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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세 가지 몫을 가집니다. 저자의 몫과 독자의 몫, 나머지 하나는 하나님의 몫입니다. 책이 지니는 몫은 트라이앵글의 구조를 이룹니다. 책은 다양한 텍스트들의 총집합인데 그중에는 유일한 텍스트도 있습니다. 성경이 바로 그렇습니다. 말씀이 문자로 기록되면서 필연적으로 파생된 문학이 출연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찾아서 읽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이런 구조의 중앙 꼭짓점에는 하나님의 몫, 섭리가 있습니다.


저자의 몫은 무엇입니까. 간단합니다. 쓰는 것입니다. 아는 것을 쓰는 것입니다. 들은 것을 쓰는 것, 받은 것을 쓰는 것, 또한 전해야 할 것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것은 아주 특별하고 독특한 사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쓰는 몫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저자는 두 종류로 나뉩니다. 글을 쫓아가며 쓰는 부류와 글이 쫓아와 써지는 부류입니다. 전자는 다수이고 후자는 소수이며 희귀성을 띱니다.


독자의 몫은 읽는 것이겠지요. 읽고 생각하고 분석하고 체화 시키는 것, 독자의 몫입니다. 읽는 몫은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습니다. 문자를 읽히기만 하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흰 바탕에 검은 글씨를 보는 행위를 독서라고 한다면 곤란하겠지요. 읽는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인데 이해한다는 것은 신뢰한다는 것과 같은 맥이라고 봐야겠습니다. 행복한 독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좋은 책을 알아보는 것과 훌륭한 저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몫은......그것은 하나님만 아십니다. 제가 아는 것은 한 권의 책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과 한 사람이 그 책을 쓰고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어떤 사람은 읽음으로써 인생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희귀한 저자를 택하여 무엇을 어떻게 쓸지를 계시하고 독자를 뽑아 읽히고 깨닫게 하여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것, 오직 하나님만이 가능케 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생의 유일한 텍스트를 찾으셨습니까? 개인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책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분의 그 책을 평생토록 진지하게 읽어야겠군요. 내 인생의 빛이 된 책이라면 타인의 인생에 등불이 되도록 날개를 달아 전해야겠군요. 삶이 뒤집히는 텍스트를 찾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가치에 합당한 삶을 살아드리지 못한 것, 심장이 아릿하지요


좋은 책은 거울입니다. 인간의 본질을 비춥니다. 거울 속에는 나와 인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서사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책은 일을 합니다. 퍼즐을 맞추듯이 서사의 뼈대를 하나하나 뽑아내어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트라이앵글 구조를 지닌 책이 지닌 몫입니다. 우리는 어느 몫에 해당됩니까. 저자와 하나님의 몫이 실린 책이 일하도록 각자 맡은 자리에서 의미 있는 몸부림을 하고 있습니까.

 

희귀하고 좋은 텍스트의 큰 특징은 독자들이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늘이 내린 떡과 같은 선물입니다. 에녹은 일생 365년 중 18% 정도인 65년간 하나님과 동행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그 65년은 하나님과 동행하기 위해 몸부림하는 의지와 실수와 고뇌의 번복이 아니었을까요. 지금까지의 삶이 의지와 실수와 고뇌의 번복이었다 해도 하늘이 내린 선물은 변함없으니 낙심치 맙시다.


생각은 왜 하고 말은 왜 하고 글은 왜 씁니까. 생명 죽은 것이 생각이요, 생각 죽은 것이 말이요, 말 죽은 것이 글입니다(참평안 특별호Ⅱ 중에서). 글마저 죽는다면, 글마저 믿지 못한다면 길이 없습니다. 글 그 이하로는 더 이상 하나님이 낮아지실 공간도 시간도 차원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글, 지금 여기에서는 돌아서서도 멈춰 서서도 안 됩니다.

 

4월이라 그런가요. 꽃향기가 진동하기 시작했군요. 저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책을 들고 전도하러 나가야겠습니다. 함께 가시려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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