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0
99.97% 화장(火葬)하는 일본에서 쉴 땅을 마련해 주신 하나님
일본 선교의 주춧돌, 스즈키 유미코 권사 하나님 품에 묻히다
지난 5월 2일, 일본 홋카이도 요이치에서 강태진 목사(도쿄 사이타마 은총 그리스도교회)의 집례 하에 스즈키 유미코 권사의 하관 예배가 진행됐다. 스즈키 권사가 3년 암 투병 끝에 하나님 품으로 떠난 건 지난 4월 9일. 그 후 3일 뒤 가족과 친지를 비롯해 강태진·양귀정 목사, 오사카 낙원교회 이종근 목사, 평강제일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모여 은혜 가운데 천국 환송 예배를 드린 지 20일 만의 하관 예배였다.
보통 장례 절차는 천국 환송 예배 후 같은 날 하관 예배를 진행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는 한국과는 다른 일본의 장례 문화 때문이었다. 일본에서는 근대화 과정에서 토지 부족 문제와 불교의 영향, 위생 관념에 따른 사회 인식 변화 등으로 화장(火葬)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1915년에는 36%가량이었던 화장 비율이 1950년에는 54%, 1980년대 90% 이상으로 증가하여 2010년 이후에는 99.97%라는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매장은 한국에서처럼 그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 전체를 통틀어 매장 자체가 허용되는 지역이 매우 제한적이며, 주로 이슬람교도 등 소수 종교 신자들을 위한 특별 묘지에 한정되어 있다. 매장을 허가해 주는 지자체도 거의 없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만큼 땅을 구하고, 그곳에 매장하기까지 상당한 결단과 기다림이 필요했다.
매장지를 구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홋카이도 내에 매장지를 찾지 못하면 화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다행히도 홋카이도 전역에서 매장이 가능한 유일한 곳 ‘요이치’에서 외국인을 위한 매장지에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장지를 구했다고 한국에서처럼 관에 모셔서 바로 매장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에서는 땅속에 묻힐 매장 공간을 콘크리트로 사방 경계를 만들어 주변 땅과 차단시키는 작업을 해야만 매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경비가 필요하다. 그 사이 시신을 방부 처리하고 보관하는 비용이 들고, 매장지 구입까지 수천만 원이 소요됐다. 남편 스즈키 장로를 비롯하여 가족 전체가 한마음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장남 박진도 목사, 둘째 아들 아츠시, 막내딸 시이나는 물론 7명의 손주들까지 가족 전체가 성경 말씀에 순종하여 매장을 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스즈키 유미코 권사는 일본 영광교회 스즈키 츠요시 장로의 아내이자 뉴욕 늘푸른교회에서 시무하는 박진도 목사(본명 스즈키 야스히로)의 모친이다. 인구 8천 명도 안 되는 홋카이도 테시카가쵸라는 작은 마을에 첫 부임한 강태진 목사로부터 말씀을 만난 1992년 이후 일본 현지 선교의 주춧돌이자 어머니 역할을 해 왔으며, 부부는 그곳에 지금의 ‘영광교회’를 세웠다.
스즈키 권사는 암 투병 중에도 병원에서 끝까지 말씀을 붙잡고 성경 읽고 기도하는 생활을 멈추지 않았고, ‘구속사 말씀이 일본 전국에 전파되길 기도한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마지막 입원 전까지도 매주 정장을 갖춰 입고 예배를 준비하는 스즈키 장로와 함께 정성스럽게 교회를 청소하고, 꽃꽂이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신앙 전수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박진도 목사는 “어머니의 삶이 한 알의 밀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렇게 어머니를 모신 것이 후손들에게 언약을 믿고 천국을 바라보는 이정표가 된 것 같아서 감사할 따름”이라면서 “이곳이 세겜 땅과 같이 되길 기도합니다.”라고 했다.
기독교의 불모지 일본 땅에서 구속사의 말씀에 순종한 스즈키 장로·권사 부부와 그 유가족의 믿음은 오늘날 구속사 말씀 운동의 성취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에게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순종과 행함의 삶으로 열매를 드릴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무엇보다 부활과 변화의 신앙을 가진 유미코 권사를 매장한 일은 기독교적 영성이 척박한 일본 땅에 생명의 부활의 날을 믿고 기다리는 성도의 귀한 죽음의 귀중한 본이 되었다.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들어와서 약속을 받은 뒤 단을 쌓고(창 12:6-7) 야곱이 임종 직전 요셉에게 더 주었던 땅(창 48:22)을 소망한 믿음은 성취되리라 믿는다.
취재, 글_박진희 기자
참평안 25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