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등록일

2015.03.21

pkblog_body_kim.jpg


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회사도 CSR 하시지요?”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요즘 가장 핫한 단어다.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 외에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폭넓게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갑의 횡포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전문경영인보다는 오너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격식은 한 수 접고 공통적인 고민거리에 집중한다. “올해 연봉협상하셨습니까?” 이맘때 가장 많이 주고받는 질문이다. “네, 저희는 잘 마무리 지었습니다.” 웃으면서 이렇게 답하는 CEO는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질문: “몇 퍼센트나 올려주셨습니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정확한 인상폭을 답변한 CEO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그 수치가 너무 낮으면 인색한 CEO로, 너무 높으면 협상을 잘 못하는 CEO로 비칠까 싶은 노파심이 작용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열에 아홉은 “그냥 평년치 정도 인상했습니다.”라고 답하고 만다. 어떤 답을 들을지 뻔히 알면서도 모두들 궁금해하는 건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로 인해 느끼는 중압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 연봉협상은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일까? 연봉의 인상폭은 협상의 기술에 의해 좌우되는 것인가. 연봉협상에 임하는 직원들의 유형은 직원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자신의 전년도 성과는 물론 측정하기 어려운 정성적(定性的)인 노력에 대한 세부자료까지 작성해서 협상에 임하는 주도면밀형,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연봉도 올라야 한다는 막무가내형, 객관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무시하고 열심히 일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소통불가형. 그러나 가장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는 따로 있다. “그냥 알아서 주십시오”하는 무대책형. 협상에 임하는 방법이 어떻든 테이블에 앉아있는 양측의 입장은 대립된다.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성과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중요하다. 많은 기업들은 BSC(Balanced Score Card)를 그 기준으로 사용한다. BSC는 1992년 미국의 한 컨설팅 회사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이 공동 개발한 관리기법으로 기업의 사명과 전략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포괄적인 측정 지표이다. BSC는 재무, 고객, 프로세스, 학습/성장이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조직의 전략을 입체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평가관리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보자. 재무적 관점은 기업의 매출 또는 이익을, 고객 관점은 신제품 출시 여부나 고객만족도를, 내부 프로세스 관점은 채권/재고 회전율을, 학습/성장 관점은 직원들의 역량개발 혹은 핵심인재의 확보 등을 평가 지표로 삼는다. 이러한 성과 지표는 회사 전체, 사업부, 팀, 개인 차원으로 세분화되고 연말에 집계된 결과에 따라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런 식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관리해 온 성과 지표의 달성률이 기준이 되면 연봉협상은 보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진행된다. 

올해 연봉협상을 앞두고 회사 전체와 사업부, 팀, 그리고 개인의 BSC 취합 결과를 검토하면서, 내 신앙생활에도 BSC를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데 이 기법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 적용하기가 애매하다. 당장 신앙생활을 네 가지 관점으로 구분하는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신앙생활의 재무적인 관점은 무엇일까? 헌금? 전도? 그렇다면 고객 관점은? 일단 내 고객은 누가 되어야 하는지조차 막막했다.

테이블을 만들다가 결국 펜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했다. 방법이야 어떻든 나는 신앙인으로서, 교구 총무로서, 장로로서 한 해 동안 마땅히 지키고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성과 지표를 만들어 관리해 왔어야 했다. 그런데 막상 현실을 보니 그런 목표들은 내 머릿속 한편 구석에 대략적으로만 존재할 뿐 서면으로 명확하게 작성되어 있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일단 적어 내려갔다. 막상 정리해보니 성과 지표로 책정해서 관리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렇게 적어 내려간 성과 지표를 놓고 2014년 한 해의 신앙생활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그리고 상상했다. ‘만약 내가 이걸 들고 하나님 앞에 서야 한다면’… 

다행히도(?) 우리는 한 해 동안의 신앙생활의 결과와 열매를 놓고 매년 하나님을 대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한 번은 그런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게다가 그 자리는 어떠한 협상의 여지도 없는 엄정한 심판의 자리다. 다시 한번 비장한 각오로 올 한 해 신앙의 성과 지표를 점검해 본다.



f11f1815c9ece57a58a00542fd1f2cc3.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6

#26. 광복 70년, 70년만의 해방 _ 홍봉준 file

유독 우리에게 친숙한 '7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오는 광복절이다. 정부는 하루 전날을 임시 공휴일로까지 지정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가적인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광복 후 걸어온 70년의 발자취가 세계사에서 유...

 
2015-08-15 503
25

#25. 조합의 창의성 _ 최주영 file

이 세 가지 물건들은 사람의 손안에 쏙 들어오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호모 에렉투스가 100만 년 넘게 사용했다고 알려진 손도끼입니다. 그 이전 원시인류의 최첨단 도구는 돌망치였지만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러 발명된 ...

 
2015-08-01 520
24

#24. 황금종 아래에서 (holyday vs holiday) _ 홍미례 file

일 년 중 상반기를 결산하고 나면 하계대성회에 초점을 맞추고 일정을 잡습니다. 하계대성회는 상반기 평가를 통해 하반기에 부족한 것을 채우는 동시에 혁신을 다짐하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화려한 휴가의 정점이지만 ...

 
2015-07-25 570
23

#23. 위인전(偉人傳) _ 송현석 file

요즘은 나름 착하게 살아봐야겠노라 스스로 다짐하면서, 누렇게 색이 변하기 시작한 옛날 말씀 노트를 자주 뒤적이게 된다. 이것 또한 작은 습관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니, 괜히 작은 뿌듯함의 스타카토 화음이 귓가에 자주 울린다. 사실 우리가 '빛바랜 ...

