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0
가정예배로 인생의 발을 모으신 아빠를 기억하며
“야! 가정예배 드리면 가정 살아나는데 왜 안 드려!!!”
원로 목사님의 말씀 한마디에 그해 너무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우리 가정은 ‘그래, 시작해 보자’ 다짐하고 가정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족이 둘러앉아서 예배를 드리려니 어색하기도 하고 어떻게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고, 7명이 시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예배 시간은 주일 저녁 9시. 예배 순서는 예배 전 찬양 1곡, 대표기도(돌아가면서), 메시지 5분 내외, 마침기도와 주기도문, 봉헌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이렇게 가정예배를 2008년 10월 4일부터 드리기 시작하여 한 주도 빠짐없이 드리고 있다.
소통의 장
가정예배를 드리는 장점 중 하나는 돌아가면서 대표 기도를 하다 보니, 서로를 위해 축복 기도를 하게 되고, 또 각자 평소에 고민하고 기도하는 바가 기도 속에 배어 있기에 가족들의 주된 기도 제목이 무엇인지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예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진다. 사실 예배드리는 시간은 15분 내외. 대화시간은 짧게는 20분 정도, 길게는 1시간도 훌쩍 넘는다. 사소한 얘기부터 시작하여 고민하는 것들을 상의도 하고, “이번 주에 나는 무슨 일이 있다”며 기도 부탁도 한다. 당일이 되면 가족 카톡방에 기도 부탁 내용을 공유하여 마음을 같이하여 기도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가정은 각자 방에 있기보다는 거실에 모여서 얘기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가정의 문화로
가정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지, 올해로 17년째. 조카가 8세가 되던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25세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습관화되었기에 가정예배는 당연한 게 되었고, 가끔 조카 친구들이 주일에 집에 놀러 왔다가 9시 전에 귀가하지 못하면 그 시간 함께 예배드려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주일 저녁 9시가 되면, “예배드립시다” 하며 가족들이 성경책을 들고 거실로 모이는데 방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도 그 소리를 듣고 성경책을 들고나와 함께 예배를 드린다. 예배가 마치면 어김없이 대화로 이어진다. 조카 친구들이지만 근황도 물어보고 소통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어떤 아이는 가정예배를 어떻게 드리는지 궁금하다며 굳이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예배를 드린 아이도 있었다. 밖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있다가도 9시가 되면 일단 집으로 뛰어 들어와서 예배를 드리고 다시 나가서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으레 아이들도 주일 저녁 9시는 우리 집 가정예배 시간임을 알고 있기에 기다려 준다. 이렇게 가정예배는 우리 가정의 문화가 되었다.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다 같이, 끊이지 않는 예배
가정예배를 드릴 때, 가족 단톡방에 온라인 링크를 올리며 예배를 시작한다. 조카가 유학을 가며 한 공간에서 함께 예배드릴 수 없게 된 때부터 링크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 그 후 작은오빠가 분가하고 또는 가족 중 출장으로 함께하지 못할 때가 있어서 지금도 예배 시작 전에는 온라인 링크를 올리며 예배를 시작한다. 한 주에 한 번 얼굴 보기도 쉽지 않은 세상, 가정예배가 이렇게 강제적으로라도 얼굴을 볼 수 있게 한다. 가정예배의 제1 원칙,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다 같이, 끊이지 않는 예배’가 계속되고 있다.
신앙 전수의 시간
아빠의 기도는 늘 거창하다. 사실 ‘아멘’을 쉽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미래지향적이며 진취적이시다. 종종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기도하시기에 한번은 가정예배가 끝난 후 “아빠, 난 그렇게 안 될 거야. 그렇게 기도하지 말고 이렇게 기도해 줘.”라고 한 적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아빠의 축복 기도는 우리 가정에 그대로 이루어졌다. 요즘엔 엄마가 아빠처럼 기도하고 계셔서 모두 아멘으로 화답하면서 웃는다. 가정예배를 드리며 함께 기도했던 내용들이 시간이 지나며 응답받고 있음을 모두가 확인하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가 기도한 대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기도한 대로, 가족들이 함께 기도한 대로 다 응답해 주셨어.” 우리 가족의 계속되는 고백이다. 그러기에 가정예배를 안 드릴 수가 없다. 또한 가정예배를 통해 한 주간 가족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성경 구절이 생기는 것도 큰 장점이다. 간단한 메시지지만 아빠는 꼭 그 내용을 메모하셨고, 주중에 다시 한번 “이번 주 성경 구절이 몇 장 몇 절이었지” 물으시면서 되새기게 하셨다.
