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주일 2부 광고 시간에는 그동안 사무엘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하다 정년 퇴임을 한 9명의 교사들의 노고를 감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영순 교사(23년), 김용선 교사(33년), 연영순 교사(17년), 이숙자 교사(37년), 정선희 교사(21년), 조병애 교사(30년), 조정애 교사(27년), 최덕순 교사(30년), 최덕자 교사(33년) 등이다. 이 가운데 조병애, 김영순, 조정애 교사 등 3명과 그동안의 시간을 회고하는 자리를 가졌다.
처음 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요?
조병애 교사 : 친언니의 인도로 교회에 오게 됐는데, 당시 소년부 담당 전도사를 찾아가서는 저를 인계했어요. 그렇게 1987년부터 교사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래도 어릴 때부터 교사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고, 현실적으로 이루지 못한 꿈을 교회에서라도 이뤄 보자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지내는 것도 좋았고요. 그렇게 한 해, 두 해 지나 유치부 26년, 소년부를 7년 동안 섬기게 됐습니다.
김영순 교사 : 저는 유치부 교사만 23년 했습니다. 25살 미혼일 때 자발적으로 들어갔어요. 비록 세상 교사는 못 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자체가 참 좋아 보였거든요. 아이들을 워낙 예뻐해서 요즘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아이들을 만나면 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조정애 교사 : 저도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교회에서 뭔가를 해야 되긴 하는데 노래는 못하니까 성가대는 자신 없어 생각도 안 했고 식당 봉사는 체력이 안 돼서 엄두가 안 났어요. 모 권사님의 권유로 어떻게 시작은 했지만 처음 몇 년간은 아이들 특성도 모르고 멋모르고 한 것 같아요. 그러다 아이들 이뻐하는 방법도 터득하고 이게 나한테 사명이구나 느끼게 된 때가 있었어요.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돼 감사할 뿐입니다.
교사 생활하면서 어떤 때가 힘들었나요?
조병애 교사 : 즐겁게 했는데 다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력적으로 좀 벅찬 순간들은 있었지요. 유치부 아이들이니까 한 녀석이 제 무릎에 앉으면, 줄줄이 비집고 올라와 앉을 때가 많았어요. 어느새 양쪽 무릎이 다 차죠.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행동이라 생각하면서 다 견딜 수 있었습니다.
김영순 교사 : 부모님과 아이를 분리시키는 게 힘들었다면 힘든 일이었어요. 예배 질서를 세우기 위해서는 분명하게 말을 해야 할 때도 있거든요. 예배는 예배다운 분위기가 필요하니까요. 예배 시간에 단상에 올라가 뛰어다니는 아이를 제제하지 않고, 부모님은 뒤쪽에서 따로 예배드려야 하는 등의 원칙이 무너져서는 안 되거든요. 때로는 ‘군기반장’ 역할도 해야 했습니다.
조정애 교사 : 막상 해 보니 몸이 힘든 것보다 심리적인 부분이 더 힘들어요. 예를 들어, 엄마하고 안 떨어지려고 우는 아이가 있으면 4월 적응 기간까지는 힘들거든요. 그런 분리 불안이 있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케어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전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라 경험에 의존해야 했죠. 그래서 교사대학에 아동 심리 같은 과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저는 원래 사춘기 중등부 남자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는데 기관 옮기는 게 쉽지 않아서 접은 적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중등부 아이들이 예배 시간에 엎드려 있으면 허용하는 분도 있고, 절대 안 된다 하는 교사도 있을 거예요. 후자 입장은 아이들이 반발하죠. 이를테면 영아부에서 갓 유치부로 온 아이가 엄마와의 분리 불안으로 심하게 울고 있는데도 엄마와 떨어져서 예배드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무조건 떼어내는 것이 맞는지 갈등을 많이 했죠. 유치부에서는 부모님은 뒤에서 예배드리는 것이 원칙이거든요. 규율대로 하다가 젊은 부모가 교회와 멀어지면 어떡하나 눈치 아닌 눈치도 보게 되죠. 교사는 또 바지런해야 해요. 아이들이 주일 아침 일찍 교회에 오면 현관 앞까지 나가서 아이들을 맞죠. 그때 조금은 과하게 표현해 줘야 해요. ‘오느라고 힘들었지. 반갑다.’ 끌어안고 이게 기본이거든요. 교사가 내성적이고 성격상 리액션 같은 게 안 되는 분들, 속으로만 이뻐하고 겉으로 표현을 안 하면 유치부에서는 적응하기가 좀 힘들죠. 아이들은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거든요. 어른이라도 가식적으로 자기를 대한다는 걸 다 알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게 힘들어지더라고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있으신지요
조병애 교사 : 작년 성탄 축제 때 무용으로 멋있는 무대를 보여준 김재승 씨가 소년부 때 저희 반이었는데, 그렇게 어렸던 아이들이 가정을 이뤄서 자녀들을 데리고 유치부에 다시 오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김영순 교사 : 현석이라는 아이가 있었어요.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늘 울던 아이였죠. “형아가 됐는데 다시 영아부에 갈 거야?” 하고 다독이면 고개를 저었어요. 그런 아이들을 안아 주며 달래던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조정애 교사 : 작년 청년 2부 그루터기 회장 동현이가 저희 반이었어요. 반듯하게 신앙생활 잘하는 거 보면 교회에서 뒷모습만 봐도 뿌듯합니다. 또 할머니 손잡고 오던 진혁이도 말을 참 이쁘게 해서 기억에 남아요. 가끔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이 너무 어려워서 깜짝 놀랄 때도 많았습니다. 어린아이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걸 배웠어요.
