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팀 사역을 통해 깨닫는 인생의 후반전
아론팀 사역을 통해 깨닫는 인생의 후반전
새벽 4시, 알람 소리가 울리면 하루가 시작됩니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전날 밤 다려놓은 옷과 깨끗이 닦은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섭니다. 4시 30분,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 기도를 드린 뒤 교회로 향합니다. 이미 팀원들이 도착해 차 한잔을 나누고 있는 모습은 언제나 제 마음에 따뜻한 평안을 줍니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장례식장으로 이동하기 전, 아론팀 사역을 시작한 이후 생긴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장례식장 입구의 모니터를 늘 확인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고인들의 연령이 표시되어 있는데, 매번 느끼는 사실은 ‘가는 데에는 순서가 따로 없구나’ 하는 깨달음입니다. 여덟 분 중 한두 분은 꼭 젊은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원로목사님께서 종종 하시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가야 될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 벌어놓은 돈, 쌓아온 명예, 그거 싸들고 갑니까? 아무 것도 못 가져가잖아요?” 그 말씀을 들을 때마다, 인생이 정말 ‘빈 손으로 떠나는 나그네의 여정’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건 말씀뿐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깊이 새겨집니다. ‘내가 너에게 준 말씀 가져왔느냐?’ 그 질문 앞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살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힘이 없어지면 ‘껄껄껄’ 한다고 합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병이 찾아오면, 그제야 후회가 시작된다는 것입니 다. ‘젊었을 때 봉사할 걸, 예배 시간에 집중할 걸, 한 사람이라도 더 전 도할 걸, 예배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킬 걸⋯.’ 이런 후회가 입에서 ‘껄껄껄’로 흘러나온다고 합니다. 저는 그 ‘껄껄껄’ 하지 않으려고 힘이 있을 때 주어진 교회 직분을 성실히 감당하자고 다짐하곤 합니다.
목사님과 함께 천국 환송 예배를 마친 뒤 관을 운구차에 싣고 장지로 이동합니다. 우리 교회 성도님들은 대개 문막 충효 공원이나 여주 남한강 공원묘역을 선택합니다. 장지에 도착하면 비석에 새겨진 “OOO 성도의 집”이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그곳은 주 안에서 잠들어 계신 성도님의 집입니다. 관을 안치한 뒤에는 각자 맡은 본분에 따라 성도님께서 머무실 집을 정성껏 지어 드립니다. 이 식양은 원로목사님께서 친히 마련하신 것이며, 그 가르침을 따라 지금도 그대로 지켜가고 있습니다.
모든 예배 절차가 끝나고 축도를 드릴 때, 항상 제게는 작은 기적이 일어납니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그 순간만큼은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칩니다. 마치 성도의 죽음을 귀히 보시는 하나님께서 “수고했다.” 하시 며 손수 위로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만물을 다스리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교회에 돌아와 마무리 기도를 드릴 때면 항상 같은 고백을 올려 드립니다. “누가 땅에 묻히길 원하겠습니까? 살아생전 변화되기를 원합니다.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우리가 주 안에서 잠든 성도님을 정성껏 모시는 이 모든 과정은 단순한 전통이 아닙니다. 시편 116편 15절은 “성도의 죽음은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귀중하다.”라고 말씀합니다. 무덤은 영원한 끝이 아니라, 주님 다시 나타나실 때 깨어 일어날 생명의 집입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많은 믿는 이들이 화장을 선택합니다. 성경은 악인과 하나님께 도전한 자들을 불로 소멸하였다고 증거합니다. 나답과 아비후, 고라와 그 일당 등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한 결과 불 심판을 받았습니다. 이는 불 심판이 결코 성도의 몫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성도는 불로 태워지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잠들어 다시 살아날 몸으로 준비되는 것입니다.
<아론 선교팀>의 ‘아론’이 횃불 언약의 성취자 요셉의 ‘관’ 또는 ‘언약궤’를 의미하듯, 우리는 구속사의 ‘궤’ 와 같습니다. 그 안에 생명을 모시고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길로 나아가는 종들입니다. 이 사역을 통해 우리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온전한 몸을 보전하여 영원한 천국에 오르기를 소망하게 됩니다.
평강 성도의 ‘가는 길’은 특별하다. 그 특별함은 ‘아론 선교팀’이 만들어 가는데, 천국 환송 예배가 이뤄진 이후부터 ‘성도의 집’을 짓고 하관하는 등의 모든 일을 포함한다. 이 모든 과정이 단순한 장례가 아니라, 주 안에서 잠든 성도의 집을 세우는 거룩한 사역임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 과정이 너무도 정성스럽고 성별된 것에 감동된 가족, 친지들이 새롭게 교회를 나오게 된 사례가 적지 않다.
박아브라함 목사는 1958년 목회 사역을 시작하면서 직접 염, 운구, 하관을 행하면서 ‘근조 사역’의 기틀을 마련했다. 1987년 대성교회 남선교회를 중심으로 ‘근조부’가 조직되었고, 2013년 2월 창세기 50장 26절 말씀을 근거로 ‘아론 선교팀’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가나안 땅의 약속을 성취한 요셉의 관, 언약궤, 방주 등을 의미하는 아론이다. 현재 약 스무 명의 봉사자가 헌신하고 있다.
기고_임세도 집사
- 25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