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등록일

2016.11.27


pkblog_body89.jpg




내가 어릴 적이라고 해봐야 1970년대, 그리 옛날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약이 증상별, 종류별, 메이커별로 다양하지도 흔하지도 않았다. 요즘처럼 밤에 아이가 아프면 자가용에 태워 가까운 응급실에 가던 시절도 아니다. 열이 오르면 세숫대야를 옆에 두고 밤새 찬 수건을 이마에 반복적으로 올려주셨다. 배탈, 배앓이라도 하면 어머니, 할머니가 손으로 슥슥 배를 훔치듯 문질러 주셨다. 아픈 배는 신기하게 편해졌고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엄마 손이 비단처럼 부드러워서 잠든 것은 아니다. 핸드크림 하나 흔하지 않던 당시 어머니들의 고단한 삶만큼이나 손은 거칠었고, 촉감은 까칠했다.

엄마 손은 왜 약손일까?
부끄럽게도 나는 40 중반을 넘어서는 요즘에야 아이를 양육하면서 조금씩 깨닫는다. 분유 먹이고 등을 토닥거릴 때나, 용변을 며칠 못 보는 아이 배를 쓰다듬으며, 나도 30~40년 전 부모님들처럼 기도한다. 소화도 잘되고, 아프지 않고, 주님 안에서 믿음으로 잘 자라주기를... 물론 병원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약손만 믿는다면 한참 잘못된 일이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무한의 능력을 발휘한다.

몸에 부착된 스마트 기기를 통해 심박수, 혈압, 걸음수, 운동시간까지 실시간으로 체킹되는 현대사회에‘엄마 손은 약손’이야기가 옛날 옛적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첨단 의학이 발달한 요즘,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가 의료계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화두가 되는 것도 역설적이다. 힐링 프로그램, 힐링 전도사, 힐링 강연, 힐링 서적이 넘쳐난다. 그만큼 치료받고 건강한 사람이 많아져야 하건만,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아픈 사람이 많아진다.

대한민국이 아프다. 권력의 문고리를 놓지 않는 욕심, 수십·수백억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돈을 향한 탐심,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명문대 졸업장을 받으려는 명예욕의 중병이다. 이념 대립은 상대방을 할퀴고, 모든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 마음도 아프다.

예수님은 중앙의 십자가에서 당신을 변호하는 우편 강도, 조롱하는 좌편 강도, 소리치는 군중들까지 생명의 품에 품어 주셨다. 그 측량 못할 예수님 사랑만이 대한민국을 품고 치료할 수 있다. 예수님 치료의 손이 대통령도, 정치인들도, 촛불을 든 국민들도, 피켓을 든 시민들도, 갓 쓰고 흰 수염 날리며 호통치는 어르신들도 품어주기를 기도한다. 예수님의 손이 십자가 못 자국으로 거칠지만, 전 인류를 품어주는 뜨거운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 옛날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있는 내 아픈 배를 쓰다듬던 엄마의 거친 손이 사랑으로 가득했듯이...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ApOVVhXfI87eBL2uShSwG.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6

#110. 그래서 우리는 괜찮습니다 _ 정유진 file

요즘 나는 나를 배웁니다.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좋았던 것이 갑자기 싫어질 때, 어떤 감정을 처음 느꼈을 때 새로운 나를 경험합니다. 물론 오랜 시간 반복되는 생활습관과 행동, 생각의 패턴들도 내가 누군지 설명합니다. 나 자신...

 
2017-04-25 429
105

#109. 네 아이의 엄마 _ 이승옥 file

저는 네 아이의 엄마입니다. 이 한 문장만 읽고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어머머, 힘들겠다.’ ‘어떻게 키운데?’ ‘지금은 힘들어도 크고 나면 좋아.’ 그리고 위에 딸이 셋이고 막내가 아들이다 보니, 또 이렇게...

 
2017-04-25 672
104

#108.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_ 하찬영 file

‘봄 가을 없이 밤바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이 떠오르는 지금, 저 역시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감 기한을 훌쩍 넘긴 지금 급하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

 
2017-04-11 502
103

#107. 거지같은 인생 _ 김진영 file

“한국의 중산층 기준”에 대해서 듣고 충격받은 적이 있다. 한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중산층의 기준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기준이 “①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②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③ 자동차는 2,000cc급 이상 중형...

 
2017-04-06 656
102

#106.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고찰 _ 강명선 file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한지 만 10년이 되었다. 이 본격적인이란 말은 교회에 나와서 성경을 공부하고 교회의 기관에 등록하여 봉사하면서 정기적인 주일성수와 십일조를 드린 신앙생활의 기간이며...

 
2017-03-30 417
101

#105. 고3과 학부모를 위한 조언 _ 이원재 file

3월은 피곤한 달이다. 해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얼굴들을 보며 새로운 이름을 외워가며 그 아이들의 많은 것을 파악하려고 애쓰느라 시간에 쫓긴다. 보름이 지나도록 이름이 낯선 아이들, 그 티라도 내면 마음에 상처 입을까봐 수시로 사진을 ...

