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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야기_입에 착착 감기는 달콤한 밤 (2008년 10월호)

2010.08.21 15:06

입에 착착 감기는 달콤한 밤

머릿속은 높은 하늘마냥 맑아지고 마음은 햇곡식 넘실대는 들판 따라 풍성해지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먹 거리가 시원치 않던 예전에는 저녁상을 물리고 출출해질 무렵이면 밤이며 고구마, 감자, 옥수수 따위를 삶아 먹곤 했다. 그중에서도 9~10 월 열매를 거두는 밤은 가을에 가장 즐겨 먹는 영양 만점의 간식메뉴였는데… 이제 막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나온 윤기 나는 햇밤을 맛볼 수 있는 시기는 가을 한철뿐이기 때문이다.

한 송이에 씨알이 세 톨이 들어있어 3명의 정승을 상징한다는 밤은 당질, 단백질, 지방, 비타민 그리고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균형 있게 들어있는 완벽한 식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밤에는 칼륨도 풍부해 피로회복이나 고혈압에도 도움이 되고, 어린 아이들의 부스럼에는 생밤을 씹어서 붙여주면 효과가 있다고 하며, 근육과 뼈가 상했을 때도 회복을 빠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밤이 동서고금 가릴 것 없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리 재고 저리 따져볼 것 없이 씹는 순간 입안을 가득 채우는 깊고 진한 풍미 덕이다. 김치 없이 먹다간 영락없이 목이 메고 마는 고구마처럼 지나치게 묵직하지도, 먹으면서도 무언가 다른 먹 거리를 찾게 만드는 감자처럼 너무 심심하지도 않은 밤은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아 한 개 두 개 까먹다 보면 어느 새 빈 껍질이 수북이 쌓이기 일쑤다.

우리는 입에 착착 감기는 달콤한 밤을 미각을 즐겁게 해주는 별식으로만 생각하지만, 곡식을 짓기 어려운 산비탈에서 자라는 데다 저장하기 쉬운 밤은 예로부터 요긴한 구황식품이었다. 무엇보다 열량이 높고 단일식품으로는 드물게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어 춥고 배고프던 시절에는 더욱 귀하고 고마운 음식 이었다.

하나라도 부족하면 몸의 균형이 깨져 건강을 악화시키는 다섯 가지 영양소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으니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밤은 달콤한 데다 몸에도 좋은 영양제인 셈이다. 또한 노인이나 아기도 편하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흡수가 빨라 환자식이나 이유식으로도 적합하다. 고른 영양섭취가 절실한 성장기 어린이나 환자가 아니라도 출출할 때, 밥 챙겨먹을 새 없이 바쁜 아침, 제대로 된 한 끼 식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저녁에 밤만큼 든든하고 실한 먹 거리는 없을 것이다.

밤의 단맛에는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성분이 들어 있어 꾸준히 먹으면 소화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밖에 피부미용에 좋은 비타민 B, 숙취해소와 피로회복에 좋은 비타민 C 등 알면 알수록 신통한 밤의 효능들을 헤아리다 보면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오히려 덤으로 여겨진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잠 못 이루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상쾌한 바람이 솔솔 식욕을 북돋우는 가을이다. 구수한 향과 맛에 풍성한 영양소까지 가을을 꼭 닮은 햇밤을 먹으며 긴긴 가을밤에 이야기꽃을 피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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