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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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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답답했을까?
사방이 담으로 꽉 막힌, 교도소 담장과 감방 사이를 구분 짓는 벽들로 둘러싸인 것 같은 이 땅의 삶이란! 그것은 간단하게 ‘답답하다’, ‘갑갑하다’ 정도로 표현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 알고 보면 엄청난 폭력이요 억압이다. 다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물 밖 세상을 알지 못하는 현실에서 담을 담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삶의 경계선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뿐이다.

 

얼마나 시원스러운가?
28년간이나 동독과 서독을 구분 짓던 5m 높이의 거대한 콘크리트 괴물이 무너진 날, 1989년 11월 9일의 감격은 전 세계인에게 선사한 하나님의 축복의 이벤트였다. 그 무너진 장벽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모든 장벽은 언젠가는 무너진다.” 
그러나 거대한 장벽도 언젠가는 무너지지만 문제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가 30년 가까이 돼가지만 여전히 동독과 서독 국민들의 마음에는 콘크리트 장벽이 있던 곳에 경제력의 격차와 편견이라는 담을 대신 쌓아가고 있다. “무능하고 게으르고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으로 동독 출신을 바라보는 서독 출신들의 편견. “이기적이고 돈만 밝히는 속물”로 서독 사람들을 바라보는 동독 사람들. 서로를 향해 이처럼 편견으로 비난할 때 각자에게 자신도 모르는 벽이 점점 높이 세워지는 것을 우리는 보지 못한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맨 몸뚱어리 하나로 수천 년 켜켜이 쌓아 올린 분열과 편견과 증오의 담을 홀로 부수느라고. 얼마나 간절히, 얼마나 과감히 자신의 몸을 내리쳐 세상의 담을 허물려 하셨는지, 땅이 진동하여 바위가 터지고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둘로 찢어지고 말았다. 2천 년 동안 절대 신성불가침 영역이었던 지성소가 열렸고, 영혼을 가두어 무지의 감옥으로 이끌던 육체를 깨뜨려 부활의 새 생명을 선물로 주셨다. 사도바울은 이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원수 된 것을 자기 육체로 폐하셨다”(엡 2:14-15)고 기록했다. 그리고 우리 주님에게 참으로 멋진 별칭을 붙여주었다. 화평케 하는 자요 화목의 사도, 예수 그리스도!
 
민족과 민족이 하나 되고 국가와 국가가 화해하며, 집단과 집단이 진정 화합하는 것도 사실은 나와 너의 화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마르틴 부버는 그의 저서 ‘나와 너’에서 하나님(너)과 나와의 하나됨의 관계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관계이며 구원으로 보았다. 사람은 ‘나’를 중심으로 상대를 완전한 인격체인 ‘너’로 존중하지 않고 ‘그것’(it)으로 대하려 한다. 사람을 ‘그것’으로 대하는 자는 상대를 오로지 대상으로,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자다. 이들 사이에는 결코 허물 수 없는 강력하고도 견고한 담이 가로막고 있다. 이것이 인류 역사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던 그 수많은 차별과 학대와 억압과 파괴와 죽음을 가져온 원인이었다.

 

38선이 남북을 갈라놓고 있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는 38선보다 더 견고하고 강력한 아집과 이기심과 욕망의 담을 발견한다. 38선으로도 모라랐는지 동서(영호남)로 갈라지고, 학연과 지연으로 갈라지고, 빈부의 정도에 따라 유유상종하며 수많은 담을 쌓고 선을 그으며 서로와 서로를 구분 짓고 편을 가르는 세상! 주님께서 ‘십자가’로 힘겹게 이루신 담장 없는 세상, ‘나와 그것’으로 갈라진 세상을 하나로 만드신 그 십자가의 위력, 당신의 육체를 과감히 던지신 그 용기와 희생을 우리는 어찌 이처럼 매몰차게 외면하고 있는가!

 

고운 가루가 될 때까지 빻아 기름으로 반죽하여 ‘한 덩어리’로 하나님께 드렸던 소제를 생각해 보라. 나와 너 사이에 막힌 담이 있다면 어찌 한 덩어리 반죽이 가능하겠는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 지극히 거룩한 그 소제물은 이처럼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총으로 막힌 담을 허물고 나 자신을 희생하여 ‘고운 가루’로 만들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사순절의 절정인 고난 주간을 앞두고 우리 주님의 발자취를 묵상하면서 세상의 그 거대한 편견과 교만과 탐욕의 벽에,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당신의 온몸이 으깨지고 바스러질 때까지 던져 담을 허무시는 그 처절한 모습을 발견한다. 2천 년 전 골고다 언덕에서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막힌 담과 마주하시며, 십자가에 당신의 온몸을 내어맡기듯 오직 당신의 육체 하나로 무너뜨리는 주님을 본다. 

십자가의 망치로 내 속에 있는 담을 먼저 허물고, 말씀의 맷돌 들어 고운 가루 될 때까지 갈고 갈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형상으로 빚어지는 교회, 그런 평강제일교회는 담이 없는 교회다. 둘로 갈라섰던 서로가 이제 하나 되어 화목의 직분을 감당하는 교회, 그것이 사도바울이 그리고 있는 천국의 모습이요, 우리 주님이 영원히 왕 노릇하는 하나님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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