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등록일

2015.03.12

pkblog_body.jpg



두 배는 최대한 많이 실으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달랐다. 한 배는 자유와 생명의 땅에 도착했고, 다른 한 배는 깊은 바닷속으로 잠겼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세월호 이야기다.

먼저 1950년 12월 흥남 부두로 가 보자. 6.25전쟁의 초반 열세를 뒤집고 평양을 넘어 북진하던 연합군과 국군은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전세가 불리해진다. 흥남철수작전의 성패는 고립된 미군과 국군 병력 10만 5천 명을 온전히 철수시키는 데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된다. 북한 정권의 통치를 피해 흥남 부두에 몰려온 9만 명의 피난민들이다. 이들을 외면하면 북한군에게 배신자로 간주되어 학살당할 것이 자명했다. 흥남철수작전에 동원된 200여 척의 배 중에서 마지막 남은 상선인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60명 정원에 선원 43명이 타고 있었으니, 13명만 더 태울 수 있다. 미군 고문관이었던 현봉학 씨가 피난민들을 모두 태워달라고 간곡히 요청했고, 레너드 P. 라루 선장은 배에 실려 있던 무기를 모두 버리고 피난민들을 태울 것을 명령한다. 피난민들도 자신의 짐을 버렸고, 모두 1만 4천 명이 승선한다. 식량도 없이 혹독한 해풍을 맞으며 28시간 항해했고 12월 25일 거제도 장승포항에 도착한다. 항해 도중 태어난 아기 5명까지, 승선했던 인원보다 5명을 더 내려놓았다. 당시 상황을 라루 선장은 이렇게 회고한다. "때때로 그 항해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배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 사람도 잃지 않고 그 끝없는 위험들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그해 크리스마스에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의 바다 위에 하나님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God's own hand was at the helm of my little ship)는 명확하고 틀림없는 메시지가 내게 와 있었다"

pkblog_body1.jpg


또 다른 배를 본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국민들을 깊은 슬픔의 바다에 잠기게 하는 세월호. 2014년 4월 15일 출발 당일로 가 보자. 세월호는 균형을 유지해주는 평형수(平衡水) 2,417톤을 채워야 했지만, 실재로는 약 1,042톤을 채웠다. 화물 최대 적재 한도는 1,077톤이지만 2,142톤을 실었다. 사람을 더 태우기 위해 선실을 증축했고 무게 중심이 51센티미터 높아졌다. 이렇게 개조한 배가 안정성을 가지려면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를 더 채워야 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출항 당시 화물 1,065톤을 더 실었고 과적을 숨기기 위해 평형수 1,376톤을 버렸다.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평형수를 버리고 돈벌이가 되는 화물을 더 채운 결과가 어떠했으며, 그 욕심의 꼭대기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마지막이 어찌 되었는가.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대한민국이 수개월을 표류했다.

물질을 버리고 생명을 채운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얼마나 손해 보았을까? 피난민들은 영하 30도의 추위와, 그보다 더 혹독한 북한 통치를 뚫고 승선했다. 그분들과 전쟁 후 이 땅의 어르신들이 맨 주먹으로 어떤 삶을 살아냈고 조국 발전에 어떻게 일조했으며 오늘날 우리 후손들이 누리는 자유와 풍요가 그분들의 희생과 무관하지 않음을 최근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는 재조명하고 있다.

눈을 감는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바람찬 흥남부두, 부모 손에 끌려다니다 그 손을 놓치고 울고 있는 금순이를 본다. 목을 놓아 불러보고 찾아보는 부모들의 모습도 본다. 우리도 그 현장에 그 배의 선장이라면 모든 불필요한 짐은 버리고, 부모 잃고 울고 있는 금순이를 한 명이라도 더 태우지 않겠는가?

눈을 떠본다. 2015년, 세상은 흥남부두보다 더 추워졌고, 어둠은 여러 모양과 시험으로 우는 사자처럼 택한 자녀까지 넘어뜨리려 한다. 이 혹독한 영적 전쟁터에 우리가 수천 척, 수만 척의 신령한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되어야 한다. 굳세게 기다리는 금순이처럼 곤란한 지경에 처한 하나님 아버지의 잃어버린 자들이 넉넉하게 승선할 수 있도록 크고 넓은 배가 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짐은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재료로 크고 넓은 방주를 건축해야 한다. 우리에게 9만 명의 피난민이 아니라 세계 열방이 몰려오는 비전을 주셨다. 좁디좁은 배 한 척에 내 가족 몇 명과 내 물질만 채우고 더는 태울 수 없다며 어디론가 노를 저어 간다면 그 노력과 수고가 결국 헛되지 않겠는가.


essay01.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6

#105. 고3과 학부모를 위한 조언 _ 이원재 file

3월은 피곤한 달이다. 해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얼굴들을 보며 새로운 이름을 외워가며 그 아이들의 많은 것을 파악하려고 애쓰느라 시간에 쫓긴다. 보름이 지나도록 이름이 낯선 아이들, 그 티라도 내면 마음에 상처 입을까봐 수시로 사진을 ...

 
2017-03-30 398
5

#136. 내가 여기에 서있는 이유 _ 하찬영 file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우연히 저는 ‘위플래시’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개봉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라 틀어놓고 있다가 결국에는 끝까지 보고야 말았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 지금 뚜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아무래도 이제는 그...

 
2017-12-01 387
4

#101. 시작이라는 선물 _ 서재원 file

어느덧 2017년 1월이 모두 지나고 2월의 중간에 도착했습니다. 2017년, 어떤 시작을 하셨나요?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어느덧 20대가 되어 처음 보낸 지난 2016년, 그 모든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합니다. 돌아보니 2016...

 
2017-03-03 385
3

#130. 바라봄의 기쁨 _ 서재원 file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화려함, 때로는 소박함, 그리고 보는 것으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눈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관 중 하나 입니다. 하루라도 눈을 뜰 수 없다...

 
2017-10-10 376
2

#94. 그래도, 희망! _ 홍미례 file

2016년이 떠납니다. 2016년은 이제 돌아오지 않습니다. 더불어 2016년 모든 시간은 2017년의 뒤로 숨습니다. 그렇다 해도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필연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는 오늘의 자화상...

 
2017-01-08 370
1

#99.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_ 박승현 file

‘많아지면 달라진다’의 저자 클레이 셔키(Clay Shirky)의 말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 세계 20억 명의 여가 시간을 합치면 약 1조 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시간의 대부분을 TV를 시청하는데 낭비하였지만, 인터넷과 S...

 
2017-02-16 342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