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에세이

HOME > 평강미디어 > 평강에세이
글 수 138
등록일

2017.12.01

f12d0d8c7035deea15f8a8aeea56a281_ALQBeklcGbSsyEt3iyK.jpg



요즘 차고 뜨거운 정도를 나타내는 ‘온도’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언어의 온도, 사랑의 온도, 행동의 온도, 이별의 온도, 리더의 온도 등. ’잘 지내니?’라는 작은 안부 인사가 영하 10도라면, 이것을 안부로 들어야하는지, 감정적 공격으로 혹은 섭섭함의 표현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지, 하루 종일 신경 쓰일 것이 상상돼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한 가지 슬픈 것은 우리가 높고 낮은 온도차를 극복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져 버린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반복적인 차가움에 무뎌지고 누군가의 꾸준한 따뜻함에 고마움을 잊는다. 굳이 피곤하게 차가운 것을 따뜻하게 만들지도, 따뜻한 열기를 자신에게 옮기려 하지도 않는다.


일단 내가 지금 차갑고 싶어 차갑고, 상황이 좋아지면 따뜻해진다. 차가울 때 옆에 있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상처를 받고, 따뜻할 때 있던 사람은 운 좋게 훈훈한 교감을 나누는. 이렇게 사람은 여름이 됐다가 겨울이 되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난 늘 사람들에게 뜨뜻한 온도를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은 나의 작은 말과 행동으로 상대의 마음도 잔잔히 데워질 기회를 주셨다. 모의 면접 스터디 그룹에서 어떤 여자아이를 만났다. 나보다 한 살이 어렸는데, 얼굴도 옥수수알처럼 작고 피부도 깨끗하고 말도 잘했다.


그런데 뭔지 모를 쓸쓸함 같은 게 느껴졌다. 나는 그의 면접을 피드백 할 차례가 왔을 때 ‘하나님, 이 친구 마음에 힘을 줄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잠시 기도했다.


신랄한 비평이 오고 갈 때 즈음 “넌 이 세상 유일무이한 소중한 존재잖아. 난 그게 보이는데... 너 자신을 가장 많이 아끼고 사랑해줘”라고 나는 다소 뜬금없는 피드백을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저녁을 먹자기에 만났는데 대뜸 고맙다고 하는 거다. 자신의 속사정을 들킨 것 같아 놀랐으면서도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는 것 같다 고마웠다면서.


알고 보니 2년 전 아버지가 간암 말기로 동생의 간을 이식받으셨다고 한다. 두 사람의 병원비 때문에 쉴 새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2년간 자기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린 사연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자신을 되찾아야겠다, 다짐하게 된 거다.


어쩌다 남의 마음에 꽃을 피울 수 있는 우리는 감사하게도 온도의 기복 없이 항상 뜨거운 말씀을 가까이 두고 산다. 언제, 어떤 마음으로, 어떤 곳에서 들어도 우리 한 명 한 명의 가슴에서 살아 움직인다. 정체됐던 삶이 역동하고 뒷걸음질이 아닌 앞으로 한 보 나아가게 한다.


때가 타버린 나의 모습으로 다가가기 주춤해질 때, 먼저 그 주권적이고 일방적인, 변하지 않는 사랑의 말씀은 나를 이미 끌어안고 있었다. 이 뜨거움은 내가 무뎌지기엔 너무 강력하고 확실해 깨달을 때마다 부끄러울 뿐이다.


하나님의 오차 없는 경륜과 한없는 사랑으로 팔팔 끓는 말씀을 우리가 닮아야겠다. 특히 먹고살기 바빠 차가운 인간 계산기가 많아진다는 요즘, 말씀을 받은 나만큼은 내 주변의 사람들의 가슴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그런 아버지의 자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f12d0d8c7035deea15f8a8aeea56a281_Gvg3FPVL4ypDQ.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38

#139. This is my Father's Church _ 송인호 file

This is my Father’s Church 아버지 하나님께서 만드신 교회. 구속사 운동의 교회 Oh, let me ne’er forget 절대로 잊지 않으렵니다. 아버지께서 이 교회를 위해 흘리신 피와 눈물과 땀을 That though the wrong seems oft so strong, ...

 
2017-12-01 84
»

#138. 말씀의 온도 _ 정유진 file

요즘 차고 뜨거운 정도를 나타내는 ‘온도’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언어의 온도, 사랑의 온도, 행동의 온도, 이별의 온도, 리더의 온도 등. ’잘 지내니?’라는 작은 안부 인사가 영하 10도라면, 이것을 안부로 들어야하는지, 감정적 공격으로 혹...

 
2017-12-01 95
136

#137. 감사 _ 이승옥 file

감사라는 뜻은 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이라고 사전에 정의하고 있다. 박윤식 원로목사님의 설교 중 나의 마음에 새겨져 있는 것 중에 하나는 감사가 없는 것은 다 거짓이라는 것이다. 감사 없는 헌금, 감사 없...

 
2017-12-01 69
135

#136. 내가 여기에 서있는 이유 _ 하찬영 file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우연히 저는 ‘위플래시’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개봉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라 틀어놓고 있다가 결국에는 끝까지 보고야 말았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 지금 뚜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아무래도 이제는 그...

