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성도들이 기억하는 박윤식 원로목사_권일안
“얘가 장교야.”
| 권일안 |
“너, 졸업하고 군대 가!”
숙명여대 재학 중이던 3학년 여름방학, 예배 후 원로목사님께 단순히(?)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갑자기 “군대 가라”고 권유하셨습니다. 학창 시절 담임선생님께서 ‘일안이는 운동에는 소질이 없습니다.’라고 성적표에 적어 주셨을 정도로 운동을 못했고, 고소공포증으로 웬만한 놀이기구조차 타지 못할 정도로 겁 많은 제가 군인이 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몇 달 뒤, 다시 원로목사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주변 성도님들에게 “얘, 장교야”라고 소개하셨습니다. 아직 장교선발 시험조차 치르지 않은 여대생인 제가 이미 군인이라는 듯이 확고하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으니 반드시 할 수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그 말씀대로 저는 여군 장교가 되었습니다. 군인이 되고 난 뒤, 비로소 원로목사님께서 성도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깊이 깨달았습니다. 소대장 시절, 60여 명의 소대원들과 일일이 면담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 명의 마음을 열기 위해 그 사람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고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각양각색인 소대원들을 대할 때마다 상대방에게 맞는 방법으로 대화를 이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습니다. 면담은 그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기에 상대방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고민도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원로목사님 생각이 났습니다. 원로목사님은 예배 전·후, 평일 새벽, 늦은 밤 등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全 성도들의 이야기 하나 하나를 진심으로 귀담아 듣고 기도해 주셨습니다. 타교회 유명한
목사님들은 쉽게 만날 수도 없고 아무나 만나 주지도 않는다는데, 원로목사님은 성별, 나이, 인종, 사회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성도들을 언제라도 일대일로 직접 만나 주셨습니다. 몸에 암세포가 있고 차가운 바람을 쐬면 안 되시는 순간에도 늘 밖에 앉아 성도들을 기다리셨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을 말씀드려도 진지하게 상담해 주시고, 무언가를 특별히 여쭤 보지 않아도 개인의 신앙상태 혹은 상황마다 적시(適時)에 필요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교회에 얽힌 많은 문제들, 성전 건축사업 등 대내외적으로 끊임없이 일하시면서 저처럼 낮고 작은 평범한 사람의 진로, 인생까지도 책임져 주시려고 하셨습니다. 원로목사님께 사적인 시간은 전혀 없고 오직 성도들의 영혼을 위해서만 사셨습니다. 육신적으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 단순히 성도라는 이유만으로 모두를 친자식처럼 대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으로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습니다. “제가 하나님 앞에 말합니다.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것보다 제가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는 게 더 많아요.” 강단에서 항상 하신 이 말씀처럼, 원로목사님은 우리 성도 각자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성도들을 더 사랑하셨습니다. 원로목사님은 모든 성도들이 성경 말씀대로 사는 것에만 오로지 초점을 두셨고 예수님의 사랑 그 자체를 보여 주셨습니다. 소위 때, 혼자 주말에 숙소에 있으면서 외롭고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교회로 달려간 적이 있습니다. 교회 마당에 앉아 계시던 원로목사님께서 “어떻게 나왔냐?”고 물으셔서 “너무 외롭고 답답해서 나왔어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이 항상 함께 하시는데 뭐가 외로워”라며 손을 꼭 잡아 주셨습니다. 제가 전·후방 어느 장소에 있든지 시·공간을 초월하는 하나님 아버지의 말씀이 항상 함께해 주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원로목사님을 직접 뵐 수는 없지만, 원로목사님이 남겨 주신 수많은 말씀들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 성도들과 항상 함께해 주신다고 믿습니다. 지금도 말씀으로 함께해 주시며 천국에서 지켜보고 계실 원로목사님을 생각하며, 저도 제 위치에서 군인으로서의 사명을 끝까지 잘 감당하겠습니다. 원로목사님께 받은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하는 전우들에게 전하여 구속사의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끝으로, 제가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바른 길로 가도록 끊임없이 붙잡아 주신 원로목사님의 크신 사랑에 마음 깊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