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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엘림은 보이지 않는다. 이집트 구속사 세미나 참관기(1)

2026.09.22 14:46

마라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엘림은 보이지 않는다.
이집트 구속사 세미나 참관기(1)

 

 

9월 첫 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킹덤센터에서 <성경 구속사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세미나 지원 인력으로 참석한 한 그루터기의 참관기를 싣습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세미나 장소는 한국의 수련회 장소들과는 많이 달랐다. 전력이 부족해 세미나를 하는 동안에는 딱 세미나 장소에만 에어컨을 틀고, 밤이 되어야 세미나실 에어컨을 끈 뒤 숙소에 전력을 돌린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전기를 사용하다 보니 세미나 도중 정전되는 일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숙소에는 수건 한 장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침구 상태도 좋지 않았다. 누가 보아도 휴가를 내고 편히 쉬러 올 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곳에 오기 위해 자신의 돈을 냈다. 말씀에 집중하기 위해 아이들을 돌봐 줄 사람을 따로 고용하고, 직장에 휴가를 냈다. 에어컨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버스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려 이곳까지 왔다. 아마도 단지 말씀을 듣고 싶어서. 또는 성경에서 말하는 이집트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깊이 알고 싶어서. 혹은 자신들이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가의 방향을 정하고 싶어서.

찬양하는 모습도 내게는 낯설었다. 자신들의 언어인 아랍어로 찬양하면서 그저 자리에 앉아 관객처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일어나 손을 들었다. 가사를 전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가운데 반복해서 들리는 한 단어만큼은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할렐루야~” 그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워졌다. 늘 들어왔던 세미나였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했기에 사실 이번 2주 동안 무슨 별다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어떤 기대를 했는지조차 확신이 없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현실을 넘어 이곳까지 달려온 사람들이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이 사람들의 진심을 마음 한켠에서 의심하고 있었던 내 모습이 보였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이라는 이유로 영생의 말씀 앞에서도 권태로워져 있던 나와, 수많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말씀을 듣기 위해 이곳까지 온 사람들이 한 공간에 있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스스로 반성하는 것으로 이번 여정이 끝나려니 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나를 거기에만 머물러있게 두지 않으셨다. 세미나가 끝난 뒤 근처에 있는 ‘마가 기념 교회’를 찾았다. 마가는 바울과 바나바의 제1차 전도 여행에 동행했지만, 중간에 일행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간 인물이다. 이후 바울과의 관계를 회복하지만, 그 사이 마가가 어떤 시간을 보냈고 무엇을 생각했는지 성경은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가를 생각하면 ‘한 번 낙오했지만 결국 바울과 화해한 사람’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눈앞의 ‘유물’보다, 낙오했던 마가가 다시 돌아왔다는 그 ‘사실’

그런데 그곳에서 문득 든 다른 생각, ‘마가는 도망간 그 단계에 멈춰 있지 않았구나!’ 마가는 이후 알렉산드리아에 복음을 전하고 이집트 교회의 기초를 세웠으며 결국 이곳에서 순교했다. 교회 안에는 마가와 초기 기독교의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여러 흔적과 성유물이 보존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들도 신기했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쌓여 있던 권태와 방황의 짚에 불을 붙인 것은 눈앞의 ‘유물’이 아니었다. 낙오했던 마가가 다시 돌아왔다는, 바로 그 ‘사실’이었다.

마가는 도망자의 모습에 머물지 않았다. 다시 일어났고, 다시 걸었고, 결국 자신에게 익숙했던 세계를 떠나 낯선 이집트까지 왔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넘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자신의 삶을 사용했다. 마가는 ‘다시 나아간’ 사람이었다.

시내산에서 만난 모세도 그랬겠다. 모세는 한때 파라오의 왕실에서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누려온 세계를 떠나 한 민족을 이끌고 광야로 나아갔다. 모세도 두려워했고, 도망쳤고, 자신은 할 수 없다고 말했던 일이었다. 직접 광야에 나아가 보니, 모세의 그런 반응이 이해됐다. 너무나 정상적으로 느껴졌다.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이끌고 어떻게 이 광야로 나아갈 수 있을는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100여 명이 모이는 기관을 이끄는 것도 벅찬 일이다. 물도, 음식도, 그늘도 없는 메마른 땅에서 한 민족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광야를 보면서 농담처럼 말했다. “그때 그 이스라엘 백성이었으면 그냥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했을 것 같아.” 적어도 이집트의 노예 생활은 익숙했을 테니까.

