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 성도들의 특별한 사순절
평강 성도들의
특별한 사순절
초록이 만개하는 찬란한 봄, 평강의 3월과 4월은 ‘잿빛’이었다. 부활의 기쁨을 맞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수난의 사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재의 수요일’로 시작되는 사순절 기간에 평강 성도들은 회개하고 갱신하며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했다. 예수님을 따르는 재투성이 생활 속에서 부활의 참 생명이 솟는 평강의 풍경을 취재했다.
고난주간 특별성회와 성전 대청소
지난 4월 15일(월)부터 19일(금). 저녁마다 모리아 성전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성도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활짝 핀 봄꽃이 저녁 어스름에 비낀 봄날의 평강 동산은 경건한 성도들의 모습으로 더욱 빛났다. 고난주간에 예수님은 매양 이맘때면 머리 두실 곳이 없어 베다니로 내려가셨으리라.
평강제일교회는 해마다 고난주간 특별성회를 열어 사순절의 절정을 보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저녁 7시 30분이다. 올해도 남녀노소 성도들이 날마다 모리아 성전을 2층까지 채웠다. 특히 젊은이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저마다 생업과 학업이 바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고난주간만큼은 모든 세상 일을 뒤로 하고 성전으로 나아왔다. 성가대와 관현악단은 날마다 정결한 성의를 갖춰 입고 경건한 찬양을 드렸다. 예수님의 참혹한 고통과 고독과 고민을 눈물로 증거하며 동참을 호소하는 휘선 박윤식 목사의 설교에 많은 성도들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 우리 마음에는 왜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없어야 할 것으로 가득 차 있느냐는 질타에 통회(痛悔)했고, “너만은 용서 못 한다”고 했던 사람까지 오늘부로 용서하라는 말씀에 마음 깊은 곳이 녹아내렸다.
매일 집회를 마치고 밤늦게야 집에 들어가는 한 주였지만 성도들은 새벽 제단도 비우지 않았다. 오전 5시에 드려지는 새벽예배에는 사순절 기간 내내 성도들이 여호수아 성전을 가득 채웠다. 예수님도 잠 못 이루시고 새벽마다 인류의 그 무겁고 무서운 죄를 걸머지고 기도하셨기에.
올해는 <우리도 예수님처럼>이라는 제목의 고난주간 묵상집이 소책자로 발간돼 성도들의 경건한 삶을 도왔다. 고난주간 예수님의 행적이 날짜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책자다. “성도라면 어떻게 고난주간에 TV를 보고, 친구를 만나 희희낙락하겠느냐”는 권면에 순종해 세상의 유희도 잠시나마 끊었다. 남선교회 등 여러 기관들은 사순절 기간 동안 릴레이 금식기도를 통해 경건한 삶을 실천했다.
고난주간 마지막 날인 4월 20일(토)에는 목회자들과 수백 명의 성도들이 아침부터 각 성전으로 모여들었다. 부활주일을 앞두고 성전을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은 평강제일교회의 신앙적 전통이다. 성도들은 모리아 성전을 비롯한 각 성전과 교회 구석구석을 물청소하며 각자의 마음 성전까지 깨끗이 했다. 일부 기관들은 사순절 시작을 앞둔 지난 3월 초에도 성전을 1차 청소하며 사순절을 준비했다.
지난 두 달 동안 에담, 엘림, 마르다 등 교회 식당들의 메뉴도 평소와는 달랐다. 평강제일교회는 사순절에는 육류 반찬을 내지 않는다. 올해 사순절 기간에는 고기 대신 고등어무조림, 삼치유자청구이, 파꽁치구이, 생선가스, 가자미튀김 등 다채로운 생선 요리가 주일 점심식사로 마련되었다. 많은 성도들이 교회에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고기를 먹지 않고 식욕과 오락을 스스로 금하는 사순절을 보냈다.
부활절 뮤지컬을 준비하며 사순절을 보낸 헵시바
청년1부 헵시바선교회는 사순절 기간 동안 부활 절 뮤지컬 <영원한 생명>을 준비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예언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부활하시고 영광 받으시기까지의 과정을 노래와 연기로 표현했다. 뮤지컬의 명곡들을 개사해 전달력을 높였다. 4월 21일 부활주일 3부예배 후 공연되며, 25명의 헵시바가 참여했다.