 
2015-07-18 548
22

#22. 평강제일교회의 소리 _ 지근욱 file

가수 박진영이 홀로(?) 열심히 설명하는 세계가 '공기 반 소리 반'이다. 소리의 세계도, 진위(眞僞)가 분명한 하나님 소리와 사람 소리가 반반씩은 존재한다. 영적으로 혼탁한 시기는 사람 소리가 커져서 세상을 덮을 기세지만, 하나님의 소리는 작지만 큰 능...

 
2015-07-11 564
21

#21.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며(아빠의 정년퇴직을 기념하며) _ 박다애 file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6.25전쟁 발발. 어릴 적에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를 보고 엉엉 울면서 집에 돌아와 아빠에게 군인 하지 말라고 떼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저는 지금 전쟁이 난다면 50년대 전쟁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

 
2015-07-04 728
20

#20. King of Mask Singers _ 송인호 file

"복면가왕"이란 프로죠. 내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데, 이 정도로 음악성이 있는데, 난 아직 잊힐 때가 아닌데, 난 너무 저평가 되었는데... 이런 출연자들을 모아 모아 가면을 씌우고 노래로 순위를 정하는 오락 프로그램입니다. 가면을 쓴 가...

 
2015-06-27 574
19

#19. 위험불감증 _ 김범열 file

 중동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의료진과 방역 당국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로 붐벼야 할 시내 유명 백화...

 
2015-06-20 473
18

#18. 유작(遺作) _ 원재웅 file

1. 1685년 독일 중부 아이제나흐에 사는 요한 암브로지우스의 집안에 여덟 번째 아들이 태어난다. 아버지 요한은 거리의 악사였기에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우며 자라난다. 아홉 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가난한 큰형의 집에 얹혀살며 음악 공부...

 
2015-06-13 553
17

#17. 울타리 _ 강명선 file

토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놀아야 한다. 자는 아들 깨워서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오류동 탐험을 나섰다. 작년 봄에 이사 왔지만 늘 집과 교회를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못 가봐 궁금한 곳이 많다. 자전거 길을 찾아 돌다가 빵집에 들...

 
2015-06-06 510
16

#16.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을까 _ 맹지애 file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이들은 가슴 뛰는 꿈을 꾸고 어른들은 그 꿈을 응원하던, 말 그대로 ‘꿈’만 같던 시기가 흘러가버렸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업을 얻고, 좋은 직업을 얻어야 편...

 
2015-05-30 753
15

#15. 신앙의 건강을 위한 균형 있는 식단 _ 김태훈 file

건강식품 유통업을 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평소와 달리 얼굴이 그리 밝지 않았다.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업계가 비상이라고 한다. 5월은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있어 통상 일 년 중 건강식품의 판매가 가장 활발해야 하는 시점인데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2015-05-23 469
14

#14. 뒤에서 들리는 스승의 목소리 _ 홍봉준 file

5월은 일 년 중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어린이로부터 시작해서 부모와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사람의 성장과 가르침에 관련된 날들이다. 그중에서 스승의 날은 그 의미와 가치가 많이 퇴색했지만, 그래도 스승은 변치 않는 우리 ...

 
2015-05-16 655
13

#13. 불멸 _ 최주영 file

5월입니다. 영어 이름인 ‘May’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농부의 수호신, 봄과 성장의 신, 모든 식물의 성장을 담당하는 여신 마이아(Maia)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피천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괴...

 
2015-05-09 547
12

#12. 타인의 고통에 한 걸음 다가서기 _ 홍미례 file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완전한 이해는 없고 따라서 완전한 사랑도 불가능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가장 가깝게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는 데에는 직접, 간접적 체험이 가장 효과적이겠지요. 이를테면 타인의 손톱 밑에 박힌 가시의 통...

 
2015-05-02 604
11

#11. 동행(同行), 그 마지막 모퉁이를 돌며 _ 송현석 file

굳어져버린 발뒤꿈치의 살이 이제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상처 속 피가 굳어지니 이내 검게 썩은 듯한 갈라진 자국으로 변한다. 사뭇 놀랐으나, 검은 양말의 솜털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알아챈 후 애써 위안덩이로 삼는다. 얼마 전까지 그래...

 
2015-04-25 1244
10

#10. 분노 조절 장애 _ 지근욱 file

욱! 하는 성격 종종은 아니지만 아주 드물게(?) 나의 ‘욱’하는 성격 때문에 와이프에게 핀잔을 듣는다. 특정할 수 없지만, 어떤 상황에 마주하면 버럭 화를 낸다. ‘아차!’하지만, 이미 주변 상황은 불편해져있다. “마음을 다스리고, 노하기를 더디 하라...

 
2015-04-18 1106
9

#09. 게으른 파수꾼, 추억의 발걸음을 걷다 _ 송인호 file

길을 나서볼 때입니다. 어느덧 장로님들과 집사님들이 모이고, 시간이 되었습니다. 충전이 잘 된 LED 랜턴과 손에 달라붙는 알루미늄 방망이 하나를 집어 들고 말입니다. 첫 행선지는 내 맘대로 정한 순서대로 예전 회계실 건물입니다. 손전등을 비춰가며 ...

 
2015-04-04 747
8

#08. 인생 최후의 오디션 _ 원재웅 file

최근 화제에 오르고 있는 영화 ‘위플래쉬’는 천재 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 앤드류와, 그의 광기가 폭발할 때까지 몰아치는 폭군 플렛처 교수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올해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과 음향상, 편집상 등 무려 3개 부문을 석...

 
2015-03-28 828
»

#07. 신앙의 성과 지표 _ 김태훈 file

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

 
2015-03-21 723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