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pkblog_body59.jpg


사회생활을 하며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레 여러 가지 질문들을 받게 마련인데,  나 같은 싱글 아재, 독신 남성에게 물어보면 서로 난처해지는 질문들이 있다. 


보통 “아이가 어떻게 되세요?”부터 시작되는데, “결혼 안 하셨어요??”에서 정점을 찍고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로 마무리된다. 이 비극적인 삼단 콤보 질문의 마지막에서 나는 아재 개그를 날리며 분위기를 바꾸려 시도해 봤지만 되려 서로 더 무안해져 지금은 그냥 방긋 웃음을 날리는데 그러면 묻는 이도 나이가 그렇게 많으셨냐며, 어려 보인다고 말하고는 상황은 종료된다. 


지금보다 한참 어릴 때는 “취미가 뭐예요?” 혹은 “시간 나면 뭐 하시나요?” 뭐 대충 이런 종류의 질문들을 받곤 했는데 그러면 나는, ‘한 대에 수 십억 원하는 슈퍼 카를 튜닝하거나, 오래되고 구하기 힘든 빈티지 와인 컬렉션이 저의 취미입니다’(는 아니고,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조그마한 소리로 자신 없게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게 취미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반응은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뉘는데 뭐 근사하고 로맨틱한 대답을 원했던 이들은 이내 실망한 기색이고, ‘그런 것은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닌가요’ 하고 한심하다는 듯 한 반응도 있었다. 그러면 또 아재 개그를 날려 상황을 무마시킬까 하다가(참! 그때는 아재가 아니었다) 그냥 꾹 참고 웃는다(나의 유머는 보통 상황을 더 악화 시킨다, 정말이다.) 


너무 재미없는 사람으로만 보일까 봐 다음에 누가 물어보면 뭐라 대답할까 잠시 심각하게 고민해봤지만, ‘나는 생긴 것이 웃기게 생겼으니 됐지 않은가!’ 하며 바로 그만뒀다(근데 왠지 마음은 더 불편해졌다.) 그나마 생각나는 것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과 조깅하는 것 외에는 달리 취미라 할만한 것도 없었다. 아무튼 내 대답은 여러모로 상대를 맥 빠지게 한 듯하다. 

  

대학 다닐 때 전공이 디자인이었던 탓에 내 주위에는 항상 개성 넘치고 독특한 아이들이 참 많았고, 그들에 비해 나는 옷차림도 생김새도 그리고 시간 날 때 하는 일도 참 평범하고 소박했다. 

한 친구 녀석은 개성 넘치고 튀어야 살아남는 취업 경쟁에서 취미를 독서라고 했다간 쳐다보지도 않을 거라고 친절하게 말해주었는데, 만약 “제가 요즘 요트를 타는데요. 참 재미있군요. 하하하!” 아니면 “음, 전 제가 먹을 유기농 치즈를 직접 만든답니다. 와인과 같이 먹으면 참 훌륭하지요.” 이렇게 대답했다면 사람들은 좋아했을까? 아마 다음에 요트 타러 같이 가자는 둥, 자기도 가르쳐 달라는 둥 하며 귀찮게 했을 거다. 요트는 번거롭고 치즈는 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원로 목사님의 구속사 시리즈가 출간된 이후로 나의 평범하고 소박한 취미는 빛을 발한 것 같다. 물론 세상 사람들은 아직도 이해 못 하겠지만 세련된 아이들이 화려하고 독특한 취미로 시간을 보내며 밖에서 사냥을 했을 동안 나는 장막에서 차분히 나의 즐거운 취미에 푹 빠져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요트를 타려고 날씨에 예민하지 않아도 되고 치즈의 발효 상태를 확인하느라 밤 잠을 설칠 이유도 없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세계 최초로 선포된 말씀, 구속사 시리즈를 읽는 것이 저의 취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나의 근사하고 또 근사한 취미 아니겠는가?

 


f6d3eb96bf90dfd2e5fdfa6a96f53f3d.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106

#110. 그래서 우리는 괜찮습니다 _ 정유진 file

요즘 나는 나를 배웁니다.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좋았던 것이 갑자기 싫어질 때, 어떤 감정을 처음 느꼈을 때 새로운 나를 경험합니다. 물론 오랜 시간 반복되는 생활습관과 행동, 생각의 패턴들도 내가 누군지 설명합니다. 나 자신...

 
2017-04-25 432
105

#109. 네 아이의 엄마 _ 이승옥 file

저는 네 아이의 엄마입니다. 이 한 문장만 읽고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어머머, 힘들겠다.’ ‘어떻게 키운데?’ ‘지금은 힘들어도 크고 나면 좋아.’ 그리고 위에 딸이 셋이고 막내가 아들이다 보니, 또 이렇게...

 
2017-04-25 676
104

#108.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_ 하찬영 file

‘봄 가을 없이 밤바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이 떠오르는 지금, 저 역시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감 기한을 훌쩍 넘긴 지금 급하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

 
2017-04-11 502
103

#107. 거지같은 인생 _ 김진영 file

“한국의 중산층 기준”에 대해서 듣고 충격받은 적이 있다. 한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중산층의 기준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기준이 “①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②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③ 자동차는 2,000cc급 이상 중형...

 
2017-04-06 660
102

#106.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고찰 _ 강명선 file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한지 만 10년이 되었다. 이 본격적인이란 말은 교회에 나와서 성경을 공부하고 교회의 기관에 등록하여 봉사하면서 정기적인 주일성수와 십일조를 드린 신앙생활의 기간이며...