뮤지컬을 기획한 계기는?
전진명 (뮤지컬 총감독): 헵시바들이 부활절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기를 바랐습니다. 모든 참여자들과 이 뮤지컬을 보는 헵시바들이 예수님의 고난을 성경적으로 바르게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누군가 헵시바에게 고난주간과 부활절 내용을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말씀을 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준비에 어려움은 없었나?
백명남 (출연자): 노래를 부르면서 가사에 감정을 넣어야 하는 게 조금 힘들어요. 그래도 이렇게 뮤지컬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전진명: 계획대로 안 될 때는 화도 나고 힘이 듭니다. 그런데 제가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강희승 헵시바 부회장이 카톡으로 말씀을 보내주는데 ‘화평하라’는 내용의 말씀이었어요. 말씀을 통해 예수님을 생각하며 저도 인내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백명남: 군중들이 예수님을 팔아넘길 때 ‘왜 그래야만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자신도 군중들처럼 무리에 섞이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믿고 나아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회개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사순절 기간 스스로 다짐한 자신의 모습은?
백명남: 저는 주일 2부예배 후 십자가제단에 가서 기도하는 자세를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전진명: 한 가지라도 달라진 제 자신이 되고 싶어요. 이번 사순절을 통해서 제가 부정적인 사람에서 늘 감사로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도로 회개와 갱신을 이룬 청년들
청년2부 그루터기선교회는 사순절을 릴레이 단체 기도회로 지켰다. 시편 51:10 말씀(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을 주제로 3월 30일부터 4월 20일까지 매주 토요일 기독사관학교 직후, 동·서·남·북 각 팀별로 한 주씩 맡아 진행했다.
사순절 릴레이 기도회를 하게 된 이유는?
성시백(‘서팀’ 기도회 진행자): 처음 이야기를 나눈 것이 사순절이 약 4주 남은 시점이었어요. 마침 그루터기는 올해 지표에 맞게 동서남북 4개 팀으로 나뉘어 있었고요. 남은 4주 동안 한 팀씩 릴레이 기도회를 하면 어떻겠냐 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도회 진행 방식이 매주 달랐다고?
성시백: 지난주에는 찬양을 드린 뒤 다같이 기도를 했고, 저는 짤막하게 말씀을 나누고 싶었어요. 유대 사람의 명절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셔서 누워 있는 병자에게 낫고 싶으냐고 물으셨죠. 우리가 진정으로 낫고 싶고 문제가 해결되기 원한다면, 낫지 않는 이유를 먼저 대거나 그 원인을 찾아 원망하는 게 아니라 십자가를 진 예수님을 따라 그 문제를 가지고 기도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기도회에 참여할 때의 마음은?
문지현: 이번 사순절 기간 결심한 것이 기도 생활이에요. 요즘은 아침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기도하고 있어요. 그런데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다 같이 하는 기도는 힘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동서남북 팀으로 나눠서 릴레이 기도회를 한다고 했을 때 정말 좋았죠. 기도 생활에 집중하고 나서 느끼는 건데, 한 번 회개한 것을 또 회개하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기도에 자신이 사라질 때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순절 기간만큼은 기도를 끊임없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사순절을 어떻게 보냈나요?
성시백: 주변을 좀 돌아보려고 해요. 신앙생활이 힘들거나 교회에 잘 못 나오시는 분들이 참 안타까워요. 말씀만 바라보고 나아가되, 좌우도 돌아보아야 합니다. 또 점심 금식을 작정하고 직장에 있는 기도실에서 기도하는 중인데요. 금식하며 간절히 기도할 때 더 잘 들어 주신다고 하셔서, 시간을 확보해 기도하도록 노력 중입니다.
문지현: 저도 항상 제 자신을 위한 기도에 집중했었는데요. 최근 병상에서 고통 받는 그루터기 친구를 위해 기도하면서 달라졌어요. 혼자 견디기 힘든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게 정말 필요하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더욱 기도하려고 합니다.
