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55
  • RSS
31.gif


깊은 주름 가득한 얼굴에, 험악한 검은색 백골(白骨) 모자. 영 어색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곤 하는 게 조화와 부조화를 오간다. 구순(九旬)의 나이에 독(獨)사진이면, 필경은 영정(影幀)을 떠올리기 마련. 허나 숱한 사선(死線)을 넘어온 역전의 용사들에게는 다를 수 있다. 동년배가 겪었을 비애와 세월의 무게 이상의 무언가가 황혼의 기운을 압도한다. 헌신에 대한 자부심일까. 담담하면서도 읽어내기 어려운 복잡한 인상에 일단의 의지가 엿보인다. 마음 깊은 곳 자리한 의무감은 사라지지 않은 듯, 백골과 어울려 불사(不死)의 강인함마저 느끼게 해준다. 사진은 아름다운 표정을 찾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에 담긴 역사를 좇은 듯하다.
18연대 용사들의 등 뒤로는 바로 북녘땅이다. 지척에 금강산(金剛山) 자락이 보이고 구선봉 또는 낙타봉이라 불리는 봉우리가 선명하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배경으로 알려진 ‘감호’와 삼일포의 해금강(海金剛)이 눈에 들어온다. 풍광은 수려하나, 현실은 냉엄하다. 멀리 국지봉에는 북한군 레이더 기지가 있고, 단단한 바위 곳곳을 파고 들어간 북한군 초소들이 즐비하다. “되찾아야 할 땅을 배경으로 삼았다”고 사진작가 현효제(라미 현) 씨는 말했다.

32.gif


38선 이북에 위치한 이 땅을 처음 되찾은 건 바로 18연대 용사들이었다. 71년 전 낙동강 전선을 지켜내고 북상했던 국군은 38선에서 며칠을 멈춰서 있었다. 전쟁 이전의 분계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유엔군 사령부의 지시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독자적으로 진격 명령을 내렸고, 1950년 10월 1일 양양에서 38선을 최초로 돌파했던 게 3사단 18연대였다. 그러나 그해 겨울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퇴의 후퇴를 거듭하던 국군은 다시 이 땅을 빼앗겼다.

그곳을 기어이 재탈환한 것도 그들이었다. 개국 이래 최악의 전투였다는 1951년 5월 ‘현리전투’에서 희생을 최소화하고 현장을 빠져나온 18연대는 빠르게 한계령에 잠입해 오색천 주변에 진 치고 또 다른 기습을 노리던 6만 중공군에 치욕의 패배를 안긴다. 이어 곧바로 양양을 거쳐 김일성의 별장이 있었던 화진포로 진격해 오늘날의 동부 해안 전선을 만들었다. 18연대는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찾아오겠다고 수색부대를 중심으로 고성, 원산, 내금강 일대까지 진출하며 위험한 작전을 펼쳤으나 휴전협정이 진행되며 지금의 휴전선으로 물러나야 했다. 그 현장마다에 ‘군인 박윤식’이 있었고, 그는 금강산 주변 작전 중 대퇴부 관통상을 입고 사흘을 버틴 끝에 구조돼 후송됐고 이후 군을 떠나 목회에 헌신했다(2010년 10월호 참조). 소천 몇 해 전 ‘그때 그 길’을 다시 찾은 박윤식 원로목사는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북녘 땅을 한참을 바라보기만 했다고 당시 동행했던 이들은 전했다.

금강산을 뒤로 그 자리에 서기에, 이보다 합당한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까. 그 젊은 날 “백골(白骨)이 되어서라도”를 외치고, 되뇌며 숱한 생사의 전장을 함께 했던 그 많던 백골부대 용사들이 70년 세월이 흘러 여남은 이만 남아 그곳에 섰다. 마침 눈부시도록 맑고 푸른 그곳 하늘과 바다가 검은 모자의 백골(白骨)과 비장하게 대비된다. 그 모든 것을 담은 구순 용사들의 표정들은, 그래서 뭐라 형언할 길이 없다.
용사들은 「오색 여호와이레 수양관」을 들러 지난해처럼 기념예배를 드렸고 이어 메달 수여식과 사진 전달식 등이 이어졌다. 권영해 전 국방장관은 이번 행사에 백골부대 용사 가운데 행사에 새로 참가한 9명에 메달을 수여 했는데, 애초 그에게는 4개의 메달뿐이었다고 한다. 휴전선 철조망을 녹여 만든 귀한 메달로, 신규 제작이 불가능한 상황인지라 고민 끝에 문득 수년 전 터키 6·25 참전 용사들에게 전달하려다 코로나 19 때문에 남겨둔 메달이 떠올랐고, 관계자를 통해 딱 5개 남은 메달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병상에 누워 연락 두절 상태에 있던 이 관계자는 연결됐을 때가 막 회복한 직후였다고 한다. 권 전 장관은 “이 행사를 하나님의 준비하셨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금방울자매 특송, 가수 루비의 무대 등 여흥도 뒤따랐고, 용사들은 “귀하고 정성스러운 음식에 극진한 대접을 받고 돌아간다”고 감사했다. 구순의 용사들이 ‘그때 그 길’을 다시 갈 수 있었던 데에는 관할 ◦군단과 ◦◦사단 관계자들의 큰 배려와 도움이 있었다.

