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과 세 번째 언약 맺으신 장소는 ‘벧엘과 아이 사이’가 아니라 ‘헤브론’이었다
아브라함과 세 번째 언약 맺으신 장소는
‘벧엘과 아이 사이’가 아니라 ‘헤브론’이었다
학자의 가장 큰 적은 ‘선입견’이다. ‘진짜 그러한가’라는 연구 자세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는 선입견을 낳고, 진실에 대한 탐구를 막는다.
구속사 시리즈의 출간 역사는 선입견과의 싸움의 역사이기도 하다. 제1권 <창세기의 족보>에서는 노아 방주가 120년 동안 건축되었다는 선입견이 파괴됐고, 제4권 <신비롭고 오묘한 섭리>에서는 솔로몬 성전이 7년 6개월 동안 건축되었다는 오해가 무너졌다.
이번에 출간된 제10권 <하나님 나라의 완성 10대 허락과 10대 명령>에서도 많은 오해와 선입견이 파괴됐다. 대부분의 신학자들은 아브라함에게 세 번째 언약을 주셨던 창세기 13장 사건의 배경을 ‘벧엘과 아이 사이’로 믿어왔다. 아브라함이 애굽을 떠나 벧엘과 아이 사이에 도착했고, 이곳에서 롯과 분리한 뒤에 ‘동서남북을 바라보라’는 명령과 그 땅에 대한 약속을 받은 뒤 헤브론으로 이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속사 시리즈 저자 박윤식 목사는 아브라함이 롯과 벧엘과 아이 사이에서 헤어진 것은 맞지만, 롯과 분리한 뒤에 아브라함이 헤브론 (근방)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동서남북을 바라보라’는 명령과 땅에 대한 약속을 받았고, 그 뒤에 헤브론 마므레 상수리 수풀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 사건을 ‘헤브론(근방)’으로 보아야 할까?
창세기 13장 11-18절
11 그러므로 롯이 요단 온 들을 택하고 동으로 옮기니 그들이 서로 떠난지라
12 아브람은 가나안 땅에 거하였고 롯은 평지 성읍들에 머무르며 그 장막을 옮겨 소돔까지 이르렀더라
13 소돔 사람은 악하여 여호와 앞에 큰 죄인이었더라
14 롯이 아브람을 떠난 후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눈을 들어 너 있는 곳에서 동서남북을 바라보라
15 보이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영원히 이르리라
16 내가 네 자손으로 땅의 티끌 같게 하리니 사람이 땅의 티끌을 능히 셀 수 있을진대 네 자손도 세리라
17 너는 일어나 그 땅을 종과 횡으로 행하여 보라. 내가 그것을 네게 주리라
18 이에 아브람이 장막을 옮겨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 상수리 수풀에 이르러 거하며 거기서 여호와를 위하여 단을 쌓았더라
구약 성경이 기록된 원어인 히브리어 성경을 자세히 보면, 창세기 13장은 아브라함과 롯의 분리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 1-13절과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시는 14-18절로 나누어진다.
히브리어의 중요한 문법 중에 ‘와우계속법’이 있는데, 이는 접속사 ‘바브’(ו) 다음에 완료 동사를 미완료형으로, 미완료형을 완료형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전 문장과 시간이나 논리의 연속성을 표현한다. 반면 와우계속법을 쓰지 않고 접속사 ‘바브’를 동사 앞에 쓰면 이전 문단과 분리하여 새로운 문단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법적인 규칙을 기준으로 창세기 13장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첫 번째 문단은 13:1-4절까지이다. 13:1은 와우계속법으로 12장의 사건과 시간적인 연속을 나타내며, 문장 사이마다(3, 4절) 와우계속법이 사용되어 시간의 연속성을 나타낸다. 본문을 정리하자면, 바로가 사라를 데려가라 명령한 뒤, 아브라함은 바로 애굽에서 나와 남방(네게브)을 지나 물 흐르듯이 벧엘과 아이 사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단은 13:5-13까지이다. 13:5는 새로운 문단을 시작하는 ‘바브’(ו)로 시작한다. 따라서 13:5-13에 기록된 아브라함의 목자들과 롯의 목자들의 싸움은 벧엘과 아이 사이에 도착하자마자 일어난 것이 아니며, 두 사건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반면, 13:5-13까지는 목자들의 싸움과 아브라함과 롯의 분리에 대한 문장들을 모두 와우계속법으로 연결하며 시작한다(6, 8, 10절). 본문을 정리하자면, 아브라함은 목자들의 싸움에 즉시 반응하였고, 롯과의 분리는 시간적으로 물 흐르듯 이어졌다는 것이다.