말씀을 상고하며 사순절을 보낸 장로들
장로회는 지난 2008년 고난주간과 부활주일 설교를 영상으로 다시 들으며 사순절을 보냈다. 3월 3일부터 4월 21일 부활주일까지 총 8주에 걸친 성경공부였다.
어떤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나?
채건석 장로: 사순절 기간 가장 마음에 새기는 말씀은 십자가 사건입니다. 예전에는 예수님이 피 흘리셨다, 가시관 쓰셨다, 옆구리가 창으로 찔렸다 하는 말씀들이 와 닿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박윤식 목사님이 천국 입성하신 뒤에는 고난주간만 되면 그 설교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박 목사님이 피를 토하듯 설교하시던 말씀들인데, 그 십자가 수난의 말씀들을 그때 제가 너무 안일하게 들었었어요. 후회와 함께 이제는 그 말씀들이 가슴에 절절히 와 닿고, 엄숙한 마음으로 고난주간을 보내게 됩니다.
김효명 장로: “여러분 때문에 교회 나오는 사람 몇이나 있습니까. 몇이나 있어요? 일 년에 한 사람도 전도 못한다면 이게 산 사람입니까? 죽은 송장이지. 가만히 있지 말고 전도하세요. 산 사람은 움직입니다. 말씀은 운동력이 있어요. 심혼(心魂)골수(骨髓)를 찔러 쪼개는 그런 말씀의 능력이 있습니다.”라는 말씀(2008년 3월 16일 <고난주간 첫날에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시니> 중)이었습니다. 과연 나 때문에 교회에 나오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이제까지 송장이었구나, 가만히 있기만 했구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만세 전에 구원받기로 작정된 사람에게 말씀을 전해 그분들을 말씀 앞으로 인도해야 했는데 제가 움직이지 않고 있었어요. 제가 전도에 무능력했던 것들을 많이 회개하고 뉘우쳤습니다.
말씀을 통해 사순절을 보내는 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나
채건석 장로: 말씀을 들으면 ‘그래. 이제는 내가 예전같이 하지 말고 뭔가 달라져야 한다’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만 분의 일이라도 말씀 듣고 배운 대로 해야, 하나님을 돕는 것이고 믿는 것이고 인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화가 나도 ‘주님은 고난 중에도 원수까지 사랑하셨는데……’ 생각하며 사람들에게 덕을 쌓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그분들이 저를 따라오게 되고 결국 예수님을 인정하게 되니까요. 나이가 들수록 두려운 마음이 생깁니다. ‘이 일이 정말 주님을 위하는 일인가’ 두려운 마음으로 돌아보죠. 이런 생각 가운데 내가 남의 마음 상하게 할 것 같으면 말도 자제하고, 행동도 주의하게 되는 것을 보면 제가 조금씩 말씀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습니다.
김효명 장로: ‘십자가상의 6시간은 예수님 일생의 압축이자, 인류 구속의 완성을 위해 기다린 6시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2008년 3월 21일 설교 <비참한 사형수로 취급> 중). 지금까지의 사순절 기간 중 과연 나는 예수님처럼 하나님께 받은 사명을 위해서 집중ㆍ압축하는 6시간이 있었나 돌아보았습니다. 6시간은커녕 60분, 6분도 자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생명을 내놓으셨던 십자가상 6시간처럼, 나에게도 허락받은 오늘 중 사명으로 압축될 수 있는 시간이 꼭 있어야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남은 사순절 기간을 어떻게 보내려 하나?
채건석 장로: 새벽예배 때 산상기도를 하려고 합니다. 회개와 갱신을 말로만 하는 것은 힘이 없으니까, 행동에서 무언가를 하고자 노력하는 거죠. 주님의 뜻을 위해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이번 산상기도를 통해 새로운 각오로 바로 서고 싶습니다.
김효명 장로: 기도에 힘쓰고자 합니다. 매일 매일을 허락받은 오늘, 기도로써 사명으로 압축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글_윤은혜, 장미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