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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말씀이 유물로, 그 유물이 다시 말씀으로 이어지는 – 평강성서유물박물관 개관 27주년 무료 관람 행사

2025.11.21 14:10

성경의 말씀이 유물로,
그 유물이 다시 말씀으로 이어지는

평강성서유물박물관 개관 27주년 무료 관람 행사

 

 

<평강성서유물박물관>이 개관 27주년을 맞아 최근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로고를 바꾸고 상설 전시의 컨셉트와 설명에 큰 변화를 시도했다. 이전에 ‘창조-타락-회복’이라는 주제로 나뉘었던 전시 공간을 ‘토기, 등잔, 도장의 성서 역사’, ‘신앙과 전쟁의 흔적’, ‘문자와 동전으로 보는 성서 시대의 발전’, ‘투명한 아름다움의 일상 문화’ 등으로 세분화했다. 좀 더 직관적인 카테고리로 관람객들의 편의와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로고를 교체한 것이다. 이전의 것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양면성을 표현한 ‘뫼비우스띠’의 형태였다. 새 로고는 아치형 기둥, 등잔의 불꽃, 그리고 펼쳐진 책을 기호화했다. 이 금색 로고는 “성서 유물을 통해 시대를 밝히다.”라는 박물관의 정체성을 더욱 명징하게 나타내고 있다.

예루살렘의 「바이블랜드 뮤지엄」이나 「대영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고대 근동의 유물이 서울의 외곽 오류동에 들어오게 된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평강성서유물박물관의 기증자, 세계적인 미국의 고고학자 케네스 바인(Kenneth Vine) 박사는 평생 중동과 아프리카를 누비며 기독교 관련 유물 4,000여 점을 수집하였다. 케네스 박사는 자신의 이름을 딴 개인 박물관을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건립하여 외아들에게 전부 물려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1995년 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케네스 박사는 삶의 의욕을 완전히 상실한 채 실의에 빠졌다. 당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목회 활동을 해 온 박아브라함 목사는 누군가를 통해 케네스 박사의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고, 자주 케네스 박사를 찾아가 위로를 건네며 함께 기도했다. 그 결과, 박 목사와 케네스 박사는 1년 만에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케네스 박사는 “자식을 잃고 난 후 인생의 허무함을 느꼈는데 다시 새로운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 준 것에 보답하고 싶다.”라며 유물 가운데 1,800여 점을 조건 없이 기증하였다. “기적적인 발전을 이룬 한국 기독교가 앞으로도 발전하는 데 써 달라.”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그리하여 평강제일교회 문화관에 박물관이 들어서게 되었다.

박물관은 3, 4층에 걸쳐 두 개의 전시실을 보유하고 있다. 제1전시실 입구의 양쪽 벽은 그룹으로 장식되어 고대 오리엔트 문명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번 리뉴얼로 전시실 곳곳에 부착된 QR 코드를 통해 유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둘러볼 수 있다.

<성서 박물관>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세속적인 시대 구분에 더해 성경에 기반을 둔 연대 구분도 함께 표기하고 있다. 예컨대 세 족장 시대 혹은 여호수아 시대 등이 레이블에 적혀 있다. 이는 세계사가 구속사와 분리된 별개의 흐름이 아니라, 하나님의 경륜의 톱니바퀴에 맞물려 실현되는 역사임을 명시한다.

제1전시실에서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흥한 주전 4,000년경부터 그리스-로마 시대에 이르는 토기, 등잔, 그리고 도장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투박한 등잔은 질그릇 같은 인간 속에 말씀을 더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을 밝히는 사명을 주셨음을 상기시켜 준다. 반면 토기는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땀 흘려가며 양식을 얻어야만 하는 타락한 인간 삶의 단면을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이 유물은 먹고 마심이 필요 없는, 오직 평강과 희락 안에 거하게 될 하나님의 나라를 조망하도록 한다.

제2전시실은 믿음의 선진들이 하나님께 도전하는 세력으로부터 신앙의 정절(挺節)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사투를 벌인 흔적을 보여 준다. 조각된 ‘신’들은 하나님 없이 이 땅에서 풍족함을 누리고 영생불멸을 꿈꾼 인간의 허망한 욕망을 반영한다. 그중에서도 풍요의 여신상들은 믿음의 선진 야곱의 아내 라헬이 숨긴 드라빔을 연상케 한다. 그럼에도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타락한 인류 구원을 위해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다. 이는 주제 3 공간에 전시된 고대 동전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동방박사를 묘사한 동전부터 예수님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에 이르기까지, 모두 예수의 역사성을 방증한다. 같은 공간에 전시된 인류 최초의 언어 수메르어를 기록한 쐐기문자 점토판은 시대에 따라 형태를 거듭 변화하였고,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복음 전파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가는 출구 근처에는 구부정한 자세로 율법을 등사하는 서기관의 그림과 함께 구속사를 관통하는 구절인 신명기 32장 7절 말씀이 적혀 있다. <구속사 시리즈>가 나오기 이전과 이후의 박물관과 유물은 달리 보일 수밖에 없다. 성경 속 ‘옛날을 기억하는’ 이들의 눈이라면 각각의 유물에 응축된 구속사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속사 시리즈>가 완결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재편된 <평강성서유물박물관>, 한번 둘러보기를 권유한다. 성경의 말씀이 유물로, 그 유물이 다시 말씀으로 이어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윤루디아 기자

 

  • 2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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