 
2017-03-30 418
101

#105. 고3과 학부모를 위한 조언 _ 이원재 file

3월은 피곤한 달이다. 해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얼굴들을 보며 새로운 이름을 외워가며 그 아이들의 많은 것을 파악하려고 애쓰느라 시간에 쫓긴다. 보름이 지나도록 이름이 낯선 아이들, 그 티라도 내면 마음에 상처 입을까봐 수시로 사진을 ...

 
2017-03-30 400
100

#104. 하나님의 계획을 기대하는 사람 _ 박남선 file

얼어붙었던 하늘과 땅이 어느새 온기를 만나 봄의 길과 마주한 계절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삶도 항상 따뜻한 날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혹한의 겨울을, 서늘한 가을을 또 뜨거운 여름과 온화한 봄을 느끼곤 합니다. 통상 우리...

 
2017-03-15 526
99

#103. 사순절 그리고 갱신 _ 이장식 file

날씨가 풀리고 입고 있던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지니 그제야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따사로운 햇빛을 받아 엄동설한 얼어붙었던 대지는 녹고 마음도 녹아내리는 것 같이 열린 마음을 갖게 됩니다. 모든 만물이 눈을 뜨고 기...

 
2017-03-08 464
98

#102. 거절 못하는 병 때문에 _ 정유진 file

아뿔싸, 또 코가 꿰었다! 평강 에세이 집필진을 해달란다. 안된다고 했어야 되는데. 글 쓰는 실력 없다고 거절했어야 되는데. 차마 말을 못하고 그냥 수락해버렸다. 매번 원고 마감일에 임박해서 안 되는 글 쓰느라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속으로 끙끙 앓다가 ...

 
2017-03-03 668
97

#101. 시작이라는 선물 _ 서재원 file

어느덧 2017년 1월이 모두 지나고 2월의 중간에 도착했습니다. 2017년, 어떤 시작을 하셨나요?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어느덧 20대가 되어 처음 보낸 지난 2016년, 그 모든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합니다. 돌아보니 2016...

 
2017-03-03 385
96

#100. 십자가 사랑에 관한 고찰 _ 김영호 file

2017년, 신년감사예배를 드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 다가왔습니다. 2017년 올 한 해를 표현해본다면 신앙 지표인 ‘십자가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승현 목사님께서 십자가 사랑에 대해서 처음으로 말씀하실 때 십자가...

 
2017-02-16 649
95

#99.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_ 박승현 file

‘많아지면 달라진다’의 저자 클레이 셔키(Clay Shirky)의 말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 세계 20억 명의 여가 시간을 합치면 약 1조 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시간의 대부분을 TV를 시청하는데 낭비하였지만, 인터넷과 S...

 
2017-02-16 342
94

#98. 소통하는 삶 _ 김신웅 file

2017년, 한 해를 새롭게 맞이했다. 회사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익명 게시판을 오픈했다. 한두 사람 용기 내서 말을 꺼내 놓더니, 이제는 제법 탄력이 붙어 거침이 없다. 내용을 읽어보니, 올해는...

 
2017-02-02 535
93

#97. 청년이 되는 습관을 기르자 _ 송인호 file

'뇌를 늙게 만드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신앙을 더욱 청년처럼 만드는 방법을 간략하게 나눠보고자 한다. 1. 밤 9시 이후 식사하는 습관 – 잠잠히 기도하며 내일을 준비하자. 2. 험담하는 것 - 욕설이나 ...

 
2017-01-25 423
92

#96. 유난스런 고민 끝내고 오로지 전진만 _ 정유진 file

처음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항상 두려움 반 설렘 반입니다. ‘처음’이라는 그 공간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압축된 곳이 또 있을까싶습니다. 시작할 때의 포부와 앞날을 기대하는 마음, 잘 해보겠다는 다짐과 단단한 의지가 담긴 초심만으로 훗날 ...

 
2017-01-21 532
91

#94. 그래도, 희망! _ 홍미례 file

2016년이 떠납니다. 2016년은 이제 돌아오지 않습니다. 더불어 2016년 모든 시간은 2017년의 뒤로 숨습니다. 그렇다 해도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필연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는 오늘의 자화상...

 
2017-01-08 371
90

#93. 마감하는 인생 _ 강명선 file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방법’이라고 근사하게 2016년의 마지막 평강 에세이를 이만 총총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지금 나는 또 마감에 몰려있다. 매번 밀리는 싸움이다. 때론 넉넉히 이기고 싶은데 늘 내가 수세에 몰...

 
2016-12-26 466
89

#91. 너무 어려웠던 범사의 감사 _ 김진영 file

 감사는 사전적으로는 ‘①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②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신앙생활에서는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 봉사, 찬양 등 다양한 행위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런데 평강제일교회는 다른 어떤 교...

 
2016-12-15 546
88

#88. 잊지 말고 기록하자 _ 이장식 file

기억합니다. 그러나 잊고 살고 있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과 결심들,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 친구와의 우정, 하나님의 은혜 쉽게 잊고 살고 있습니다. 2010년 초겨울이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고 미국 생활 2...

 
2016-11-27 447
87

#89. 엄마 손은 약손 _ 지근욱 file

내가 어릴 적이라고 해봐야 1970년대, 그리 옛날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약이 증상별, 종류별, 메이커별로 다양하지도 흔하지도 않았다. 요즘처럼 밤에 아이가 아프면 자가용에 태워 가까운 응급실에 가던 시절도 아니다. 열이 오...

 
2016-11-27 452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