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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6.12.14
특별기획 신약 성지 답사②_2
바울의 발자취 따라
그리스·로마를 가다
홍봉준 목사
9월 7일(수), 메테오라에서 출발할 때부터 비가 내렸다. 두 시간 정도 버스로 이동하여 처음 당도한 곳은 ‘베뢰아’이다. 이곳은 아테네 다음으로 큰 그리스의 2대 도시 중 하나인 데살로니가 서쪽으로 80km 정도 떨어진 도시로서, 사도바울이 2차 선교여행 당시 로마까지 연결되는 에그나티아 가도를 이용, 이곳 베뢰아로 피신하였다(행 17:10). 바울 일행은 베뢰아의 회당에서 복음을 전하는 가운데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이것이 그런가 하여 날마다 성경을 상고하므로 그중에 믿는 사람이 많고 또 헬라의 귀부인과 남자가 적지 않다”(행 17:11-12)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데살로니가의 유대인들이 베뢰아까지 와서 소동케하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곳 베뢰아에는 사도 바울의 설교 기념터와 기념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 양손에 성경을 들고 서 있는 사도 바울의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면서, 가는 곳마다 복음을 전했던 선교의 열정을 조금이나마 가슴에 담고자 하였다.
잠시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리스 분위기를 느낀 후 다시 버스에 탑승, 두 번째 들른 도시가 데살로니가이다. 11시 30분경 도착한 데살로니가는 알렉산더의 사후 네 왕 중에 하나였던 카산더 왕이 건립한 도시로서 당시 에게해의 진주라 불렸다고 한다. 항구도시답게 해안가 기념공원에는 말을 타고 마치 금방이라도 질주할 것 같은 멋진 위용의 알렉산더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다시 데살로니가를 떠나 로마로 가는 간선도로에 위치한 도시, 아볼로니아에 들렀다. 이곳 아볼로니아에는 “저희가 암비볼리와 아볼로니아로 다녀가 데살로니가에 이르니 거기 유대인의 회당이 있는지라”라는 사도행전 17:1 말씀이 새겨진 비마(강단의 일종)만 남아 바울의 행적을 증거해 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암비볼리 지역은 일찍이 알렉산더 대왕의 용별 집결지 이기도 하고, 지금은 사자상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1시 50분이 다 되어 식당에 도착, 늦은 점심을 먹고 그리스의 마지막 여정지인 빌립보를 향해 출발했다. 빌립보는 다토스 평원 팡게오(Pangeo)산에 건설된 도시로서, 알렉산더 대왕의 부친 빌립2세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세운 도시이다. 이곳은 시저와 브루투스, 카시오스 장군이 들르기도 했던 것으로, 옥타비아누스 황제가 집권한 이후 데살로니가는 마케도니아의 수도로 삼고, 이곳 빌립보는 면세특별혜택지역으로 삼은 곳이다. 또한 이곳은 로마를 본 떠 만들었으므로 ‘소로마’로 불리기도 하였다.
바울 일행이 빌립보에 도착하였을 때, 이곳은 회당이 없었기에 안식일이 되어 성 밖 강가로 나가 정결의식을 행하고 기도를 하였다. 이때 성 밖 강가에서 여인들에게 복음을 전한 결과 두아디라에서 자주색 옷감을 가져다 빌립보에 판매를 하는 자주 장사 루디아를 만나게 된 것이다(행 16:13-16). 루디아는 바울 일행을 집으로 초청하여 그녀와 그 집 사람들이 다 세례를 받게 되었다. 이후 바울 일행은 기도하러 가다가 귀신 들린 여종을 만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나오게 한 일로 인해(행 16:18) 바울과 실라가 옥에 갇히게 되었다 기도하며 찬송하는 가운데 옥문이 열리고 착고가 벗어지게 되는 이적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 일로 인해 간수까지 믿게 되고 바울과 실라를 집에 초대하여 치료해 주고 온 가족이 세례를 받는 역사가 일어나게 되었다(행 16:32-34).