 
2017-03-30 398
100

#104. 하나님의 계획을 기대하는 사람 _ 박남선 file

얼어붙었던 하늘과 땅이 어느새 온기를 만나 봄의 길과 마주한 계절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삶도 항상 따뜻한 날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혹한의 겨울을, 서늘한 가을을 또 뜨거운 여름과 온화한 봄을 느끼곤 합니다. 통상 우리...

 
2017-03-15 525
99

#103. 사순절 그리고 갱신 _ 이장식 file

날씨가 풀리고 입고 있던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지니 그제야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따사로운 햇빛을 받아 엄동설한 얼어붙었던 대지는 녹고 마음도 녹아내리는 것 같이 열린 마음을 갖게 됩니다. 모든 만물이 눈을 뜨고 기...

 
2017-03-08 457
98

#102. 거절 못하는 병 때문에 _ 정유진 file

아뿔싸, 또 코가 꿰었다! 평강 에세이 집필진을 해달란다. 안된다고 했어야 되는데. 글 쓰는 실력 없다고 거절했어야 되는데. 차마 말을 못하고 그냥 수락해버렸다. 매번 원고 마감일에 임박해서 안 되는 글 쓰느라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속으로 끙끙 앓다가 ...

 
2017-03-03 668
97

#101. 시작이라는 선물 _ 서재원 file

어느덧 2017년 1월이 모두 지나고 2월의 중간에 도착했습니다. 2017년, 어떤 시작을 하셨나요?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어느덧 20대가 되어 처음 보낸 지난 2016년, 그 모든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합니다. 돌아보니 2016...

 
2017-03-03 385
96

#100. 십자가 사랑에 관한 고찰 _ 김영호 file

2017년, 신년감사예배를 드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 다가왔습니다. 2017년 올 한 해를 표현해본다면 신앙 지표인 ‘십자가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승현 목사님께서 십자가 사랑에 대해서 처음으로 말씀하실 때 십자가...

 
2017-02-16 647
95

#99.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_ 박승현 file

‘많아지면 달라진다’의 저자 클레이 셔키(Clay Shirky)의 말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 세계 20억 명의 여가 시간을 합치면 약 1조 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시간의 대부분을 TV를 시청하는데 낭비하였지만, 인터넷과 S...

 
2017-02-16 341
94

#98. 소통하는 삶 _ 김신웅 file

2017년, 한 해를 새롭게 맞이했다. 회사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익명 게시판을 오픈했다. 한두 사람 용기 내서 말을 꺼내 놓더니, 이제는 제법 탄력이 붙어 거침이 없다. 내용을 읽어보니, 올해는...

 
2017-02-02 531
93

#97. 청년이 되는 습관을 기르자 _ 송인호 file

'뇌를 늙게 만드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신앙을 더욱 청년처럼 만드는 방법을 간략하게 나눠보고자 한다. 1. 밤 9시 이후 식사하는 습관 – 잠잠히 기도하며 내일을 준비하자. 2. 험담하는 것 - 욕설이나 ...

 
2017-01-25 421
92

#96. 유난스런 고민 끝내고 오로지 전진만 _ 정유진 file

처음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항상 두려움 반 설렘 반입니다. ‘처음’이라는 그 공간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압축된 곳이 또 있을까싶습니다. 시작할 때의 포부와 앞날을 기대하는 마음, 잘 해보겠다는 다짐과 단단한 의지가 담긴 초심만으로 훗날 ...

 
2017-01-21 528
91

#94. 그래도, 희망! _ 홍미례 file

2016년이 떠납니다. 2016년은 이제 돌아오지 않습니다. 더불어 2016년 모든 시간은 2017년의 뒤로 숨습니다. 그렇다 해도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필연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는 오늘의 자화상...

 
2017-01-08 370
90

#93. 마감하는 인생 _ 강명선 file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방법’이라고 근사하게 2016년의 마지막 평강 에세이를 이만 총총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지금 나는 또 마감에 몰려있다. 매번 밀리는 싸움이다. 때론 넉넉히 이기고 싶은데 늘 내가 수세에 몰...

 
2016-12-26 463
89

#91. 너무 어려웠던 범사의 감사 _ 김진영 file

 감사는 사전적으로는 ‘①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②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신앙생활에서는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 봉사, 찬양 등 다양한 행위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런데 평강제일교회는 다른 어떤 교...

 
2016-12-15 544
»

#89. 엄마 손은 약손 _ 지근욱 file

내가 어릴 적이라고 해봐야 1970년대, 그리 옛날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약이 증상별, 종류별, 메이커별로 다양하지도 흔하지도 않았다. 요즘처럼 밤에 아이가 아프면 자가용에 태워 가까운 응급실에 가던 시절도 아니다. 열이 오...

 
2016-11-27 449
87

#88. 잊지 말고 기록하자 _ 이장식 file

기억합니다. 그러나 잊고 살고 있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과 결심들,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 친구와의 우정, 하나님의 은혜 쉽게 잊고 살고 있습니다. 2010년 초겨울이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고 미국 생활 2...

 
2016-11-27 445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