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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95세,
그래도 전도합니다.
김화신 권사



14.gif


평양이 고향이에요. 모태신앙이고 50세 때 평강제일교회에 와서 귀한 말씀 받았지만 철들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이제 제 나이 95세. 약도, 주사도 안 듣는 혈관협착증이라는 병에 걸렸어요. 하나님 아버지 권능의 손이 아니면 1초도 더 못 산다는 걸 알아요. 온몸의 체력은 조석으로 떨어지고, 조만간 하나님이 부르실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목사님을 찾아뵙고 기도를 부탁드렸어요. 안수 기도해 주시는데 지나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뜨거운 회개 기도가 나오더라고요.

‘서산 낙조 인생은 밝아야 합니다.’라는 원로목사님 설교 말씀을 주보에서 봤어요. 서산으로 지는 해 같이 물리적인 시공간 속에서 안나 선지자는 모든 청춘을 빼앗겨 늙었지만 경건함으로 말미암아 영적으로는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같이 하나님께서 젊은 청춘을 허락해 주셨다는 말씀이요. 안나 선지자는 과부 된 지 84년이었다지요. 저도 남편과 사별하기 전까지 결혼생활은 10년밖에 못했어요. 안나 선지자는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간직한 채 수십 년 고독하고 괴로운 생활을 하는 중에도 성전을 떠나지 않고 금식기도 하며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일과 말씀 읽고 듣는 일을 낙으로 삼고 살았다는데 저는 뭐 했나 싶더군요. 세상일에 분주했고 자식들에게 신앙 전수를 잘하지 못한 게 가장 죄송할 따름입니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다 제 잘못이에요. ‘강건할 때 전도 좀 열심히 할걸’ 후회하는 마음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복음을 전하려고 애써요.


15.gif 젊은 시절 김화신 권사(오른쪽)


딸은 미국에서 살고, 아들하고도 따로 살고 있어서 요양보호사가 가사 일을 돕기 위해 정기적으로 와요. 매주 목요구국(救國)예배나 구속사 세미나가 있는 날이면 ‘이때다’ 싶은 거죠. 온라인으로 예배를 틀어놓은 뒤 그분들에게 집안일은 일절 시키지 않아요. 내 옆에서 같이 예배드리는 것이 나를 케어하는 일이라고 말하죠. 한번은 요양보호사분의 남편이 군에서 높은 직위에 있었는데 독서를 좋아한다고 하기에 얼른 ‘대한민국 근현대사시리즈’를 드렸어요. 남편이 하루밤 새 다 읽고는 아내한테 “그 교회는 나라 사랑하는 교회니까 그 권사님한테 잘해드리라”고 했대요. 오시는 요양보호사가 바뀌어도 그렇게 함께 예배드렸어요. 교회에 모시고 온 적도 있고, 어느 정도 양육받을 상태가 되면 지구장님께 연결해 드렸지요. 지금도 온라인으로나마 우리 교회 예배를 드리고 있는 분이 계시니 말씀의 끈이 끝까지 연결되기를 기도하고 있어요.

저는 이 휴대폰이 보물처럼 소중해요. 누구든 함부로 못 만지게 하죠. 고장나면 예배 못 드리게 되잖아요. 새벽예배부터 모든 공적 예배를 빠지지 않고 드리거든요. 귀가 어두워서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힘들면 죄송하지만 엎드려서 필기해요. 안나는 늙었지만 믿음으로 볼 때는 젊은 청춘이었다잖아요. 하나님과 교통하며 살았던 그녀처럼, 교회에 못 가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이런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해요. 3년 전만 해도 혼자 대중교통을 타고 성전까지 오가며 예배를 열심히 드렸었는데 성전이 항상 그립죠. 제 아들이 그래요. “어머니, 이 세상에 나이 많은 할머니 좋아하는 사람 한 명도 없으니 그렇게 쓸쓸하게 혼자 있지 말고 같이 살자.” 그러면 제가 그러죠. 심심할 겨를이 없다고. 성경 읽고, 예배드리고, 말씀 듣고, 기도하고, 때로는 찬양 부르면서 너무 감사해서 울기도 하고 그런다고. 무엇보다 말씀 식구들과 헤어져 살기 싫거든요. 영적으로 통하는 식구들이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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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가 되니 이제 이 세상에는 희망이라는 건 조금도 없고 재미도 없어요. 90평생 살면서 힘들 때마다 떠오르는 말씀이 있어요. 예수님은 생선 뼈가 박힌 아홉 가닥 채찍에 맞으시고, 동그랗고 반질반질한 못도 아닌 우툴두툴한 사각 못에 박혀 돌아가셨잖아요. 아무리 내가 이 땅에서 자살 직전의 절망 가운데 있다고 할지라도 주님께서 당하신 고통과 비교할 수 있겠나 하는 마음으로 살았어요. 하나님 아버지만 의지하고 살아온 지나온 세월 돌아보니 이제는 누구를 미워할 것도 없고, 이해 못할 것도 없고, 용서 못 할 일도 없더라고요. 그저 오늘이든 내일이든 아버지가 부르시면 ‘아멘’ 하고 갈 일밖에 없어요. 살면서 받은 바 은혜가 너무 커요.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고, 은혜 아니면 벌써 갔을 텐데 그래도 불쌍히 여기시고 이 땅에서의 사명이 있어서 남겨 주신 거겠죠. 저는 이제 바라는 것 없어요. 자녀들에게 신앙의 대물림이 끊이지 않도록 아버지의 강권적인 역사하심을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고 있거든요. 저와 자식들이 시온 산에 올라 그 대열에서 떨어지지만 않게 해 달라고 간구합니다.

구술 정리_권오연 기자

 

출처 : 참평안(2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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