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이레 33년
여호와이레 33년
1982년 3월 17일 휘선 박윤식 목사는 여러 목회자와 드보라 성가대원들과 함께 설악산 국립공원의 오색 약수터를 찾았다. 이 지역은 박 목사가 6·25 전쟁 당시 국군 3사단(백골부대) 장교로 참전해 1951년 6월 총상을 입기 전 마지막으로 주둔했던 지역이었다. 박윤식 목사는 이곳에서 성도들에게 “생각하는 대로, 믿는 대로 (본문: 빌 3:13-18)”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우리 낮은 몸을 자기 영광의 몸과 같이 변케 하시는 (빌 3:21) 변화의 축복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하늘의 예루살렘”이며 “예루살렘이 바로 여호와이레”임을 가르쳤다. 그런 뒤 박 목사는 “저 아래 태초부터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언약의 땅이 있다.”고 말했다.
3년 뒤인 1985년 3월 교회는 오색 약수터에서 3km 떨어져 있는 3천여 평의 과수원을 매입했다. 이곳이 바로 1980-90년대 평강제일교회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호와이레 수양관’이다. 두 달 후인 1985년 5월 등기를 마친 후 전투를 치르듯 수양관 공사가 시작됐다. 박윤식 목사는 이때부터 3년 넘게 한 주에도 서울과 여호와이레를 두세 번씩 오가며 공사를 진두지휘했다. 편도 5시간은 족히 걸리던 시절이었다. 소를 기르던 외양간과 붙어 있는 집에서 숙식을 하며, 축대를 쌓고, 다리를 놓고, 땅을 파서 배관을 묻는 작업을 일일이 지시하고 직접 자재를 날랐다.
“어떻게 이런 데서 사람이 사나 싶은 집이었다. 거기 사시면서 아궁이에 나무를 때서 지은 밥에다가 텃밭에서 기른 고추,호박,가지를 반찬 삼아 식사를 하셨다. 반찬이 세 가지를 넘지 않았고, 두부,생선 반찬은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당시 공사에 참여한 박종학 장로)
애굽의 수치가 굴러가는 곳
공사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인 7월부터는 교회와 각 기관이 이곳에서 첫 하계 수련회를 열었다. 이듬해인 1986년 3월 10일에는 오색천을 가로질러 수양관과 지방도로를 연결시키는 길갈교(橋) 착공예배가 드려졌다. 길갈은 애굽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진(陣) 친 42곳 가운데 마지막 장소다. ‘할례를 행하고 애굽의 수치가 굴러가는 곳’인 길갈을 지나면 영원한 천국의 상징인 가나안 땅에 입성하는 것이다. 박윤식 목사는 착공예배에서 시편 133편 1-3절 말씀을 통해 변화, 영생의 축복을 설교했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 옷깃까지 내림 같고 헬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시 133:2-3)
길갈교는 같은 해 8월 2일 완공됐다. 2006년 초대형 태풍 매미로 오색천의 모든 다리가 유실됐을 때도 길갈교만은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고, 이후 2007년에 국비로 새로 건축됐다. 길갈교라는 이름도 그대로 인정받았다. 길갈교를 건너면 펼쳐지는 여호와이레 수양관의 아름다운 터전에서 성도들은 가족별, 기관별로 텐트를 치고 해마다 4박 5일 동안 말씀의 잔치를 즐겼다. 평강제일교회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오류동 성전 시대를 열었으며, 많은 환난과 핍박을 받았던 때이기도 한 1985년부터 1999년까지 매년 여름 여호와이레 수양관은 수천 명의 국내외 평강 성도들이 함께 웃고 울었던 말씀 잔치와 신앙 훈련의 무대였다. 아침, 저녁으로 피를 토하듯 말씀을 선포하는 박윤식 목사의 모습과, 3천여 평을 빼곡하게 채웠던 오색찬란한 텐트들, 오색약수를 길어와 버너에 지은 쌀밥에 흐르던 윤기, 폭염을 덮어주던 구름기둥과 유난히 촉촉하게 내리던 여름비의 정취를 성도들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여호와이레는 비경을 자랑하는 설악산 국립공원의 한복판에 위치해 오전과 저녁 집회 사이에는 대청봉, 낙산 해수욕장, 하조대 해수욕장까지 다녀올 수 있는 천혜의 휴양지이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하계 수련회 장소는 한산 연수원과 여주 연수원으로 옮겨졌지만 많은 평강 성도들에게 여호와이레는 신앙이 성장한 고향이자 애틋한 추억의 현장이다. 지역의 교회(동신교회)로 사명을 감당하며 자리를 지켜오던 여호와이레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된 것은 2013년부터이다. 근방의 주문진 연수원 공사가 끝난 뒤 박윤식 목사는 배종연 목사를 오색동신교회로 파송하며 성전 건축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곳은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로 묶여 있어 큰 성전을 지을 수 없었고, 2014년 12월 17일 박윤식 목사가 천국에 입성하며 성전 건축의 꿈은 무산되는 듯했다.
“성전을 짓든지 집을 짓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그러던 가운데 2015년 6월 9일. 새벽기도를 드리던 배 목사는 “빨리 해! 기회야!” 라고 재촉하듯 크게 소리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그 전주에 평강제일교회 전도사들과 장로들이 잇따라 방문해 기도를 드리고 간 직후였다. 놀란 배 목사는 곧바로 군청을 찾아갔다. 펜션이나 야영장을 조성하면 일정 규모의 세미나실이나 식당 건물은 지을 수 있는 규정을 활용해 작은 건물이라도 지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서였다. 그런데 지번(地番)을 두들겨 확인해 보더니 돌아온 담당 공무원의 답변은 귀를 의심케 하는 것이었다. “여기가 자연보존지구에서 풀려서 계획구역이 됐네요. 집을 짓든지 다른 건물을 짓든지 마음대로 하시면 돼요.”
