절이다. 정부는 하루 전날을 임시 공휴일로까지 지정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가적인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광복 후 걸어온 70년의 발자취가 세계사에서 유...

 
2015-08-15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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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_ 하찬영 file

‘봄 가을 없이 밤바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이 떠오르는 지금, 저 역시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감 기한을 훌쩍 넘긴 지금 급하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

 
2017-04-11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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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This is my Father's Church _ 송인호 file

This is my Father’s Church 아버지 하나님께서 만드신 교회. 구속사 운동의 교회 Oh, let me ne’er forget 절대로 잊지 않으렵니다. 아버지께서 이 교회를 위해 흘리신 피와 눈물과 땀을 That though the wrong seems oft so strong, ...

 
2017-12-01 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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