미래의 불안보다 이미 적응해 버린 고통이 더 견딜 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끊임없이 이집트를 그리워했고, 아직 보이지 않는 가나안보다 자신들이 이미 알고 있는 노예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나라고 달랐을까. 시내산을 직접 올라 보니, 그 마음은 더 이해되었다. 해발 2,285m의 시내산은 생각보다 훨씬 거칠었다. 풀 한 포기 찾아보기 어려운 돌산을 오르면서 한번 넘어지면 정말 크게 다치겠다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다. 화장실도, 물도, 편히 쉴 곳도 마땅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생각했다. 하나님은 왜 사람을 자꾸 앞으로 나아가게 하실까

하나님은 한 사람을 세우시고, 그 사람을 오늘 걷게 하시고, 내일도 걷게 하신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 익숙한 고통으로 돌아가려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셨다. 그리고 그 길의 어딘가에는 쉴 만한 물가도 준비해 두셨다. 세미나에서 들었던 말씀이 계속 떠오른다. ‘쓴 물이 나왔던 마라에서는 엘림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마라를 지나 걷다 보면 엘림의 물을 만날 수 있다.

마라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엘림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이집트에서 만난 사람들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열악한 현실을 넘어 말씀을 들으러 온 사람들. 한 번 도망쳤지만, 다시 돌아와 알렉산드리아까지 걸어온 마가. 왕궁을 떠나 광야를 지나간 모세. 그리고 미래가 보이지 않아 다시 이집트로 돌아가고 싶어했으나 결국 한 걸음씩 광야를 지나야 했던 이스라엘 백성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목적지를 먼저 보여 주신 뒤 출발시키시는 분은 아닐지도 모른다. 때로는 다음 길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먼저 오늘의 한 걸음을 요구하신다. 하나님의 시점과 나의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오늘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움직이고 계신다. 익숙함에 머물고 싶어 하는 사람을 불러내어 다시 걷게 하시고, 넘어졌던 사람을 다시 세우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게 하신다. 그리고 그 일에 나 역시 사용하고자 하신다는 것을 믿는다.

조명혜 그루터기

 

(이번 이집트 세미나 지원 인력으로 지원하게 된 동기와 배경 등을 담은 글입니다. 편집자 주)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자신을 둘러싼 체제와 환경에 적응한다.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평생 검열과 통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억압’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찌보면 그저 평범한 삶의 조건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혁명을 하든, 거리로 나가든, 혹은 자신의 삶의 터전을 다른 나라로 옮기든 엄청난 시간과 노력, 때로는 삶 전체를 위험에 내던져야 한다. 생각해 보면 국가와 같은 거대한 체제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을 둘러싼 익숙한 ‘시스템’이 있다. 이미 적응해 버린 삶의 방식, 익숙해서 의심조차 하지 않는 환경, 그리고 그 안에 그냥 머물러 있고 싶은 마음이다. 나 역시 내가 속한 시스템을 잘 이겨내지 못하며 살아온 것 같다.

2026년 8월, 석사 과정을 마치고 찾아온 건 무력감과 방황이었다. 다음 단계로 준비했던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고민은 계속 꼬리를 물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나님은 나에게 무엇을 하라고 하시는 걸까?’ ‘왜 아무런 답을 주시지 않는 걸까?’ ‘지금까지 나를 인도하셨던 하나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 걸까?’ 그러던 중 졸업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이집트 세미나 지원을 위해 비행기를 탔다. 사실 마음을 다잡을 시간조차 충분하지 않았다. 8월 졸업과 동시에 할 일이 없어진 ‘쉬었음(백수) 청년’이 되었고, 지금이 아니면 이런 선교 세미나를 도울 기회도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전에 지원해 놓았던 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보고 와야겠다는 마음도, 큰 깨달음을 얻어야겠다는 기대도 없었다.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처럼 그저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하러 왔다.

처음으로 이집트에 와서 피라미드를 보고 박물관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이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었을까 싶을 만큼 거대한 피라미드는 신기했고, 수천 년의 역사를 품은 유물들은 놀라웠다. 하지만 그것이 내 마음 깊은 곳까지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저 어디에 가서 “나 피라미드도 보고, 스핑크스도 보고, 이집트 박물관도 가봤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의 허세 한 줄을 더 쓰고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지난 몇 달 개인적으로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도 그것이었는지 모른다. 졸업이라는 하나의 길은 끝났는데 다음 길이 보이지 않으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하나님께 계속 답을 요구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멈춰 있었다. 이집트에 다녀온 뒤 드디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다고 쓸 수는 있을지 아직 모른다. 졸업 후 시작된 방황과 길 찾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어디에서 살아가게 될지, 하나님께서 나를 어디에 사용하실지도 아직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다시 확신하게 되었다. 하나님은 살아 계신다. 계속해서 흔들리던 삶의 나침반이 이제야 조금씩 조정되어 가며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앞으로 가야 할 때라고.

 

 

조명혜 그루터기

 

 

26년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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