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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주름 가득한 얼굴에, 험악한 검은색 백골(白骨) 모자. 영 어색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곤 하는 게 조화와 부조화를 오간다. 구순(九旬)의 나이에 독(獨)사진이면, 필경은 영정(影幀)을 떠올리기 마련. 허나 숱한 사선(死線)을 넘어온 역전의 용사들에게는 다를 수 있다. 동년배가 겪었을 비애와 세월의 무게 이상의 무언가가 황혼의 기운을 압도한다. 헌신에 대한 자부심일까. 담담하면서도 읽어내기 어려운 복잡한 인상에 일단의 의지가 엿보인다. 마음 깊은 곳 자리한 의무감은 사라지지 않은 듯, 백골과 어울려 불사(不死)의 강인함마저 느끼게 해준다. 사진은 아름다운 표정을 찾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에 담긴 역사를 좇은 듯하다.
18연대 용사들의 등 뒤로는 바로 북녘땅이다. 지척에 금강산(金剛山) 자락이 보이고 구선봉 또는 낙타봉이라 불리는 봉우리가 선명하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배경으로 알려진 ‘감호’와 삼일포의 해금강(海金剛)이 눈에 들어온다. 풍광은 수려하나, 현실은 냉엄하다. 멀리 국지봉에는 북한군 레이더 기지가 있고, 단단한 바위 곳곳을 파고 들어간 북한군 초소들이 즐비하다. “되찾아야 할 땅을 배경으로 삼았다”고 사진작가 현효제(라미 현) 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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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 이북에 위치한 이 땅을 처음 되찾은 건 바로 18연대 용사들이었다. 71년 전 낙동강 전선을 지켜내고 북상했던 국군은 38선에서 며칠을 멈춰서 있었다. 전쟁 이전의 분계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유엔군 사령부의 지시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독자적으로 진격 명령을 내렸고, 1950년 10월 1일 양양에서 38선을 최초로 돌파했던 게 3사단 18연대였다. 그러나 그해 겨울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퇴의 후퇴를 거듭하던 국군은 다시 이 땅을 빼앗겼다.

그곳을 기어이 재탈환한 것도 그들이었다. 개국 이래 최악의 전투였다는 1951년 5월 ‘현리전투’에서 희생을 최소화하고 현장을 빠져나온 18연대는 빠르게 한계령에 잠입해 오색천 주변에 진 치고 또 다른 기습을 노리던 6만 중공군에 치욕의 패배를 안긴다. 이어 곧바로 양양을 거쳐 김일성의 별장이 있었던 화진포로 진격해 오늘날의 동부 해안 전선을 만들었다. 18연대는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찾아오겠다고 수색부대를 중심으로 고성, 원산, 내금강 일대까지 진출하며 위험한 작전을 펼쳤으나 휴전협정이 진행되며 지금의 휴전선으로 물러나야 했다. 그 현장마다에 ‘군인 박윤식’이 있었고, 그는 금강산 주변 작전 중 대퇴부 관통상을 입고 사흘을 버틴 끝에 구조돼 후송됐고 이후 군을 떠나 목회에 헌신했다(2010년 10월호 참조). 소천 몇 해 전 ‘그때 그 길’을 다시 찾은 박윤식 원로목사는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북녘 땅을 한참을 바라보기만 했다고 당시 동행했던 이들은 전했다.