33.gif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6·25 참전 용사들의 사진을 찍어 전달하는 「프로젝트 솔져」로 이미 유명해진 라미 현 작가는 “교회에서 이런 일을 한다는 것에 크게 감명받았다”고 했다. 부산에서 전시회를 준비하던 그는 행사를 위해 왕복 12시간이 넘는 운전에, 온종일 사진 작업, 휴게소에서의 쪽잠까지 당일 만 24시간을 강행군했다. “사진은, 액자로 전달될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는 라미 작가는 한 분 한 분 독사진 액자를 직접 전달했다.
‘헌신에 대한 헌정’이었고, 자부심에 대한 기록의 현장이었다.

참평안(취재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35

그 곳이 알고 싶다 03 | 기도처 file

시119:105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삼하 22:29 여호와여 주는 나의 등불이시니 여호와께서 나의 흑암을 밝히시리이다. 시18:29 내가 주를 의뢰하고 적군에 달리며 내 하나님을 의지하고 담을 뛰어넘나이다. 성도...

 
2019-08-01 825
34

2019 하계대성회 셋째날_02 강의8, 9 file

2019 하계대성회 강의 8 ‘함 땅’에 내려진 10대 재앙과 하나님이 ‘찾아 두었던 땅 가나안’ 시 78:43-52, 105:23-38, 106:21-22, 겔 20:6 | 오인정 선교사 하나님은 저주받은 땅을 회복하기 위해 아담 타락 이후 그 후손들 가운데 마침내 아브라함을 ...

 
2019-08-01 1241
33

2019년 평강제일교회 여름성경학교 취재기 file

지난 8월 24일 영아부 여름성경학교를 마지막으로 사무엘교회학교 각 기관의 모든 성경학교 일정을 마쳤습니다. 아이들은 교회에서 집중적으로 말씀을 공부하고 또래 친구들과 시간도 보냈으며, 주변의 새친구들에게 성경학교를 알리고 교회로 인...

 
2019-08-31 738
32

청년2부 그루터기 선교회 제 52차 정기총회 file

지난 8월 18일 주일, 여호사밧 성전에서 제 52차 청년2부 그루터기 선교회 정기총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청년2부 담당 홍봉준 목사는 ‘아론의 싹 난 지팡이(민 17:3-8)’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하며, 아론의 싹 난 지팡이에서 움이 자라 ...

 
2019-09-01 752
31

청년1부 헵시바 선교회 제 43차 정기총회 file

청년1부 헵시바 선교회(담당 유화창 목사)는 지난 8월 18일 주일, 여호수아 성전에서 제43차 정기총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유화창 목사는 ‘충성된 종 엘리에셀처럼(창 24:1-9)’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선포하고 ‘엘리에셀’처럼 주...

 
2019-09-04 919
30

여주 연수원 대청소 file

곧 맞이하게 되는 구속사 말씀 승리의 날을 준비하기 위하여 여주 평강제일연수원 대청소가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12월 7일과 9일, 남 선교회와 여 선교회 주관으로 진행되었던 보수작업과 대청소는 연수원 곳곳을 빠짐없이 ...

 
2019-12-11 899
29

2020 신년 특별 새벽예배 file

2020년 새해벽두, 신년축복성회를 통하여 받은 말씀으로 큰 복을 한 아름 안고 미지의 바다로 출항한 평강호의 모든 말씀식구들은 허락받은 8,760시간 사명에 충성하고자 다짐하는 신년특별새벽예배로 힘차게 전진하였습니다. ...

 
2020-01-08 992
28

'2020 청년 1부 헵시바 동계수련회 file

지난 2월 13일 부터 15일, ‘넘치는 감사로 여호와 삼마의 복을 받아 구속사 주역으로 우뚝 서는 헵시바(골 2:7, 겔 48:35, 사 2:2-3, 계 14:1-5)’라는 주제로 여주 평강제일연수원에서 청년1부 헵시바 선교회 동계 수련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코로나19 ...

 
2020-02-26 1252
27

2020 헵시바 창립39주년 감사예배 file

지난 5월 3일 주일, 청년 1부 헵시바 선교회의 창립 39주년 감사예배가 드려졌습니다. 헵시바 선교회의 창립일은 4월 17일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5월이 지나서야 감사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헵시바 ...