세 번째 문단은 13:14-18까지이다. 13:14도 새로운 문단을 시작하는 ‘바브’(ו)로 시작한다. 그런 뒤 16, 18절은 와우계속법으로 연결된다. 이는 ‘세번째 언약’ 사건은 롯과 분리한 직후의 사건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반면 세 번째 언약 사건과 아브라함이 장막을 거둬 헤브론 마므레 상수리 수풀에 들어간 사건은 곧바로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세 번째 문단의 배경은 헤브론(근방)에서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정황상으로도 이렇게 볼 근거가 있다. 아브라함과 롯이 거하고 있는 땅에 목자들끼리 싸움이 있었던 것은 목초가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롯만 벧엘과 아이 사이를 떠나고 아브라함은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갈된 목초지가 금세 회복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브라함은 롯에게 “네가 왼쪽으로 가면 나는 오른쪽으로 갈 것이요,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는 왼쪽으로 가리라”(창 13:9) 말했다. 롯이 선택한 곳과 다른 방향으로 아브라함도 떠나겠다고 말한 것이다. 아마도 아브라함은 아들처럼 사랑하는 조카 롯과 아주 멀리 떨어지게 되는 북쪽(동쪽을 기준하는 히브리 개념에서 왼쪽)으로 올라가기 보다는, 남쪽(히브리 개념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며 롯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자 했던 것 같다. 헤브론이 위치한 남방(네게브) 지역은 오늘날도 베드윈 유목민들이 약 22만 명이나 살고 있는 목축의 요지이다.
하나님은 왜 헤브론(근방)에서 아브라함에게 언약을 주셨나
사건을 재구성해 보자면, 롯이 떠나간 후 아브라함은 양떼를 이끌고 남방(네게브)으로 내려 왔으며, 헤브론에 도착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그에 나타나셔서 동서남북을 바라보라 말씀하시고 큰 땅을 약속하셨다.
그렇다면 왜 ‘헤브론(근방)’이었을까? 아브라함은 약속을 받은 뒤 헤브론에 도착했고, 이후 그랄과 브엘세바로 이주했지만 아내 사라의 죽음을 앞두고 다시 헤브론으로 돌아왔다. 아브라함이 직접 돈을 주고 구매한 땅이 바로 헤브론의 막벨라 밭 굴이다. 이후 아브라함 자신도 헤브론 막벨라 밭 굴에 장사되면서 헤브론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가나안 땅을 ‘돌아가야 할 약속의 땅’으로 인식하게 한 근거가 됐다.
아브라함은 헤브론을 매우 중요한 곳으로 인식하였던 것이 틀림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브라함의 일생 노정에서 헤브론은 7번째 장소이자 10번째 장소이며, 야곱의 일생 노정에서도 헤브론은 17번째 장소이다. 다윗의 도피 행로에서도 헤브론이 17번째 장소로 등장한다. 17은 완전수 7과 만수(滿數) 10의 합으로, ‘만세와 만대의 승리의 수’이며 큰 승리를 상징하는 수이다. 훗날 창세기 13:14-17의 언약대로 헤브론의 막벨라 굴은 이스라엘이 출애굽 후 가나안 땅을 차지하게 되는 근거지가 되었으며, 다윗 왕의 초대 수도가 되었다. 많은 이스라엘 인들은 첫 사람 아담이 헤브론에 묻혔다는 유대 고대 전설을 믿고 있고 실제로 아브라함이 묻힌 막벨라 굴에는 아담이 묻혔다고 전해지는 장소도 함께 보존돼 있다. 구속사 시리즈 저자 박윤식 목사는 문법적, 역사적 근거만이 아닌 성경 중심적, 구속사적 관점을 통해 세번째 언약의 장소는 헤브론(근방)일 수밖에 없음을 설파한 것이다.
글_참평안 취재팀, 일러스트_박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