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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피곤한 달이다. 해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얼굴들을 보며 새로운 이름을 외워가며 그 아이들의 많은 것을 파악하려고 애쓰느라 시간에 쫓긴다. 보름이 지나도록 이름이 낯선 아이들, 그 티라도 내면 마음에 상처 입을까봐 수시로 사진을 보며 이름을 익힌다. 그 와중에 열리는 학부모총회는 늘 담임교사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번 총회를 치르면서 준비했던 자료 중에서 고3 학생과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일부를 여기에 옮겨보고자 한다.
 
아무개야, 너는 담임 말을 잘 들은 학생이었니? 아니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학생이었니? 이 질문을 받은 학생은 멋쩍게 웃고 말았다. 양심에 찔리긴 한가보다. 3월 초만 하더라도 상위권 성적을 자랑하며 어디까지 발전할지 기대하던 학생이었는데 어느새 재수를 준비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이 학생은 언제나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아이이다. 네 번의 보충수업도 자기가 좋아하는 한국지리만 선택할 정도로 집중력이 좋다. 비록 수시에서는 담임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원하던 연세대 수시에 실패한 뒤로는 담임의 말을 더 잘 들었다. 수능을 본 뒤, 고려대 수시 전형에서 논술시험을 보러 가기 이틀 전이었다.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고려대는 충분히 진학할 수 있으니 굳이 논술시험을 보지 말고 정시를 준비해서 연세대나 서울대에 도전하자고 설득한 것이... 이틀간의 설득 끝에 고대 논술을 보러 가지 않기로 했다. 이 학생은 자신의 성적에 자신감이 부족했지만 담임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마음을 바꾼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울대는 아쉽게 떨어졌지만 자신이 가고 싶어 하던 연세대 영문과에 합격하였다.

이런 사례를 두고 동료 교사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착한 학생이 대학에 간다’라고 표현하였다. 즉, 담임 선생님이 이야기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수용하는 학생은 좋은 대학에 가더라는 말이다. 경험 많은 선생님의 조언은 무시한 채, 선배나 인터넷에서 들은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진로 문제를 쇠고집으로 밀고 가는 학생들이 많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 꽉 차서 수학 시간에 영어를 공부하고 영어시간에 탐구 과목에 빠진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한마디로 뒤죽박죽이다. 그렇게 해놓고도 자신은 열심히 공부했는데 운이 나빠 성적이 낮게 나왔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위에서 말한 ‘착한 학생’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진 학생’과 같은 의미이다. 비록 부침(浮沈)은 있을망정 가라앉지 않는다는 생각, 지금은 이해되지 않지만 머지않아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될 거라는 믿음으로 공부하는 학생을 이겨낼 수험생은 없다. 제아무리 교과 선생님이 맘에 들지 않고 혼자 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들어도 그 생각을 버리길 바란다. 고3이 그런 판단을 내리는 순간 자신만의 독단에 빠져 대학 진학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늘 겸손한 마음으로 배움에 임하길 바란다. 고3 학부모라면 이 점을 기억하시길 권한다. 내 자녀가 겸손한 마음으로 공부하는지, 아니면 건방 떨며 공부하는지 확인해보시길.. 자녀의 태도에서 그의 미래가 가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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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30:11 주께서 나의 슬픔을 변하여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 내가 아이였을 때, 생애 처음으로 맞이한 죽음은 한 마을에서 나고 자란 네 살짜리 여자아이의 죽음이었다. 내 친구의 막내 동생이기도 했던 아이는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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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사순절을 지키는 두 가지 모습 _ 홍봉준 file

사순절 기간이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40일 금식을 기념하기 위해 니케아 공의회(A.D. 325)에서 결정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동방교회에서는 해가 진 다음에 한 끼 식사만 허용하고 육식은 물론 생선과 달걀도 40일 내내 금할 정도로 엄격하게 지킨 반면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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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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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나서볼 때입니다. 어느덧 장로님들과 집사님들이 모이고, 시간이 되었습니다. 충전이 잘 된 LED 랜턴과 손에 달라붙는 알루미늄 방망이 하나를 집어 들고 말입니다. 첫 행선지는 내 맘대로 정한 순서대로 예전 회계실 건물입니다. 손전등을 비춰가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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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 하는 성격 종종은 아니지만 아주 드물게(?) 나의 ‘욱’하는 성격 때문에 와이프에게 핀잔을 듣는다. 특정할 수 없지만, 어떤 상황에 마주하면 버럭 화를 낸다. ‘아차!’하지만, 이미 주변 상황은 불편해져있다. “마음을 다스리고, 노하기를 더디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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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져버린 발뒤꿈치의 살이 이제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상처 속 피가 굳어지니 이내 검게 썩은 듯한 갈라진 자국으로 변한다. 사뭇 놀랐으나, 검은 양말의 솜털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알아챈 후 애써 위안덩이로 삼는다. 얼마 전까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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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2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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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6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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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3 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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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을까 _ 맹지애 file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이들은 가슴 뛰는 꿈을 꾸고 어른들은 그 꿈을 응원하던, 말 그대로 ‘꿈’만 같던 시기가 흘러가버렸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업을 얻고, 좋은 직업을 얻어야 편...

 
2015-05-30 753
150

#17. 울타리 _ 강명선 file

토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놀아야 한다. 자는 아들 깨워서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오류동 탐험을 나섰다. 작년 봄에 이사 왔지만 늘 집과 교회를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못 가봐 궁금한 곳이 많다. 자전거 길을 찾아 돌다가 빵집에 들...

 
2015-06-06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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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685년 독일 중부 아이제나흐에 사는 요한 암브로지우스의 집안에 여덟 번째 아들이 태어난다. 아버지 요한은 거리의 악사였기에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우며 자라난다. 아홉 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가난한 큰형의 집에 얹혀살며 음악 공부...

 
2015-06-13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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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의료진과 방역 당국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로 붐벼야 할 시내 유명 백화...

 
2015-06-20 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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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King of Mask Singers _ 송인호 file

"복면가왕"이란 프로죠. 내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데, 이 정도로 음악성이 있는데, 난 아직 잊힐 때가 아닌데, 난 너무 저평가 되었는데... 이런 출연자들을 모아 모아 가면을 씌우고 노래로 순위를 정하는 오락 프로그램입니다. 가면을 쓴 가...

 
2015-06-27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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