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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섬진 강변교회
휘선(暉宣) 기념실 개관 및 수해 복구 감사 예배

“거기 있어야 했던 옹벽”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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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은 애초 높이대로 무릎 정도가 알맞을는지 모른다. 모래톱도 한참 저 아래다. 게다가 강변의 정취를 생각할 때 3m 가까운 옹벽은 이상하다. 일부러 1층을 다 가려놓은 강변 건물이라니, 스스로 건물을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안팎으로 철근을 엮어 두께를 두 배 이상 보강한 옹벽은, 토목공사 측면에도 그 과도함이 상식 밖이다.
당시 여기저기서 이견과 지적, 불평이 이어졌던 모양이다. 박윤식 원로목사는 2010년 10월 강단에서 “아무리 수십억 원을 들여도 장마질 때 무서운 홍수가 납니다. 그러니까 옹벽이 필요하죠. 속으론 제가 한없이 밉겠죠. 뭐 미워도 할 수 없어요. 거기 있어야 해요”라고 한 적이 있다.


10년 뒤, 2020년 8월의 장마가 아니었다면 그 옹벽이 ‘거기 있어야 할’ 이유가 성도들 사이에서 되살아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전에도 장마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훌쩍 불어난 강물이 옹벽을 때리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그해 섬진강 일대에 기록적인 피해를 안긴 수해는 옹벽의 존재의 이유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수해가 없었다면, 물은 원래부터 넘칠 일이 없었던 것으로 여겨졌을지 모른다.
(“섬진강댐은 100년에 한 번 내릴까 말까 하는 큰비를 견딜 수준으로 설계됐는데, 이번 폭우는 5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규모로 쏟아져 예측이나 대처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남일보 2020년 12월 3일 기사 중)

범람한 강물은 교회로부터 상류로 15㎞가량 떨어진 화개장터를 초토화한 뒤 강과 도로를 넘나들며 빠르게 남하했다. 옹벽을 넘은 물과 건물 반대쪽 도로를 치고 들어온 물이 합쳐져 교회 건물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기적처럼 물은 딱 1층 천장을 넘어 2층이 시작되는 계단 바로 아래서 찰랑거렸고, 2층 예배당과 사무실, 만남의 장소 등은 수마(水魔)를 피할 수 있었다. “물은 출렁거리니까 10㎝만 더 물이 차올랐어도 예배당 등도 대대적인 공사를 해야 하는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하동 섬진강변교회를 관리하는 이광희 장로는 회고했다. 나아가 옹벽이 버티지 못했다면, 교회는 붕괴 위험에까지 처했을지 모른다. 섬진강 수해가 심각했던 이유는 전북 남원시 금곡교 부근의 제방 100여m를 비롯한 강 주변 곳곳에서 크고 작은 둑과 제방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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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어야 했던” 옹벽은, 「하동 섬진강변교회」가 왜 거기 있어야 하는지까지 알려주게 되었다.

교회 터는 ‘전국 방방곡곡 시, 군, 동, 리에 다 말씀의 교회를 세우기’를 원했던 박윤식 원로목사가 지리산 주변에서 특별히 찾아낸 것이다. 1948년 여수·순천 사건 이후 지리산 일대에서 대대적으로 펼쳐진 공비토벌 때 ‘군인 박윤식’도 거기에 있었는데, 그는 구례, 하동 일대에서만도 두 달 여를 싸우는 동안 “스무 살 남짓 꽃도 피기 전에 사라진 전우들” 생각에, 또한 어느 산골에서 입었던 선대(善待)에 보답하기 위해 이 주변을 자주 찾곤 했다. 언젠가 그가 소개했던 당시 일화는 이러했다. “지리산 공비토벌 때 산간을 헤매다 지친 끝에 어느 초가집을 만났는데, 쓰러져 죽을 것 같은 군인에게 급히 된장을 끓여 내왔다. 막 밥상을 받았는데, 부뚜막에서 빤히 쳐다보는 그 집 아이들을 보고는 차마 수저를 뜨지 못하고 상을 물렸더니, 아이들이 허겁지겁 다 먹었다”는 것이었다.
배곯은 자식들을 뒤로하고 밥상을 내온 마음을 잊을 수 없어 박 원로목사는 뱀사골과 쌍계사 일대로 그 아들들을 찾아다녔다. 논 몇 마지기라도 사서 은혜에 보답할 양으로 늘 큰 액수의 현금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에 먼저 터를 잡은 ‘미리내 호텔’에서 1박을 하게 되었고, 기도 끝에 에스겔 선지자가 그발강가에서 하나님의 응답을 받은 것(에스겔1장, 10장)처럼 이 섬진강변교회에서 기도할 때 모두가 응답받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교회 뜰 안쪽에는 박 원로목사가 강을 바라보며 2시간씩 손들고 기도했던 철제 의자가 아직도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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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선 박윤식 목사가 강가에서 기도하던 의자
 

‘비극의 역사의 현장, 말씀 안에서의 새 소망’. 「하동 섬진 강변교회」는 그렇게 거기에 있게 되었다.

그 호텔은 교역자와 성도들의 손길을 통해 교회로 재탄생했다. 이 과정을 이승현 평강제일교회 담임목사는 “죄로 말미암아 더럽혀지고 타락한 존재들이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의 피로 새로운 피조물이 되어 깨끗해지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성도들로서는 ‘회복의 과정’을 체험하는 교육의 현장이기도 했다. 박 원로목사는 “이 강변서 개인과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할 때 마음의 죄가 강물로 씻겨나가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소망하면서, 특히 ‘피난처’로서의 교회에 관한 말씀을 많이 전해주었다.
지난해 여름 수해 이후 많은 성도가 현장에 나와 복구공사에 땀을 보탰고, 합심해 헌금했다. ‘반지하’ 숙소로만 머물렀을 1층 공간들이 휘선기념실과 예배실, 수련회장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휘선기념실 개관 및 수해 복구 감사예배는 9월 25일(토) 하동 섬진강변교회 성도들과 많은 내빈이 참석해,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드려졌다. 2010년 9월 10일에 하동 섬진강변교회 개회예배를 드렸고, 하동 섬진강변교회 헌당예배가 드려진 것은 2011년 2월 15일이었으므로, 정확히 10년 만의 새로운 출발이다. 2010년 9월 10일 섬진강변교회 개회예배 설교 때 박윤식 원로목사는 “너는 잣나무로 너를 위하여 방주를 지으라”는 말씀을 전했으니, 어쩌면 성도들에게 두고두고 곱씹을 또 하나의 시청각 교재를 먼저 줬던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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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평안(이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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