지금은 폐허처럼 무너지고 팔각교회와 알파, 베타 교회터, 그리고 바울과 실라가 투옥된 것으로 추정되는 감옥 등이 남아 있지만 이곳 빌립보 도시의 교인들은 사도 바울 일행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리하여 사도 바울이 제 3차 전도여행 시 두 번이나 방문하였고, 그곳의 성도들도 바울에게 각별한 감사와 애정의 표시로 물질적 도움을 주었다. 때문에 사도 바울은 다른 지역의 선교활동 중에도 빌립보 교회와 계속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어떤 교회보다 이 교회를 특별히 사랑하였다(살전 2:2, 고전 7:5-7, 빌 4:15-16).
고대 빌립보 유적을 둘러본 후 버스로 30분 정도 더 달려가서 사도 바울이 도착하였던 ‘네압볼리’(현, 까발라) 항구를 멀리 언덕에서 바라보고 방향을 돌려 그리스의 서쪽 항구도시 이구메니 차로 이동하였다. 이곳 빌립보에서 이구메니차까지는 고속도로로 달려 5-6시간 걸리는 장거리 이동이다. 중간에 우리나라처럼 고속도로 휴게소같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거의 저녁 10시가 다 되어 이구메니차에 도착하여 늦은 저녁식사를 겨우 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장거리 버스 일정을 마무리 하고, 이곳에서 이제 마지막 행선지 이탈리아로 출발하는 것이다. 이구메니차 항에서 이탈리아 바리 항으로 가는 페리 선을 타고 밤 12:30에 출발하여 이튿날 오전 10시 30분쯤 드디어 이탈리아 땅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이곳 이탈리아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제법 내리는 빗줄기였다. 도착하자마자 다시 버스에 탑승하여 세 시간 반 정도 달려서 당도한 곳이 폼페이 유적지다. 오는 도중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 세차게 내리치던 빗줄기도 유적지를 둘러볼 때는 신기하게도 멈춰 주었다. 폼페이는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소멸되었던 도시를 후에 발굴하여 복원한 유적지로 당시 로마시대의 문화와 생활상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대략 2시간 정도 걸쳐 폼페이를 둘러본 후 또다시 버스를 타고 로마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었다.
9월 9일, 금요일 로마 투어를 앞둔 마지막 일정만 남았다. 일찍 호텔을 출발하여 가장 먼저 압비아 가도를 들렀다. 이곳은 사도 바울이 로마로 압송될 때 지나갔던 도로로 옛날 형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성경의 기록에 의하면 사도 바울이 로마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형제들이 이곳 압비아(압비오)까지 맞으러 나온 기록이 있다(행 28:15). 사도 바울은 이 도로를 따라 로마로 와서 2년 동안 복음 전파에 매진하였다. 이후 무죄 방면 후 다시 마케도냐 지역에서 복음을 전파할 때 로마 지역에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그 책임을 기독교인에게 씌우고 수장인 바울과 베드로가 참수를 당하게 되었다.
로마에서의 두 번째 행선지는 바울의 참수터와 무덤이 있는 기념교회를 관람한 후 9시 30분경 출발하여 카타콤베를 방문하였다. 초대 교회 성도들이 신앙의 박해를 피해 숨어들어 생활했던 로마 시대 지하 무덤이다. 터키에서도 괴뢰메 수도원 지역과 지하 도시인 ‘데린구유’의 답사를 통해 당시 교인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철저하게 목숨을 걸고 살아왔는지를 이곳 로마에서도 다시 한번 체험할 수 있었다.
오전 10시 50분경 일행은 4대의 밴으로 나눠 타고 로마 시내 투어에 나섰다. 도시 전체가 유적지이고 관광지인 로마를 하루만에 둘러보기 위해 초스피드로 이동하였다. 계단 성당과 개선문, 콜로세움과 고대 로마 시가 중심지에서 판테온과 트레비 분수, 스페인 계단 및 광장 등을 둘러 본 후 점심 식사를 하였다. 마지막 일정은 성 베드로 대성당. 약 2시간 정도 내부의 수많은 그림과 조각 등을 살펴보며, 로마의 국교가 된 기독교의 문화적 유산들을 실제로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진 후 공항으로 이동 8시 15분 비행기에 겨우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약 10시간 30분 정도의 비행을 거쳐 다음 날 9월 10일 오후 2시 반경에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다. 11박 12일, 매일매일 빡빡한 일정이지만 사도 바울과 초대교회 성도들의 그 열정과 헌신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며 우리의 눈과 발로 사도행전을 읽게된 뜻깊은 성지 답사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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