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 성도들이 기억하는 박윤식 원로목사_박영기장로
캥거루가 새끼를 주머니에 넣듯
| 박영기 장로 |
캥거루가 새끼를 그의 주머니에 넣어 보호하듯, 아들이 아버지에게 껌딱지처럼 딱 붙어서 사랑받고, 관심받고, 보호받고, 칭찬받고, 인도받고, 격려받고, 위로받고, 권면받고, 또 두려운 미래의 세계를 어떻게 가야할지에 대하여 갈 바를 모르는 길의 이정표가 되어주셨지만 이제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 슬프고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제가 태어나고 1년 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5살 때 오른쪽 눈을 실명하였습니다. 오른쪽 눈이 안 보이고 왼쪽 눈이 보입니다. 길가다가 지나가면서도 사람을 잘 보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너무 가난해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하여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농어촌 머슴, 양계장, 사과밭, 건설일용직, 이발소, 중국집 배달원, 철공소, 염색공장 등 거의 안 해 본 일이 없었습니다. 염색공장을 다니던 24살 때 제 스스로 “인생을 이렇게 끝낼 수가 없다”라는 결심이 서서 서울에 올라와서 생계를 위해서 낮에는 연탄배달 하면서 밤에는 검정고시 학원을 다녔습니다.
연탄배달은 노량진 교회 나오면 전화국에서 버스 타러 내려가는 내리막길 왼편에 연탄가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일을 했습니다. 당시 집회를 마치고 내려오는 교인들을 보면서 속으로 “정말 대단하다”라고 느낄 정도로 열심을 보았고, 장안산 기도회 갈 때 등산장비를 갖추고 버스에 타는 모습들을 보면서 “희한하다”라고 생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연탄배달 힘든 일을 하고 저녁에 공부를 한다는 것이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피곤하여 졸음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검정고시 학원에서 평강제일교회 성도를 만났습니다.
전도를 받고 왔을 때 원로목사님 설교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당시에는 3부예배 때 요한계시록 강해를 하셨는데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2년 정도 지나니까 귀가 뚫리기 시작했습니다. 성경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홍순분 전도사님의 공부는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서울 올라온 1984년 5월부터 1986년 8월까지 초등학교 검정고시, 중학교 검정고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마치고 1986년도 학력고사를 치렀습니다. 결혼 후 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하고 1992년도부터 법무사시험 준비를 해서 6번 도전 끝에 2000년도에 합격을 했으니 거의 9년이 걸렸습니다. 네 번째 법무사시험에 떨어졌을 때 2부 예배를 마치고 모리아 성전을 내려와서 민망한 마음에 원로목사님이 서 계시는 쪽을 피해서 남자 화장실 쪽으로 숨어서 가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하시는 도중에 저에게 손을 흔드시면서 “너 괜찮냐?”물어보셨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들이 많아서 저를 보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그때 생각했습니다 “저분은 보통사람이 아니다. 내가 시험에 떨어진 것을 어떻게 아셨을까?”
6번째 시험을 치르기 전 원로목사님께 말씀을 드리러 갔습니다. “알았다”라고 하시면서 제 머리에 안수를 하셨고, 저는 그 안수를 받고 미스바 성전 앞까지 와서 다시 돌아서서 큰 소리로 “이번에는 꼭 합격해야 합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과 인사를 하시면서도 제 목소리를 들으셨는지 “알았어!”라고 손을 들어 응답을 해 주셨습니다. 원로목사님과 저와의 거리가 20미터 정도 떨어져 있고, 사람들이 몰려 인사하면서 저녁 9시30분쯤이라 가로등이 있었지만 어둑어둑했는데, 제가 그렇게 소리를 쳤다는 것도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정신이 나간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겠지만, 분주한 와중에 저의 목소리에 대답을 하셨다는 것도 신기한 일아니겠습니까?
드디어 법무사시험 1차, 2차, 3차 최종합격을 해서 합격통지서를 가지고 찾아뵈었습니다. 정말 감개가 무량한 시간이었습니다.
2006년 12월 16일 장로장립을 받았습니다. 장립을 받기 전에 아침 교직원 경건회 때 많은 교직원들이 있는 곳에서 저의 삶을 재조명해 주시면서 “정말 존경스럽고 훌륭한 분”이라시면서 칭찬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많은 교역자님들로부터 들었습니다.
2014년 11월 2일 2부예배 때 윤봉혁 장로님이 원로목사님의 건강 회복을 위하여“하나님 아버지, 저희들은 원로목사님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암 세포를 다 물리치시고 우리 원로목사님 건강을 회복시켜 주시옵소서”라며 너무 간절한 기도를 하셔서 많은 성도들이 훌쩍이며 울었습니다.
그날 저녁 제 꿈에 원로목사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까만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으시고 까만 중절모를 쓰시고 건강하신 모습으로 밝게 환하게 웃으시면서 제게 손을 흔들어 주셨습니다.
소천하신 지 한 달 되는 2015년 1월 18일 주일 새벽 꿈 속에서 또 나타나셨습니다. 원로목사님께서 긴 투병생활을 마치시고 거짓말처럼 건강을 회복하신 후 얼굴에 살도 많이 찌신 하얀 얼굴로 퇴원을 하셨는데, 손에는 긴 지팡이를 들고 계시면서 그 지팡이를 빙글빙글 돌리시며 덩실덩실 춤을 추셨습니다.
우리는 원로목사님으로부터 그동안 많은 교육을 받았고, 말씀으로 삶의 지혜를 얻었습니다. 이제 10년, 20년 세월이 가면 세대가 바뀔 것이고 이러한 추억은 우리들에게만 남게 될 것입니다.
안타깝고 아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위로가 되는 것은 구속사 서책은 영원히 남을 것이기에, 또한 그러므로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있기에 이전보다 더 열심히 달려나갈 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