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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한국 기독교계에서는 「구속사 시리즈」의 인기가 절정을 향하고 있었다. 그해 봄 「구속사 시리즈」 6권까지 출간돼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영어를 비롯한, 각 나라 언어로 본격적으로 번역돼 세계 신학계도 주목하던 때였다.

돌연, 저자는 「구속사 시리즈」를 ‘절필’하고 「대한민국 근현대사 시리즈」에 집필에 돌입한다. 그의 동역자와 「구속사 시리즈」의 애독자들은 이 ‘단절’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2007년 가을 1권 출간을 시작으로 6개월에 1권꼴로 출간되던 시리즈가 갑자기 중단되었으니 그간 느껴오던 구속사의 속도감으로는 큰 공백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제7권은 그로부터 근 2년만인 2012년 12월에서야 나왔다. 게다가 왜 굳이 대한민국 근현대사인지, 혼란스러웠다.

“국가의 역사 위에 성경이 기록되었다.”는 그의 성경관은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선은 「구속사 시리즈」 11권까지 책이 출간되면서 구속사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성경의 역사는 ‘믿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그저 ‘이스라엘의 역사’, ‘먼 나라의 옛날이야기’로 여겨지기 쉬웠다. 이는 성경의 역사 속에 담긴 ‘구속사’의 의미, 또는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탓이 크다. 「구속사 시리즈」는 인류사의 거대한 바퀴를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動力)으로서 구속사의 바퀴를 자세히 묘사해 주며 구속사와 세속사가 별개의 것일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려 준다.
「근현대사 시리즈」도 「구속사 시리즈」와 탄생의 기원(起源)은 같았다.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라는 명령에 근거했다. 저자는 「근현대사 시리즈」 서문에서 모세의 명령을 언급하며 “과거 역사를 회고함으로써 미래 역사를 전망하라는 유언과도 같은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기억해야 할 옛날과 생각해야 하는 역대의 연대에 대한 언급은 현존하는 역사에는 분명한 시작과 뿌리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기억하고, 생각하고, 물으라’라는 세 가지 명령은 후손들에게 역사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그리고 중단 없이 계승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일깨우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구속사 시리즈」의 출발점, 신명기 32:7은 「근현대사 시리즈」의 근원이었다.

책을 만들어간 기본 틀과 방식도 같다. 「구속사 시리즈」가 성경 속의 사실들(facts)에 ‘연대
(年代)’라는 생명력을 불어넣어 ‘실재하는 역사’로 되돌려 놓고, 수천 년 시간 속에 신화와 창작의 영역으로 빼앗긴 성경 속 사실들을 ‘사실(事實)’로 회복시켜 놓았듯, 「근현대사 시리즈」도 그러했다. 역사의 사실들에 윤색된 이념과 허구를 벗겨내고 사실을 둘러싼 정황과 환경을 두텁게 보강함으로써 그 토대를 단단히 했다. 이 과정에는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투입됐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책의 내용은 지난 50년 이상 행해진 목요 구국 예배의 설교 내용 등을 근간으로 했지만 철저한 고증과 실증, 심층 인터뷰를 거치는 등 엄청난 역량을 쏟아부었다. “현장을 방문하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마지막까지 증언자들을 만나 녹취하고 재차 확인했다”고 했다.

그래서 두 시리즈물은 궤(軌)를 같이한다. 하나님의 일(구속사), 세상의 일(근현대사)을 기록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고, 그 일의 출발도 같은 곳이다. 특히 「근현대사 시리즈」의 전개 방식은 특이한 면을 보이는데, 건조하리만큼 단순한 문장이 사실들을 나열하다 어느새 사건 현장으로 인도된 듯, 생생한 장면들이 전개된다. 영국의 석학 폴 존슨의 저서 「유대인의 역사」는 성경 「사사기」의 진행에서 이런 특성을 발견했다. “인물들의 특성이 한두 문장으로 간결하게 설명되고…, 정교하게 선별된 세부 내용은 이야기의 배경에 활기를 불어넣고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간과할 수 없는 세세한 묘사, 섬세함이 살아있는 서술 경향….”
성경을 1,800독 했던 노 목회자의 글은 성경을 닮아 있었다. 이 책이 20대~70대 이상 전 연령층에 인기를 끈 이면에는 이런 요소들이 존재했다. 역사의 맥을 짚은 목차 속 주요 사건 선별에서부터 노인층을 위한 큰 활자까지, 모두 저자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만든 「근현대사 시리즈」가 널리 읽히길 원했다. 특히 젊은이들, 군부대 장병들이 근현대사를 제대로 알길 바랐고, 사재를 털어 군부대에 책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젊은 장교들이 읽고, 부대원들에게 전했고, 장병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감사의 편지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일들을 알게 해주어 감사하다”는 내용들이었다. 사회를 향한 성과는 시작부터 뚜렷했다.

그러나 이 책은 먼저 「구속사 시리즈」의 애독자를 위한 것이다. 저자는 57년 목회 기간 「근현대사 시리즈」에 담을 역사를 앞서 반복해 설명하고, 강조하고, 힘주어 말했다. 평강제일교회 성도들은 그 애타는 열심을 기억한다. 이 일은 「구속사 시리즈」를 내기 수십 년 전부터, 구속사를 올바로 이해시키기 위한 기초 작업이기도 했다. ‘성경 따로, 세상 따로’ ‘구속사 따로, 세속사 따로’ 시각(視角)의 불일치, 시각의 괴리(乖離)를 좁히고 교정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던 셈이다.

「근현대사 시리즈」가 나온 10년 전,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는 이념의 시대가 종료된 것처럼 느껴질 때였다. 책의 집필과 출간이 느닷없고 생뚱맞게 느껴진 것도 그런 측면에서였다. 그로부터 10년, 이념이 차고 넘쳐 그 홍수 시대를 살고 있음을 누구나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왜 그리 열심히 이 책을 썼는가 되돌아보게 된다. 육신적으로는 심한 투병 가운데 있었고, 목회 생활로 보자면 “쉬지 않고 일하시는 아버지”를 강조하며 수십 년을 하루같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일했던 그였다. 한가지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근현대사 저술은 그만큼 중요했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와 이후 이어지는 6·25 전쟁을 ‘역사적 이정표(里程標)’로 여겼고, “역사 왜곡은 대한민국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무서운 것임을 온 국민이 깨어 직시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그 스스로, 당대(當代)를 거친 아비와 어른으로서 물음에 대한 답을 책으로 남긴 것인데, 이것이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면 왜 그 고생이 필요했을까. 「대한민국 근현대사 시리즈」 출간 10주년, ‘시각의 불일치는 교정되었는가’ 「구속사 시리즈」 애독자들은 자문하게 된다.

참평안(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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