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 제사!’ 제16회 성경 구속사 세미나 영상 촬영 동참기
‘그 날, 그 제사!’
제16회 성경 구속사 세미나 영상 촬영 동참기
‘눈의 복음’으로 확인한 제사의 현장
자정 무렵에 방문한 여주 연수원은 가늘게 내리는 비 탓인지, 고요하고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한적한 그곳에 20여 명이 <제16회 성경 구속사 세미나>에서 상영할 영상 촬영을 위해 방문했다. 각자의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촬영은 단 하루. 16시간에 걸친 강행군이 이어졌다.
도착했을 때 시온 성전 4층 예배실은 촬영장으로 세팅되고 있었다. 대형 스크린과 카메라, 시대복, 조명 장비 등이 세심하게 조율되고 있었고, 실제 크기의 소와 양, 염소는 물론 제사에 사용되는 놋그릇 등 다양한 성물까지 배치되고 있었다. 소품팀은 좀 더 실감 나는 촬영을 위해 제사에 사용하는 소의 창자를 직접 준비했는데, 창자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번제단에 뿌리는 피를 물엿과 기름, 색소 가루 등을 넣어 직접 제조하기도 했다. 그 중 유난히 눈에 띄는 무대 설치물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구릿빛의 네모반듯한 형태로 길이와 너비가 다섯 규빗, 높이가 세 규빗이 되며 각 모퉁이에 높게 치솟은 뿔이 달린 번제단이었다. 성경과 구속사 시리즈, 그리고 다양한 이미지 자료를 통해 상상만 해 오던 제단이 눈앞에 실제 크기로 복원되자, 그 압도적인 규모에 현장 분위기는 한층 더 무겁고 엄숙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모세 역을 시작으로 분장이 차례로 진행됐다. 분장사가 세심한 손길로 주름살 하나부터 검버섯까지 치밀하게 구현해 냈는데, 완성된 모습은 부모님까지도 못 알아볼 정도였다. 의상까지 갖추고 나니 대제사장 예복을 입은 아론이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다. <구속사 시리즈 제6권> 「맹세 언약의 영원한 대제사장」에서 성경 기록에 따라 고증하고 복원한 예복과 관은 현장의 몰입감을 한층 더했다. ‘딸랑 딸랑’ 아론이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예복 아랫단에 달린 종소리가 맑게 울려 퍼졌다. 청아한 소리는 촬영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카메라가 돌아가자,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시던 ‘모세’와 ‘아론’ 두 주인공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는데, 모두 긴장한 나머지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촬영은 감독의 큐사인에 스태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배우의 눈빛, 억양부터 발걸음의 보폭까지 세심하게 교정하며 촬영이 진행됐다. 촬영은 큐시트의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진행됐는데, 모세와 아론의 개인 장면을 먼저 촬영한 뒤 한참을 기다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단체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긴긴 대기 시간, 입가에 붙인 수염들이 조금씩 떨어져 다시 분장을 받는 일이 반복되기도 했다. 제사장의 위임식은 모세가 주관해서 진행되었는데, 세마포 고의를 입은 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물로 씻기는 ‘정결 예식’부터 아론에게 거룩한 예복을 입히는 ‘착의식’, 머리에 관유를 부어 거룩하게 구별하는 ‘도유식’ 등 성경에 기록된 대로 하나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제사법과 절차를 따라 촬영해 나갔다.
이어 본격적으로 위임식 속죄제가 진행됐다. 아론과 아들들이 안수한 수송아지의 목덜미 근처에 모세가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았다. 오른손에 칼을 들고 잠시 하늘을 향해 기도한 뒤, 경동맥 근처를 천천히 앞에서 뒤로 한 번에 그었다. 이어 미리 준비해 둔 되직하고 검붉은 피를 번제단 뿔에 묻히고, 나머지는 단 밑 기초단에 부었다. 이렇게 속죄제를 시작으로, 피를 번제단 사면에 뿌리는 번제와 제사장의 손끝, 발끝에 피를 바르고 제물을 앞뒤로 흔들어 하나님께 제물을 드리는 화목제로 이어졌다. 이어 아론과 아들들에게 피와 관유를 뿌리는 순서를 끝으로 위임식의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취임식은 위임식과 달리 아론이 직접 주관해 예배를 드린다는 점, 그리고 세부 절차에서 일부 차이가 있었다.