금강산을 뒤로 그 자리에 서기에, 이보다 합당한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까. 그 젊은 날 “백골(白骨)이 되어서라도”를 외치고, 되뇌며 숱한 생사의 전장을 함께 했던 그 많던 백골부대 용사들이 70년 세월이 흘러 여남은 이만 남아 그곳에 섰다. 마침 눈부시도록 맑고 푸른 그곳 하늘과 바다가 검은 모자의 백골(白骨)과 비장하게 대비된다. 그 모든 것을 담은 구순 용사들의 표정들은, 그래서 뭐라 형언할 길이 없다.
용사들은 「오색 여호와이레 수양관」을 들러 지난해처럼 기념예배를 드렸고 이어 메달 수여식과 사진 전달식 등이 이어졌다. 권영해 전 국방장관은 이번 행사에 백골부대 용사 가운데 행사에 새로 참가한 9명에 메달을 수여 했는데, 애초 그에게는 4개의 메달뿐이었다고 한다. 휴전선 철조망을 녹여 만든 귀한 메달로, 신규 제작이 불가능한 상황인지라 고민 끝에 문득 수년 전 터키 6·25 참전 용사들에게 전달하려다 코로나 19 때문에 남겨둔 메달이 떠올랐고, 관계자를 통해 딱 5개 남은 메달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병상에 누워 연락 두절 상태에 있던 이 관계자는 연결됐을 때가 막 회복한 직후였다고 한다. 권 전 장관은 “이 행사를 하나님의 준비하셨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금방울자매 특송, 가수 루비의 무대 등 여흥도 뒤따랐고, 용사들은 “귀하고 정성스러운 음식에 극진한 대접을 받고 돌아간다”고 감사했다. 구순의 용사들이 ‘그때 그 길’을 다시 갈 수 있었던 데에는 관할 ◦군단과 ◦◦사단 관계자들의 큰 배려와 도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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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6·25 참전 용사들의 사진을 찍어 전달하는 「프로젝트 솔져」로 이미 유명해진 라미 현 작가는 “교회에서 이런 일을 한다는 것에 크게 감명받았다”고 했다. 부산에서 전시회를 준비하던 그는 행사를 위해 왕복 12시간이 넘는 운전에, 온종일 사진 작업, 휴게소에서의 쪽잠까지 당일 만 24시간을 강행군했다. “사진은, 액자로 전달될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는 라미 작가는 한 분 한 분 독사진 액자를 직접 전달했다.
‘헌신에 대한 헌정’이었고, 자부심에 대한 기록의 현장이었다.

참평안(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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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헵시바동정] 헵시바지 1000호가 나왔습니다.

드디어 헵시바지 1000호가 나왔습니다. 수고하고 힘 쓴 헵시바지 1000호를 여기까지 오게 해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좀 더 깊이있는 고민과 논의가 이루어지는, 단순한 주보가 아닌 참된 헵시바지로, 1000호를 기점으로 더욱 더 발전하는 모습으로...

 
2004-03-15 3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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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보기도] 이달균장로님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이달균장로님께서 넘어지셔서 척추뼈 4군데에 금이가셨습니다! 병원은 안암로터리의 우신향병원 431호입니다. 성도님들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전화번호 : 02-926-7505

 
2004-03-15 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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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윤 환 장로님 빙모상을 당하셨습니다.

윤 환 장로님 장모님께서 3월 13일 (토) 에 소천하셨습니다. 장례 장소는 김포쪽에 있는 서안복음병원이고, 발인은 3월 15일 (월)입니다. 전화: 02-2601-7500

 
2004-03-15 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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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헵시바동정] 문막 작업 소식

3월 13일 토요일 새벽 6시... 동이 터오르기 이전, 청년 1부 헵시바 회원들이 하나 둘 교회로 모여듭니다. 갑작스레 문막 작업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 잠을 깨우며 순종의 마음으로 모여든 발걸음에는 봄소풍을 가는 듯 설레임이 있습니다. 이렇게 모여든 ...

 
2004-03-14 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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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헵시바동정] 13일새벽 문막으로 떠났습니다.

청년 1부 남,녀 헵시바들이 문막으로 봉사를 떠났습니다. 13일 토요일 6시에 출발하는 관계로 안나성전을 빌려서 성전에서 하루를 보내고 오늘 출발했습니다.

 
2004-03-13 3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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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평신도컬럼을 시작합니다.

1. 10배 부흥을 위한 평신도사역 2. 시사성있는 문제의 기독교인의 시각제고 3. 홈페이지 활성화 등을 위하여 평신도의 컬럼을 시작합니다. 평강제일교회 성도님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10배부흥"

 
2004-03-13 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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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교구]남선 14대 교구 3월 연합예배 안내

불황속에서도 늘 즐거움을 잃지 않는 교구 집사님들을 보면 믿음 생활이 얼마나 감사한지.... 교구 집사님들의 많은 관심 속에 3월 연합에배를 박영기 가양지구장댁에서 드리기로 허락되었습니다. 구역장님들의 수고와 모든 집사님들이 빠짐 없이 참석하셔...