아빠와 우리의 마지막 예배, 천국 환송 가정예배
아빠가 지난 해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병원에 입원할 때는 곧 퇴원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병세가 점점 안 좋아졌다. 병원 면회 시간도 제한돼 있어서 아빠 혼자 오랜 시간 병원에서 보내면서 얼마나 외로울까하는 생각에 “아버지, 우리 아빠 외롭지 않게 해 주세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아빠와 같이 아침햇살 보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어느날 병원에서 오늘, 내일이 고비라는 연락을 받고, 토요일 저녁 가족이 병원에 모였다. 아빠와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찬송도 부르고, 성경 말씀도 상고한 뒤 귀가했다. 한 시간 후쯤 다시 병원으로 와 있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연락에 급하게 가족이 주일 새벽 12시 30분경부터 아빠와 같이 시간을 보냈다. 또다시 가족들의 얘기는 이어졌고 울기도, 웃기도 하면서 아빠를 보고 있는데, 이제 아빠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꼈다.
그러던 중 “그래도 아빠가 귀로는 다 듣고 계실 테니 아빠 떠나기 전 가정예배를 드리자” 하고, 새벽 5시 가정예배를 드렸다. 야곱이 발을 모으고 임종하는 내용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아빠와의 마지막 예배라는 생각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지만, 이렇게 가정예배로 아빠의 천국 가는 길을 환송할 수 있음에 너무 감사했다. 아빠와의 마지막 가정예배를 셀카로 찍고 울고 웃으면서 예배를 마쳤다.
병실이 답답해 보여 블라인드를 올렸더니 아침 햇살이 떠오르고 있었고, 아빠와 함께 가족 모두가 아침 햇살을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는 이렇게 아빠와의 마지막 예배로 응답을 받았다. 이 땅에서 아빠의 마지막 길이 이토록 찬란함을 보며 “아버지 하나님이 환영해 주시니 편안히 먼저 가서 기다려 주세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듣고 아빠는 천국으로 떠나셨다.
아빠의 유품을 정리하며 발견한 아빠로부터 온 편지
아빠가 떠나기 일주일 전, 갑자기 “헌금했어?”라고 물으셨다. “무슨 헌금?”하고 반문하니, 아빠는 “장로로서, 성도로서 헌금해야지.” 하시면서 병원 입원 기간 드리지 못했던 주일헌금, 수요일, 목요일 예배 헌금, 감사헌금까지 다 계산해서 드리게 하셨다(가정예배 헌금은 목적 헌금으로 모아서 드렸었는데, 2년 전부터는 휘선기념관 건축 헌금을 위해 가정 헌금을 모았고, 아빠와의 마지막 예배까지 정산한 헌금을 휘선기념관 건축헌금으로 드렸다. 이것까지 아빠의 헌금 목록이다). 그리고 식구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유언을 남기셨다. “원로 목사님의 유지를 받들며 맡은 일에 끝까지 충성하라. 사람과 환경 보지 말고 말씀만 따라가라.” 그때는 유언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미 아빠는 아버지 곁으로 가실 때를 아셨는지, 일주일 전부터 모든 걸 준비하신 듯했다. 아빠의 마지막 의사 표현은 그동안 그렇게 가르쳐 줘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손 하트’와 함께 “우리 가족 영원히 사랑해”라는 메시지였다.
이제 더 이상 아빠와 함께 할 수 없음에 섭섭하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유품을 정리하던 중 아빠의 성경책 사이사이에 종이 메모들을 발견하게 됐다. 뇌경색 이후 종종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말을 더듬을 때가 있어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가정예배 대표 기도를 위해 메모해 놓은 기도문이었다. 기도문을 읽는 순간 또다시 왈콱.
역시 아빠는 한결같이 가정을 위해 소망을 품고 미래지향적으로 기도하셨다. 기도문 메모 하나하나가 나보다도 더 나를 위해 간절하게. 가족을 위해서 쉬지 않고 그렇게 기도하셨다. 어릴 때 아빠에게 받았던 편지가 생각났다. 중고등학교 시절 아빠는 종종 비상금과 함께 편지를 써서 교과서 사이에 꽂아 놓으셨는데,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마지막은 항상 ‘아빠로부터’라고 쓰셨다. 문득 생각난 그때
의 편지가 지금의 나에게 힘을 주는, 오늘의 편지가 되었다.
아빠의 평생 친구 엄마를 우리에게 부탁하며 “너희 삼남매 평생 화목하고, 가족 모두 영원히 화목해라. 합력해서 선을 이루라.” 말씀하시면서 떠났던 아빠를 기억하며 우리 가족을 하나로 묶어 주고, 화목하게 해 준 가정예배를 오늘도 쉬지 않고 드린다.
마음을 같이하여 노아의 가족이 방주에 함께 들어갔듯, 나는 우리 가정이 믿음으로 하나 되어 함께 방주에 올라타게 된 원동력이 가정예배라 생각한다. 서로 생각과 마음과 믿음을 같이 하며 말하지 않아도 무엇이 옳고 그름을 분별하였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가정예배로 믿음과 마음과 생각을 모으며 구속사 완성을 위해 변함없이 충성하길 다짐하며 끊이지 않는 예배로 나아갈 것이다.
글_막내딸 오인정 전도사
오사현 장로는 일평생 교회를 섬기며 86세를 향유하다 2024년 9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