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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나비효과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적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사건은 사소한 것부터 중대한 것까지 무한대의 원인과 결과가 극도로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일부 개연성 없어 보여는 사건의 흔적들이 남는 이유다.



그런데 나비효과라는 개념을 우리 삶에 십분 활용해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작은 변화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에 큰 변화를 주기 위해 ‘크게’ 마음먹고 ‘크게’ 돈을 쓰는 등 눈에 띄는 변화를 가장 먼저 하려고 하지만 나비효과에 따르면 겸손하게 작은 일들을 먼저 꾸준히 해낼 때 큰 변화를 요할 수도 있다.



아주 최근에도 나비효과를 경험했다. 겨우 시간을 내 가족들과 처음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여름휴가로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어 던져본 말이지만 ‘가족과 해외여행?’ 두려웠다. 여행에 가면 사람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지라 가뜩이나 남보다 ‘막말’과 ‘막장’ 행동을 여실히 보여줬던 가족들에게 상처만 남기는 여행이 될까봐서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꿀팁’을 전달 받았다. 한 유명인이 TV에서 말하기를 가족들과 해외여행 전 ‘규칙’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규칙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을 여행 중에 하지 않는 것이었다. 싸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단 하나의 행동에 변화를 줌으로써 모든 여행의 여정을 아름답게 보내겠다는 나비효과를 적용한 규칙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가족들을 불러 모아 시도해보자고 말했다. 가족들은 부끄러워하고 어색해 했지만 다행히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4명의 가족구성원인 우리는 4가지 규칙을 갖게 됐다. 오랜 역사가 담긴 가족사이기 때문에 밝히기 부끄럽지만 완화시켜 설명해보자면, 무뚝뚝한 아빠는 엄마에게 살갑게 대하기, 비위가 약해 못 먹는 음식이 많은 엄마는 음식에 대해 티내며 불평하지 않기, 언니는 혼자 돌아다니지 않기(사실 언니는 별로 만들 규칙이 없었다, 여기에서도 인간성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막내인 나는 작은 일에 삐지지 않기였다.



결론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아무도 규칙을 어기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사히 여행을 마친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다 줬다는 사실이다. 각자는 딱 하나의 행동을 하지 않은 것뿐이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가족과 함께한 아름다운 여행의 기억을 갖게 됐으며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에 감동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끈끈함은 배로 두터워졌다.



긍정적 영향은 여행 이후에도 지속됐다. 아빠는 엄마를 더욱 위해주고 있다. 엄마는 큰 불편한 일도 가족들을 살피고 크게 티내지 않는다. 나의 경우도 ‘삐쟁이’ 될 일이 없고 언니는 여전히 여러 가지로 괜찮은 사람으로 성숙해지고 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나님이 이끄시는 거대한 구속 역사에 한 인물로 기억되기를 소망하는 우리들은 겸손한 마음으로 작은 행동들부터 실천할 수 있다. 그것들을 무시하고 가치 없게 보기보다 내가 해야할 일, 지켜야 할 일로 여기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



헌금을 많이 내고 뛰어난 능력으로 교회에 이바지하고 싶은 건 누구나 바라는 바다. 하지만 모두가 그럴 수 없다. 하나님이 주신 각자의 자리가 있고 직분이 있고 우리는 이를 지킬 의무가 있다. 그 자리도 벅찰 때가 더 많다.



따라서 맡은 바 직분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기도하고 봉사하는 것, 개인적인 시간에 부지런히 성경을 읽고 구속사를 읽는 것,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를 교회 발전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 보는 것 등 하나하나 따져보면 당연할 수도, 어렵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모이고 모여 내 신앙에 깊이와 성숙함을 무르익게 한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늘 지켜보고 계신다는 걸 알기에 작은 일도 기쁘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또 훗날 큰 변화에 대해 확신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세전부터 우리를 택하시고 눈동자처럼 보호하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오늘도 작은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작은 입술로 찬양하고 아직 어린 신앙의 눈으로 큰 소망을 꿈꾸며 구속사가 담긴 책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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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2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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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살아있는 그를 만나는 방법 _ 홍미례 file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 TV를 통해 ‘죄와 벌’이라는 흑백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저는 그를 ‘도선생’이라고 부릅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사람, 눈빛 한 번 교환해보지 못한 사람을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기...

 
2016-06-26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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