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는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다’ – 방만석 아바드 교통 봉사팀장 이야기
‘예배는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방만석 아바드 교통 봉사팀장 이야기
우연처럼 시작된 교회, 필연이 된 봉사의 자리
“교통 봉사를 17년 했는데, 교회 온 지도 17년이에요. 오자마자, 정말 얼떨결에 시작했죠.” 그러나 그 ‘얼떨결’이라는 말 뒤에는, 지금 돌아보면 분명 하나님의 인도에 의한, ‘필연’의 과정이 있었다. 당시 방 팀장은 교회 근처에서 천연 재료를 활용한 화장품과 비누를 만드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른바 ‘천연 열풍’이 불던 시기였고, 성도들이 하나둘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 어느 날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는데 박윤식 원로목사님이 매장을 방문하신다는 것이었다. “영업하는 사람 입장에서 큰 교회 목사님이 오신다 하니, ‘나름대로 준비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 <창세기의 족보>가 막 출판된 직후, 방 팀장은 책을 구해서 저자에게 직접 사인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책을 구하려니 품절 상태였다.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어렵게 책을 구해 방문 당일 사인을 부탁했다. 사인을 위해 만년필까지 준비했지만, 원로목사님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사인은 만년필로 하는 게 아니야. 내일 주일이니까 교회로 와. 사인해 줄게.” 방 팀장과 교회가 처음으로 ‘직접 연결된 순간’이었다. 다음 날 주일, 그는 아내와 함께 교회를 찾아 사인을 받았고, <창세기의 족보>는 그렇게 ‘뜻깊은 책’으로 남았다. 그리고 몇 달 뒤인 5월 전도 축제를 앞두고 선택을 해야 했다. 그때까지 그는 다른 교회에 다니고 있었지만, 마음은 움직이고 있었다. 이전 교회의 목사님에게 평강제일교회로 옮기겠다고 말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지만, “그래도 가겠습니다.” 하고 돌아섰고 방 팀장은 가족 모두와 함께 전도 축제 마지막 날 교회에 등록했다. 많은 가족이 몰려왔던 날이었지만, 박윤식 원로목사님은 가장 먼저 자신들을 가장 따뜻하게 맞아 주셨다고 그는 지금도 느끼고 있다.
신앙을 붙잡아 준 봉사의 자리
등록을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장로가 그에게 봉사의 자리를 권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교통 봉사였다. 역할은 대운동장 담당. 교통 봉사는 예배보다 훨씬 먼저 시작된다. 처음 들은 말이 “새벽 5시 30분에 나오셔야 합니다.”였다. 이후, 17년 동안 한 번도 그 시간을 어긴 적이 없다. 항상 새벽 5시 반, 가장 먼저 도착해 자리를 지켰다. 막내였기에, 그리고 맡겨진 자리였기에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때는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그게 맞는 것 같았어요.” 지금에 와서야 느끼는 것은, 그 새벽들이 자신을 교회에 붙들어 두었고, 신앙의 자리를 지키게 했다는 것. “제 인생에서 교통 봉사팀은 하나님께서 주신 특별한 선물입니다. 모든 일이 다 잘됐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만약 이런 자리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저는 중간에 떠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연처럼 시작된 만남은 그렇게 필연이 되었고, 하나의 봉사는 한 사람의 신앙을 17년 동안 붙들어 주는 자리가 되었다.
17년 동안 ‘막내’였던 사람이 막내 팀장이 되기까지
방 팀장은 오랫동안 교통 봉사팀의 막내였다. 30년 가까이 봉사하던 선배들 사이에서 그는 늘 가장 나이 어린 사람이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먼저 나오고, 누구보다 늦게까지 남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17년을 했는데도 항상 막내였어요. 처음 신입으로 들어왔을 때도, 오늘 팀장으로서도 늘 막내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경험과 연륜이 쌓인 선배들이 연로해지면서 팀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지만, 늘 자리를 지켜온 팀원들이 있어 버틸 수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 더 열악한 상황에서도 각자 자기 위치를 지키는 분들이 있어요.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잘한다 못한다를 따질 상황이 아니에요. 그냥 한 분 한 분이 다 고맙고 소중합니다.” 방 팀장이 가장 먼저 말하는 것은 ‘어려움’이 아니라 ‘감사’다. 남아 있는 ‘동료’들에 대한 깊은 존중이 담겨 있다.
‘아바드’, 봉사를 통해 드리는 또 하나의 예배
교통 주차 봉사팀의 이름은 ‘아바드’다. 히브리어 ‘아바드’(דַבָע)는 ‘일하다’, ‘섬기다’, ‘예배하다’, ‘봉사하다’ 등 여러 의미를 가진 동사로, 단순 노동부터 하나님을 경배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최고의 섬김인 ‘예배’와 ‘봉사’가 같은 개념이다. 방 팀장은 이 이름을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우리는 봉사를 통해 예배를 드린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미 예배는 시작되는 거죠.” 그래서 그는 교통 봉사팀을 교회의 얼굴이라고 말한다. 처음 팀장을 맡자마자 사비를 들여 유니폼을 맞춘 것도 그 때문이다. 성가대처럼, 교회의 얼굴로서 단정하고 품위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추위와 더위와 싸우는 팀원들에게 힘을 보태는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라고 한다. 지나가며 건네는 “수고하십니다.” 한마디, 고개를 끄덕이며 보내는 짧은 눈인사 하나가 응원이 되어 봉사의 자리를 더욱 보람 있게 하고, 다음 주일을 더욱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게 만든다. 짧은 응원으로 누구라도 봉사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얘기다.
임수산나 기자
- 26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