촬영이 끝났을 때 시곗바늘은 이미 토요일 새벽 2시를 향하고 있었다. 긴 하루 이어진 촬영과 분장, 반복된 연습으로 스태프와 배우들의 피로가 눈에 띄게 쌓였지만, 불평하는 이는 없었다. 스태프의 대다수는 당일 예정된 각종 모임과 예배 준비를 위해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서울로 다시 향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제사로 성취하신 위임식과 취임식의 핵심 과정을 ‘눈의 복음’으로 확인한 귀한 시간. 은혜 언약의 표징으로 주신 제사에 참여하며 제사를 통해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음에 새삼 감사하게 됐다. 한편으로 역사적 첫 제사인 취임식이 무흠한 제사로 드려지지 못했던 아쉬움이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님께서 명하신 합당한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그간의 예배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청년 2부 그루터기 선교회 이준열(아론의 셋째 아들 엘르아살 역할)
“‘직분’이라는 것의 가치와 무게감이 몸에 와 닿았습니다.”
아론의 아들 역할로 출연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제 역할은 아론의 막내아들 이다말이었습니다. 영상 촬영도 처음이었고, 이 과정 속 어떠한 은혜와 감사가 있을지 몰라 설레기도 했습니다.
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것은 대단히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단순한 교육을 넘어, 말씀이 살아 움직이는 체험의 공간이었습니다. 촬영 전날부터 ‘그때 그 광야’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바닥을 모래 빛으로 칠하고, 백성들이 서 있을 자리를 조용히 만들었습니다. 소와 양, 숫염소의 예물들을 옮기고, 붉은 피를 직접 만들어 희생의 상징을 표현했습니다. 번제단과 주요 소품들 위로 햇살이 스며들고, 그 위에 덮인 천과 기름 냄새 속에서 ‘제사의 자리’가 준비되었습니다. 모세, 아론, 아론의 아들들이 모두 예복을 입고 등장했습니다. 옷자락이 흔들릴 때마다 화면 속에서 성막의 시간과 공간이 살아나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모세가 아론의 아들들을 씻기는 ‘정결 의식’이었습니다. 감독님이 ‘이제 다 벗고 들어가세요’라고 말할 때 현장은 잠시 웃음이 터졌지만, 이내 모두의 표정이 진지해졌습니다. 그 ‘벗음’은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순종의 행위였습니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현장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광야의 모래 빛, 번제단의 그림자, 붉은 흔적까지 모두가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체험한 흔적이었습니다. 이번 영상은 단순한 교육 자료가 아니라 우리가 손으로 만들고 몸으로 배운 말씀의 현실화, 믿음의 기록이었습니다. <구속사 세미나> 당일 촬영한 영상들이 강의와 함께 재생된 것을 보면서 더 큰 은혜와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이 놀라운 <구속사 세미나>의 현장에 하나님이 은혜로 강림하셨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번 촬영과 <구속사 세미나>를 통해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릴 때 하나님 아버지께서 강림하여 주심을 더욱 분명하게 믿게 되었습니다.
실제 제사장의 예복을 입어보고 제사장의 위임식과 취임식의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하며,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순간 제사장의 마음가짐을 느꼈고, ‘직분’이라는 것의 가치와 무게감이 몸에 와닿으면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청년 1부 헵시바 선교회 박창호(아론의 넷째 아들 이다말 역할)
“진정으로 하나님을 경외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
피를 만들고 80kg이나 되는 소 모형을 무대 위로 올렸다가 내렸다가 반복하는 것, 번제단을 여러 번 조립했다가 해체하는 일 등 힘을 써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촬영은 아침 10시부터 시작해서 새벽 2시에야 마쳐졌고, 현장 준비와 마무리에 많은 스태프들이 고생했습니다.
제물로 드리는 정강이, 오른쪽 허벅다리, 지방 덩어리는 모두 모형이었지만, 내장은 실물로 준비했습니다. 이렇게만 해도 준비하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번거로웠어요.
제물은 어떤 동물로 준비해야 하며, 피를 어떻게 내고, 각을 뜨는 방법까지 오직 하나님께서 명하신 말씀대로만 행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이 어떠했을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때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신을 손가락질했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고, 예배를 준비하고 드리는 지금 나의 모습과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나는 그들처럼 하나님을 경외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명심 선교사(연출 담당)
- 25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