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사 현장르포 1: 아브라함의 고투와 눈물의 흔적, 사해를 찾아
구속사 현장르포 1
아브라함의 고투와 눈물의 흔적, 사해를 찾아
아브라함이 아들처럼 사랑했던 조카 롯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롯이 이주해 간 소돔과 고모라는 일대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동방 4개 동맹국이 가나안 5개국을 침략한 전쟁(창 14:1-2)이다. BC 2083년부터 2082년에 걸쳐 근동 지방을 뒤흔든 이 대규모 전쟁이 발생한 곳이 바로 지금의 사해(死海) 부근이다. 이민족의 땅에 우거하는 소(小)족장에 불과했던 아브라함은 조카 롯이 포로로 사로잡혀 가자 이 전쟁에 참전한다. 그는 불과 318명의 가병(家兵)을 거느리고 승전국인 동방 4개 동맹국의 연합군을 346km나 추격해 완파하는 기적을 일으킨다. 롯이 전쟁의 참화에 빠져 결국 포로가 될 때까지 아브라함은 얼마나 가슴을 졸이며 전황(戰況)을 주시했을까.
아브라함의 구원으로 목숨을 건진 롯은 삼촌의 품으로 돌아가는 대신 또 다시 소돔과 고모라로 향한다. 15년 뒤인 BC 2067년. 99세가 된 아브라함은 자신을 찾아온 세 천사로부터 조카가 사는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할 것이라는 말씀을 듣게 된다. 롯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며 끝까지 매달리는 기도를 드렸지만 결국 소돔성은 아브라함이 간구한 의인 10명도 찾지 못하고 멸망하고 만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자신이 주 앞에 섰던 곳에 서서 소돔과 고모라에서 일어나는 자욱한 연기를 바라보는 아브라함(창 19:28). 그 후로도 계속될 조카 롯의 비극적 운명을 예감하며 얼마나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까. 참평안 특별취재팀이 아브라함의 고투와 눈물의 흔적이 아로새겨진 사해 현장을 찾았다.
이스라엘의 겨울은 한국의 초겨울 정도로, 드물지만 간혹 눈이 내리기도 한다. 예루살렘에서 출발할 때는 두꺼운 점퍼를 입고 출발하지만, 사해 지역으로 내려가면 지열로 인해 반팔 차림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지표면보다 410m 낮은 곳에 위치한 사해는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곳이다. 연평균 강우량은 약 50mm에 불과하며, 뜨거운 태양열과 지열로 일년 내내 극심한 더위가 이어진다. 한겨울의 기온도 약 28도 정도이며, 여름에는 45도까지 치솟는다. 헤르몬산과 단에서 흘러나온 물이 요단강을 타고 내려와 유입되며, 아르논 강과 세렛 시내의 물도 흘러 들어온다. 이 강물은 사해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립돼 극심한 더위로 빠르게 증발하면서 염분이 농축된다. 덕분에 사해 바다의 염도는 일반적인 바다의 10배에 가까운 26~33%에 달한다. 심한 염도 탓에 생명체가 살 수 없다. 구약에서는 ‘염해(鹽海), 아라바 바다’라고 불리웠고(신 3:17, 4:49) 십자군 시대에 ‘죽은 바다’라는 의미로 사해(死海)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해는 유익한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해안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암염이 가득하며, 바닷물을 떠놓고 말리기만 해도 손쉽게 소금을 얻을 수 있다. 고대에는 소금을 구하기 어려웠고 금에 맞먹는 재화였다. 이집트에서는 소금을 돈과 동일하게 여겨 품삯으로 지급하기도 했으며, 소금을 생산하여 판매하면 열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강수량이 많아 소금 생산이 안 되는 지역에서 소금은 부르는게 값이었다.
또한 사해의 바닷물에는 압도적인 양의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다. 오늘날에도 사해 머드를 원료로 만드는 화장품은 세계 시장에서 최고 품질로 인정받는다. 클레오파트라는 매년 두 달씩 사해를 방문하여 머드팩을 즐겼고, 유대의 통치권을 가진 로마에게 충성을 약속하는 대신 사해 자원의 독점권을 요구하고 사해 연안 엔게디 지역에 화장품을 만드는 공방을 세울 정도였다.
성경에 기록된 최초의 전쟁, ‘소금 전쟁’
소돔과 고모라를 비롯한 사해 연안 가나안 도시들의 주요 수출품이 바로 소금이었다. 소돔과 고모라라는 이름은 현재의 시리아 지역 알레포에서 발굴된 토판에서도 발견될 정도여서 사해 인근 도시국가들이 소금 무역을 통해 얼마나 큰 부귀를 누렸는지를 짐작케 한다.
아브라함이 참전했던 동방 4개국 동맹군과 가나안 5개국 연합군의 전쟁도 소금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나안 5개국, 소돔과 고모라, 아드마, 스보임, 벨라는 모두 사해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동방 4개국, 특히 엘람은 이들과 약 1,500km나 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나안 5개국이 소금 조공을 중단하자(참고-창 14:4) 소금을 확보하기 위해 원정을 감행했을 것이다.