 
2004-03-12 3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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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교구]개봉역 노방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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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2 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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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자소식] 청평푸른동산연수원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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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0 6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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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2:10-14] 강이 에덴에서 발원하여 동산을 적시고 거기서부터 갈라져 네 근원이 되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비손이라 금이 있는 하윌라 온 땅에 둘렸으며 그 땅의 금은 정금이요 그 곳에는 베델리엄과 호마노도 있으며 둘째 강의 이름은 기혼이라 구스 온 땅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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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총회신학원 강당에서 개강예배가 있었습니다. 성 경 : 딤후 2:20-26 제 목 : 질그릇 같은 나를 부르신 목적 설 교 : 송 억영 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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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헵시바 선교회 연합 청지기 개강예배

청년1부 헵시바 선교회는 3월 8일 월요일 서강대에서 연합 청지기 개강예배를 드립니다. 청지기모임이란, 헵시바 한사람 한사람이 전도의 사명을 맡은 청지기가 되어 십배 부흥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구성된 모임입니다. 청지기는 구역별로 총11개 팀이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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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과 같은 CEO가 됩시다 C E O 아브라함 은 갈바를 알지못하고 말씀을 쫓아 본토,친척,아비 집을 떠난후 하나님과 횃불언약을 체결하고 그자리에서 보너스(가나안 10족속)를 받아 계속 여호와 하나님의말씀 을 믿고 순종함에 투자하여 결국 믿음의 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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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국군 수도 통합 병원 베데스다 교회 찬양 집회 안내입니다. 일 시 : 3월 14일 오후 6시 30분 장 소 : 국군 수도 통합 병원 內 베데스다 교회 5년전부터 헵시바들이 계속 위문 찬양집회를 인도해 왔던 곳입니다. 동안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새로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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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광고] 유치부 조별 찬양율동잔치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할지어다 할렐루야 (시 150:6) 유년 주일학교 교육 1부 유치부에서 조별 찬양 율동잔치를 합니다. 대상 : 5,6세 일시 : 3월 21일 오전 9시 장소 : 야베스 성전 1층 8개 각 조의 어린이들이 출연하여 약 40분간의 잔치가 벌어...

 
2004-03-07 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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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청년기관에서 사순절 새벽예배가 시작됩니다.

3월 8일부터 각 기관에서 새벽예배가 시작됩니다. 요셉선교회 는 월요일~ 금요일 (3월8일~4월3일) 새벽 5:00 드보라 성전 에서 새벽예배가 있습니다. 헵시바선교회 는 매주 화요일~ 토요일 새벽 6:30 교육관 3층 에서 새벽예배가 진행중에 있습니다. 이번주는 ...

 
2004-03-07 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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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보기도]정지훈장로님의 쾌유를 기도합니다.

1대교구 교구 장로님이신 정지훈 장로님께서 서울대 병원에 입원, 1차 수술을 마치시고 화요일(3월 9일) 경에 2차 수술을 받으신다고 합니다. 뜨거운 합심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기회에 강건하게 회복되셔서 교구와 교회에 기둥같은 장로님으로 사명...

 
2004-03-07 4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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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소식] 만대산에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평강의 날에 문막 봉사 다녀온 남선교회의 문막일지입니다. 평강의날 새벽 06시30분 2대의 BUS와 개인차량을 이용하여, 120명의 남선회원들은 밭가는역사에 동참하기 위하여 만대산 문막수양관으로 향하였습니다 . 2시간남짓 걸려 도착한 문막수양관 3월의 만...

 
2004-03-06 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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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장로월례기도회가 부부동반으로 있습니다.

3월 4일 오후5시부터 여호사밧성전에서 장로월례기도회가 있습니다. 이날은 특별히 (부부동반) 아비가일회와 함께 모임을 가지신다고 합니다.

 
2004-03-06 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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