특별한 계기도 없이 갑자기 이뤄진 조치라 군청의 담당 부서도, 군청 주변의 설계업체들도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 담당 공무원은 “언제 어떻게 풀렸느냐”고 묻는 배 목사에게 “그게 뭐가 중요하냐. 마음대로 지을 수 있게 됐으니 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놀라운 일은 계속됐다. 성전을 지을 수 있게 되면서 교회는 종교 부지로의 지목(地目) 전환을 추진했다. 그러자 종교 부지 지정을 위해서는 전체 면적의 1/10에 해당하는 3백 평의 종교시설이 지어져야 한다는 당국의 회신이 돌아왔다. 3백 평의 성전을 지을 수 있는 곳은 바로 과거 하계 수련회가 열렸을 때 대형 천막을 치고 예배 장소로 사용했던 그 장소 뿐이었다. 배 목사는 당시의 파이프 구조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그 부지에 성전을 짓기로 마음먹고 크기 실측(實測)에 들어갔다. 그리고 전율을 느낄 정도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세로가 45.6 미터, 가로는 22.8 미터. 구속사 시리즈 제9권에 상세하게 밝혀놓은 모세 장막 성전의 크기 (세로 100규빗 (45.6미터), 가로 50규빗 (22.8미터)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규격이었던 것이다.
35년 만의 착공예배
그 후 2년 간의 우여곡절을 거쳐 마침내 지난 3월 17일 (토) 오전 11시 여호와이레 수양관 새 성전 착공예배가 드려졌다. 1983년 3월 17일 오색 약수터에서 예배를 드린 지 정확히 35년 되는 날이었고, 1985년 3월 매입 후 33년 만의 일이다. 이승현 평강제일교회 담임목사는 설교를 통해 “예수님의 전 생애 기간인 33년이 지난 후 이곳에 새로운 성전이 건축된다. 이곳은 ‘여호와이레’라는 이름처럼 만세 전에 하나님이 예비하신 곳”이라고 말했다. 금방울자매는 ‘에헤라 좋구나’를 봉헌송으로 드렸다. 불교 신자였던 이 지역 이장은 예배에 참석한 뒤 “이렇게 좋은 교회가 있는 줄 몰랐다. 왜 그동안 나한테 교회 오라고 얘기 안 했느냐”고 물었고, ‘가요무대’ 애청자로 금방울자매의 팬이었다는 노인회장은 교회에 대한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5개월의 건축 기간이 끝나는 8월 15일이면 성막 크기와 일치하는 2층 새 성전이 우뚝 서게된다. 이후로는 식당과 카페가 들어설 2층 건물과, 박윤식 목사가 학생 시절 신앙생활을 했던 사리원교회의 모습을 본뜬 전시실과 기도실 건물도 지어질 예정이다. 여호와이레 수양관은 여러 면에서 휘선 박윤식 목사의 발자취가 깊이 남겨진 곳이다. 올해는 박 목사가 월남한 지 70주년, 동마산교회에서 서리 전도사로 목회한 지 60년 되는 해다. 구속사 시리즈 제1권 발간 10주년에 발행된 구속사 시리즈 제10권 ‘하나님 나라의 완성, 10대 허락과 10대 명령’에 기록된 아브라함의 마지막 7번째 언약, 10번째 허락, 10번째 명령은 모두 이삭을 바침으로 허락받은 ‘여호와이레’의 축복으로 직결된다. 배종연 목사는 “길갈을 건너 영생,변화의 축복을 받은 우리가 이제 천하 만민을 살리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 여호와이레에 담겨 있다고 믿는다. 또한 여호와이레는 아브라함의 믿음과 이삭의 순종으로 완전한 신앙 전수가 이뤄진 현장이기도 하다. 여호와이레가 그런 약속의 장소가 돼야 한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구속사의 성취 장소 ‘여호와이레’의 비전
지난해 6월 서울-양양간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되면서 이곳은 서울에서 2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 됐다. 전세버스로 한계령을 넘으며 5시간 넘게 걸려야 도착하던 일은 추억으로만 남게 된 것이다. 지역 숙원사업인 대청봉 근처까지 잇는 케이블카도 곧 착공돼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공간의 제약이 해소되면서 여호와이레 수양관은 언제든 가서 기도도 하고 모임도 가질 수 있는 장소가 됐다. 여호와이레는 ‘열방이 몰려오는’ 구속사의 비전과도 직결돼 있다. 이곳에서 20여 분 거리인 양양 국제공항은 중국과 동남아 3개국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단체관광객에 대해 15일간 무비자 입국 관광이 허용돼 있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4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된 제도지만 강원도가 연장 운영을 추진하고 있어 계속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 구속사 말씀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이들 국가의 성도들이 양양공항으로 입국해 여호와이레 수양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진 뒤 주문진과 여주, 서울, 구례 등을 차례로 방문하는 꿈이 한발 더 현실로 다가선 것이다. 북한 지역과도 쉽게 통하는 곳이어서 통일 한반도 시대의 구속사 거점으로서의 비전도 품고 있다.
“여호와이레는 ‘여호와께서 준비하심’이란 뜻입니다. 그러므로 그 땅은 이미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위해서 준비해 놓으신 땅인 것입니다.”(구속사 시리즈 제10권 95쪽)
글_호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