오랜 기간 헌신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조병애 교사 : “여호와께서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꼬”(시 116:12)라는 말씀이 늘 마음에 있었습니다. 귀한 말씀을 공짜로 얻어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미약하지만 작은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교사를 시작한 게 한 해, 두 해 지나 정년까지 오게 되었네요. 특별한 업적은 없지만, 경건회만큼은 성실히 참석하려고 했습니다. 작은 충성이 하나님께 기억될 줄 믿습니다.
조정애 교사 : 처음에는 봉사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이게 사명이구나 하는 때가 왔습니다. 아이들을 맡겨 주셨는데 대충 할 수 없겠더라고요.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조정애 교사 : 교사 자체가 보람이었죠. 내가 누구를 가르친다기보다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줘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꾸준히 신앙생활 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비록 저를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조병애 교사 : 오래전 우리 반 아이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저를 기억해 줬을 때 참 감사했어요. 수년이 지났음에도 아이의 기억 속에 제가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죠. 예전에 설교 준비를 열심히 해서 단에 섰던 기억도 아직 생생합니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 사르밧 과부 이야기까지 전부 외워서 전했거든요.
아이들을 가르치며 어떤 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나요?
조병애 교사 : 아이들을 대할 때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았어요. 순수하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씀을 전하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너는 그 말씀대로 살고 있니?”라고 되묻게 되는 거죠. 아이들은 부모의 신앙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호기심을 갖고 말씀에 집중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육의 양식이든 영의 양식이든 부모들이 어떻게 먹이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은 성장하는 것 같아요. ‘아기들이 뭘 알겠어’ 생각할지 모르지만 영아부, 유치부를 거친 아이들은 말씀에 집중도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김영순 교사 : 맞아요. 새 친구들은 어쩔 수 없지만 어느 날 갑자기 초등부 1학년에 들어온 아이들과 영아부부터 거쳐 온 아이들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것 같아요. 사람도 성장기별로 단계가 있잖아요. 유아기부터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기, 노년기가 있는 것처럼 신앙생활도 영아부, 유치부 과정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조정애 교사 : 열심히 애쓰던 시절이 있다가도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두려움이 오더라고요. 아이들은 모르는 것 같지만 다 알고 있고, 스펀지처럼 다 보고 배우니까요. 그래서 더 조심하려고 했습니다.
학교 교사와 교회학교 교사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영순 교사 : 하늘의 상급을 받고 하는 헌신이라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교회학교 교사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 주일 그 짧은 시간에 저희들이 아이한테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되겠어요. 부모 신앙 위에 우리가 조금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사님의 설교 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돌봐 주고 분반 공부라야 10분에서 길어야 20분인데, 부모가 아이의 신앙 교육을 어느 정도는 해 줘야 아이도 교회 와서도 잘 따라 주는 것 같아요. 믿음이 있는 부모니까 아이를 데리고 오는 거고 그 바탕 위에 저희가 조금 얹어서 도와주는 역할을 한 셈이죠.
조병애 교사 : 맞아요. 아이들이 자기 신앙으로 오는 게 아니잖아요. 말씀하셨듯이 하나부터 열까지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것도 부모가 가르쳐서 하는 거고 어떻게 보면 부모가 목자인 셈이죠. 목자가 이끄는 대로 선한 꼴을 먹고 살찌우면서 믿음이 커지는 거잖아요.
조정애 교사 :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받아들입니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도 신중해야 해요. 그만큼 귀한 사역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향해 자라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교회학교를 지켜온 세 교사는 한결같이 “우리는 주인공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 주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이름은 흐려질지라도, 하나님 나라를 향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고백이었다. 이들의 조용한 헌신은 오늘도 교회학교 곳곳에 신앙의 씨앗으로 남아 있다.
권오연 기자
- 26년 2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