 
2020-05-11 644
26

2020 그루터기 40주년 창립기념 예배 file

청년 2부 그루터기 선교회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루터기는 한 번 베어진 아픔을 가졌지만 다시 예전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다는 남아있는 소망의 상징입니다. ‘남은 자’의 사명을 감당하고자 40년을 ...

 
2020-05-11 805
25

2020 평강 구속사 아카데미 file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연기되었던 ‘평강 구속사 아카데미’가 지난 5월 14일 개강하였습니다. 외부 목회자와 신학생을 대상으로 8주간 이어지는 구속사 아카데미는 구속사 시리즈 제 11권의 내용...

 
2020-05-20 719
24

맥컬리와 친구들 미국 서바나 횃불언약교회 file

맥컬리와 친구들 미국 서바나 횃불언약교회 2010년 조지아주 서바나로 돌아온 ‘터미네이터 전도왕’ 존 맥컬리 목사 부부가 세운 교회가 ‘서바나 횃불언약교회’(Covenant of the Torch Presbyterian Church)다. 박아브라함 원로목사가 교회 설립을 명령하고,...

 
2021-01-29 720
23

구속사 시리즈 저자 유튜브 설교 – 조회수 22만 돌파 file

구속사 시리즈 저자 유튜브 설교 조회수 22만 돌파 구속사 시리즈 저자인 휘선 박윤식 목사의 육성(肉聲)설교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기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누적 조회수 22만을 돌파했다. 구속사 시리즈 출간 후 국내외 저명한 신학자들이 “저자는 머릿...

 
2021-03-09 671
22

구속사 말씀 전 세계 전파에 결정적 전기轉機 – 구속사 시리즈 제6권 영문판 출간 file

구속사 말씀 전 세계 전파에 결정적 전기轉機 구속사 시리즈 제6권 영문판 출간 구속사 시리즈 영문판 제6권 ‘맹세언약의 영원한 대제사장’ (The Eternal High Priest of the Covenantal Oath: The Genealogy of High Priests in Light of God’s Administra...

 
2021-03-31 547
21

100만 시청자 울릴 구속사 드라마_ 글로벌 구속사 온라인 세미나 취재 후기 file

100만 시청자 울릴 구속사 드라마 글로벌 구속사 온라인 세미나 취재 후기 인도네시아 YDSU(구속사재단)와 한국의 구속사운동센터, 호라 선교회가 주최한 글로벌 구속사 온라인 세미나(webinar)가 5월 22-27일 열렸다. 6일간 12강(講)의 강의가 진행된 역대 최...

 
2021-07-01 637
20

끝까지 견뎌라. 끝까지 인내하라_2021 하계대성회 르포 file

끝까지 견뎌라. 끝까지 인내하라 2021 하계대성회 르포 2021 하계대성회가 ‘끝까지 견디고 인내하는 믿음으로 구속사 말씀운동의 승리자가 되자!’ (마 24:13, 약 5:10, 계 17:14)라는 주제로 8월 1일(주일)부터 4일(수)까지 열렸다. 1일 오후 개회예배를 시...

 
2021-08-06 570
»

그때 그 길을 가다 – 38선 돌파 양양 수복 71주년 기념예배 file

깊은 주름 가득한 얼굴에, 험악한 검은색 백골(白骨) 모자. 영 어색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곤 하는 게 조화와 부조화를 오간다. 구순(九旬)의 나이에 독(獨)사진이면, 필경은 영정(影幀)을 떠올리기 마련. 허나 숱한 사선(死線)을 넘어온 역전의 용사들에...

 
2021-11-01 577
18

드보라 성가대 42년을 기억하다. file

드보라 성가대 42년을 기억하다. 지난 11월 4일, 그동안 묵묵히 교회를 위해 헌신한 드보라 성가대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젊은 시절부터 말씀 전파를 위해 고락을 같이 한 역대 드보라 성가대 지휘자와 총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드...

 
2021-11-25 790
17

2021년 12월 17일 구속사말씀 승리의 날_휘선 박윤식 목사 천국 입성 7주년 file

휘선 박윤식 목사 천국 입성 7주년 2021년 12월 23일 나날이 흥왕하는 구속사, 중단은 없다. 휘선 박윤식 목사 천국 입성 7주년 2013년 12월 17일. 당시 국내 최대이자 유일의 기독교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휘선(暉宣) 박윤식 목사와 ...

 
2021-12-25 904
16

2022 헵시바 동계수련회 file

지난 2월 11일부터 12일까지 여호수아, 야베스 성전에서 ‘구속사 완성을 위한 아낌없는 헌신으로 성별된 족보에 기록된 자들(스 6:13-15, 느 6:15-16, 빌 4:3)’라는 주제로 청년1부 헵시바 선교회 동계수련회가 진행되었습니다. ...

 
2022-02-20 734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