침공을 받은 가나안 5개국 연합군은 싯딤 골짜기에 집결하여 일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동방4개국 동맹군 왕들은 싯딤의 자연 요소들을 능숙하게 파악했고 벌판 곳곳에 있었던 역청 구덩이들을 전략적으로 사용하였다. 사해 인근 지역에서 석유가 지표면으로 스며나오며 만들어진 구덩이들은 한 번 빠지면 탈출하기 어려운 천연 함정이었다. 동방 4개국 동맹군은 가나안 5개국 연합군을 역청 구덩이 쪽으로 밀어넣어 몰살시켰으며, 가나안의 패잔병들은 산으로 도망하였다(창 14:8-10). 승전한 동방 4개국 동맹군은 소돔과 고모라로 진격하여 모든 재물과 양식을 빼앗고 롯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아갔다(창 14:11-12). 아브라함은 이 소식을 듣고 헤브론에서 단, 다메섹에서 호바까지 추적하여 결국 롯을 되찾고 말았다(창 14:13-16).
소금 기둥이 된 롯의 아내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은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해도 잘 알고 있는 역사이다. 반면 소돔과 고모라의 흔적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학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사해 남서쪽과 동쪽, 그리고 사해 안에 가라앉았다는 추정이다.
사해의 남서쪽 유대 광야에는 200미터 높이의 언덕이 남북으로 8km 가량 이어진다. 놀랍게도 이 산의 80% 가량이 소금으로 이루어져있다. 멸망하는 소돔과 고모라를 뒤돌아보다 소금 기둥이 된 롯의 아내의 기록을 들어 이 지역이 소돔과 고모라였다고 보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곳은 롯이 동쪽으로 옮겨갔다는 성경의 기록과 차이가 있다(창 13:11-12). 사해에 가라앉았다는 이야기 역시 성경의 기록과 조화시키기는 어렵다.
소돔과 고모라의 가장 유력한 장소는 사해 동쪽 요르단에 위치한 밥 에드라(Bab edh-Dhra)이다. 성경 고고학자들은 밥 에드라 인근에서 가로 세로 200m 이상 규모의 도시의 유적을 발견하고 2,000~2,500명 정도가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 지역에서 출토된 토기나 식기류를 통해 농사가 가능했던 것도 확인되었다. 아마도 롯은 벧엘과 아이 사이에서 아브라함과 함께 살다가 소돔과 고모라에 펼쳐진 농경지와 기다리기만 하면 저절로 소금이 생성되는 부귀영화의 땅을 바라보며 ‘여호와의 동산이자 애굽 땅과 같다’고 느꼈을 것이다(창13:10).
현대의 밥 에드라에는 이곳이 소돔이었음을 표시하는 표지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신기하게도 이 지역에는 화산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게 그을린 돌들과 유황 성분, 변성암 등이 발견된다. 하늘에서 유황과 불을 비같이 내리셔서 심판하셨다는 성경의 기록 외에는 이 지역의 특이한 돌들을 설명할 근거가 없다(창 19:24-25). 밥 에드라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소알로 추정되는 사피(Safi) 지역이 나오는데, 요르단인들이 주장하는 ‘롯의 아내 소금 기둥’과, 롯이 거했던 동굴이라고 알려진 장소에 세워졌던 비잔틴 시대의 교회 터가 남아있다.
사해와 구속사
사해에서 나오는 소금은 물질적 축복이었지만, 정작 그 물은 마실 수 없는 물이었다. 흘러 들어오는 것을 받기만 할 뿐, 다시 흘려 보내지 않는 사해는 결국 죽음의 바다, 짠돌이 바다가 되고 말았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라는 주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행 20:35). 아무 노력 없이 소금과 같은 귀한 말씀을 받고도 다시 베풀지 않는다면, 점차 완고해지다 못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엄중한 계시를 발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구속사를 완성하시는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과 열심은 죽어버린 사해조차 생명의 바다로 살려내신다(겔 47:1-12). 에스겔 선지자가 예루살렘에 새로이 지어진 성전의 환상을 볼 때, 성전 동편 문지방에서 흘러나온 물이 동편으로 흐르다가 전 우편 제단 남편으로 흘러갔다(겔 47:1-2). 이 물은 순식간에 창일하여 건널 수 없는 큰 물이 되었고, 동방으로 향하여 흐르다가 아라바로 내려가 바다에 이르렀다(겔 47:3-5,8). 여기 ‘아라바로 내려가 이른 바다’가 바로 아라바 지역 남단에 위치한 사해이다. 놀랍게도 이 물이 사해에 이르렀을 때 모든 생물이 살아나고 고기가 심히 많아져 어업을 하는 자리가 되었다(겔 47:9-10). 좌우에 나무가 자라나 달마다 새로운 실과를 맺고 약이 되는 열매를 맺게 된다(겔 47:12).죽음의 바다 사해가 생명이 약동하는 에덴동산으로 회복되는 것이다.
글_이스라엘=정디모데 전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