 
2017-12-01 37
134

#135. 담백한 마무리 _ 김진영 file

차가운 바람 속에서 2017년도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점차 가까워짐을 인지하게 된다.‘올해는 정말 다르다’라는 결심과 승리의 수 ‘17’이라는 설렘을 갖고 세웠던 2017년도 신년 목표를 펼쳐 보니 새삼스럽게 다시 하나님의 은혜와 간...

 
2017-10-30 157
133

#134.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_ 강명선 file

우리 아빠는 참 복도 많다. 아내를 잘 만났다. 별로 잘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엄마는 아빠를 끔찍이도 챙긴다.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남편 만나서 고생만 한 것 같은데 환갑이 지난 지금도 아빠 곁에 있다. 옆에 꼭 붙어있다. 7남...

 
2017-10-27 169
132

#133. 나를 살게 하는 것 _ 박남선 file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눈을 뜬 이후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밀물처럼 우리의 뇌리와 마음에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나가는 것, 어떤 부류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눈을 감기 전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 바로 근심과 걱정이다. 먼지보다 자그마한...

 
2017-10-20 147
131

#132. 다음주에 또 보자 _ 이장식 file

어느덧 하늘은 높아지고 시원해진 가을바람이 분다. 그루터기 쉼터 앞 벤치에 앉아 문득 파란 가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눈길을 끄는 감나무가 있었다. 감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올해도 꽃이 피더니 이렇게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구나. 그 과실을 맺기 ...

 
2017-10-10 203
130

# 131. 수영을 통해 깨달은 영혼의 숨쉬기 file

얼떨결에 등록하게 된 수영. 교역자에겐 사명이 생명인지라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마땅한 게 없던 차에 누군가 수영을 권했다. 첫 시간부터 ‘와 이런 신세계가 있구나’ 감탄을 했다. 일단 뭔가 새로운...

 
2017-10-10 169
129

#130. 바라봄의 기쁨 _ 서재원 file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화려함, 때로는 소박함, 그리고 보는 것으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눈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관 중 하나 입니다. 하루라도 눈을 뜰 수 없다...

 
2017-10-10 71
128

#12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 _ 김영호 file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익숙한 향기를 맡았습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옛날 시골집의 향기였습니다. 초등학교 방학 때 할머니가 계신 시골에 내려가서 한 달 내내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빌라와 ...

 
2017-09-19 128
127

#128.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_ 홍명진 file

일본의 소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앤드] 1995년판이 집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렇다 못해 아주 진한 갈색 페이지들과 광택은 이미 온데간데없는 탁한 표지였다. 책을 펼치면 딱 '오래된' 종...

 
2017-09-11 215
126

#127. 인생 2막을 시작하며 file

2017년, 어느덧 입추와 처서를 맞이하고 이제는 선선한 가을바람을 기다리는 때가 되었다. 올 해 벌써 많은 일들을 겪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에 헉! 하고 놀랄만한 사건은 바로 곧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직도 어린것...

 
2017-08-30 193
125

#126. 고등부 교사 총무를 마치며 file

지난 8월 13일에 고등부 교사 총회가 열렸다. 1년 임기의 새로운 교사 총무를 선출하였다. 고등부는 고3 이전에 학생 임원 활동을 마무리하고 수험생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교사 총무의 임기도 학생의 그것과 주기를 같이 한다. 임기를 마치면서 그 동...

 
2017-08-30 187
124

#125. 노래하는 말 _ 송인호 file

죄를 짓고 붙잡혀 왕이 내리는 처벌을 받을 운명에 처한 죄수가 있었습니다. 이 죄수는 자신을 죽이지 않고 살려주면 1년 안에 왕이 아끼는 말에게 노래를 가르치겠다는 약속으로 왕을 설득해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

 
2017-08-16 156
123

#124.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_ 정유진 file

‘나비효과’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나비효과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적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사건은 사소한 것부터 중대한 것까지 무한대의 ...

 
2017-08-12 257
122

#123. 10년 _ 이승옥 file

휴대폰이 갑자기 고장 났다. 새 휴대폰으로 바로 교체 후 앱에 싸이월드가 있는 것이 보인다. ‘어라? 이거 아직도 있네…. 아이디랑 비밀번호가 이거던가…, 어 맞네!’ 싸이월드 접속 후 그곳에서 나는 10년 전 그대로 간직된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

 
2017-08-12 195
121

#122. 학교에서 배운 한 가지 _ 하찬영 file

그랬던 것이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소위 말하는 미대 다닌 남자였다(이대 아니고 미대라고 그는 또 아재개그를 날렸다). 그는 그런 그의 타이틀이 나름 있어보인다며 은근히 만족해 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디자인 전공에 대해 웬만하면 말하지 않으...

 
2017-08-09 153
120

#121. 기대와 실행 _ 김진영 file

어느덧 2017년도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2017년도라는 축구 경기의 전반전은 끝나고, 하프 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183일째인 7월 2일도 지났으니, 이제는 후반전만 남은 것이다. 부모를 통해 평강제일교회에 다니게 되고...

 
2017-07-12 220
119

#120. 아직도 꿈이 뭐냐고 묻는 당신에게 _ 강명선 file

최근 들어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남편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20대 초반에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기간이 20년이 넘은 시점에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는 내 꿈이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

 
2017-07-05 238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