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과 팸플릿에서 시작된 만남 – 한 은퇴 목회자의 편지
한 권의 책과 팸플릿에서 시작된 만남
한 은퇴 목회자의 편지
신학교 교수이자 은퇴한 성결교단 목회자 부부가 지난 6개월간 평강제일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려왔다. 주인공은 구금섭 목사. 부천 큰나무교회에서 32년간의 목회를 끝으로 2025년 53년 목회 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올봄부터 평강제일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인터뷰를 요청하니 구 목사는 ‘평강제일교회와 구속사적 말씀을 접한 목회자의 신앙 보고서’라는 글을 보내왔다. 이를 요약 정리했다.
평강제일교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교계의 평가나 논쟁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한 권의 책과 한 사람의 문서 선교에 대한 열정이 그 시작이었고 이를 통해 박윤식 목사님의 저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시무하던 교회 앞에 놓여 있던 책 한 권(참평안지)과 문서 선교 안내 팸플릿(구속사 시리즈 소개 브로셔)을 무심코 집어 들었는데 책의 제목과 목차를 살펴보다가 제 눈길이 멈추었습니다. ‘구속사’라는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성경과 신학을 연구해 왔으며, 박사학위 논문 역시 구속사적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그렇기에 책 제목과 목차에서 ‘구속사’라는 단어를 발견했을 때,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어떤 목회자가 이러한 성경 연구와 저술을 남겼을까?’ 하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책장을 펼쳐 제목과 목차를 살피고 내려가다 한 글자 한 글자, 한 문장 한 문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읽다가 다시 돌아가고, 또 읽게 되었습니다. ‘어느 신학자, 목회자가 이러한 책을 남겼는가?’ 하는 놀라움이 생겨났습니다.
이후 한 권사님께서 책을 보내 주실 때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읽었습니다. 권사님께서는 “택배비는 부담하셔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귀한 신앙적 자극이었습니다. <구속사 시리즈>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과 도전을 받았습니다. 특히 성경의 사건과 인물들을 단편적인 이야기로만 보지 않고, 하나님의 구속이라는 큰 역사 속에서 연결하여 이해하려는 관점이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성경에 관한 강렬한 기억
평강제일교회에 대한 관심을 설명하려면 오래전 대성교회에서 경험했던 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방동에 잠시 머물던 시절, 저는 대성교회의 수요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박윤식 목사님께서 지리산 깊은 산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눈물로 기도하셨던 기간에 대한 간증적 설교와 영상을 접했습니다. 특히 3년 6개월 동안의 기도 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당시 전도사였던 제게 큰 충격과 도전을 주었습니다만 그날 제가 가장 부끄럽게 느꼈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제 성경책이 너무 깨끗했다는 사실입니다. 성도들의 성경책에는 빨간색과 검은색으로 줄이 그어져 있었고, 중요한 말씀마다 표시가 가득했는데, 어떤 성경책은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 때문에 전체가 까맣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반면 제 성경책에는 흔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목사님께서 성경 본문을 찾아 말씀하실 때 성도들이 성경을 펼쳐 따라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귀로 말씀을 듣고, 눈으로 성경을 보고, 손으로 기록하면서 말씀을 따라가는 모습이 제게는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한두 번의 안내만으로도 성경 본문을 정확하게 찾아가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날의 경험을 오랫동안 잊지 못했습니다. 이후 목회 현장에서도 성도들에게 그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려주었습니다. 성경을 가지고 교회에 오는 것과 실제로 성경을 읽고 연구하며 말씀의 흔적을 남기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성경책이 깨끗하다고 해서 신앙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내가 말씀을 얼마나 가까이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계기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날의 경험은 저 자신이 성경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은퇴의 시간
저는 목회자로 53년, 그 가운데 교수로 30여 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교수로서도, 목회자로서도 은퇴의 시간을 맞았습니다. 은퇴 직후 대상포진이 발병해 5개월여 병원 생활을 했고 그 후유증으로 2주마다 통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 시간은 육체적인 고난에 더해 목회자로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무엇을 붙들고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후임 목사님께 원로목사이지만 목회에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교회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후 매주 여러 교회를 찾아다니며 예배를 드렸습니다. 특정 교회를 비판하거나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은퇴한 목회자로서 남은 생애 동안 어디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더 깊이 듣고 영적으로 새 힘을 얻을 수 있을지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제 마음속에는 한 가지 안타까움이 커졌습니다. 어떤 교회에서는 복음의 중심성이 약하게 느껴졌고, 어떤 강단에서는 성경 본문보다 다른 이야기들이 더 크게 들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교회마다 사정과 상황이 다르고, 한두 번의 예배만으로 그 교회를 전체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목회와 신학 교육에 몸담았던 제게는 무거운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왜 오늘날 한국 교회가 영적으로 침체하고 있는가?’
그 원인을 생각하면서 결국 교회의 본질은 하나님의 말씀과 복음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영적 갈급함 속에서 평강제일교회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권사님께 연락드려 “평강제일교회에 한번 가보아야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평강제일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고, 예배와 교회 공동체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출석하면서 특별히 제 마음을 움직인 것은 교회의 청결함과 성도들의 작은 섬김이었습니다. 예배당이 깨끗하게 관리되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교회 주변을 지나가다가 나뭇잎 하나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허리를 굽혀 주워 호주머니에 넣어 가는 모습들이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신앙은 말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배를 잘 드리고 성경을 많이 알며 신학적 지식이 풍성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말씀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는 것, 이것이 성화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학을 가르치고 목회하면서 절실하게 깨달은 것은 구원의 교리를 아무리 잘 알고 있더라도 그것이 삶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성경이 말하는 신앙의 본질을 충분히 살아내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성경을 여러 번 통독하거나 신학적 지식을 많이 쌓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의 청결함과 성도들의 작은 섬김은 단순한 환경 관리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감동적인 찬양대의 찬양과 따뜻하게 맞아 주시는 안내위원들의 섬김, 질서 있는 예배 집례가 기억에 남습니다. 한 권사님의 헌신적인 문서 선교와 여러 권사님과 그 가정의 섬김에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헌신적으로 말씀을 전하는 전도사님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식사 때마다 정성스럽게 섬겨 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성전 입구에서 안내로 섬기시는 장로님과 새신자부를 담당하시는 장로님을 비롯해, 이름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여러 장로님과 권사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구속사적 성경 연구와 설교가 더욱 풍성해지길
물론 제가 평강제일교회에 출석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구속사적 성경 이해와 설교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박윤식 목사님의 저서를 읽으며 성경 전체를 하나님의 구속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려는 성경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도 박사학위 논문에서 구속사적 주제를 다루었기에 더욱 관심이 컸습니다. 평강제일교회가 한국교회 안에서 걸어온 역사에는 여러 평가와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은 교계의 평가나 논쟁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통한 만남과 예배를 통한 경험, 그리고 성도들의 삶을 바라보며 느낀 감동이었습니다. 저는 교회를 바라볼 때 과거의 평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어느 교회든 지나온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정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교회가 끊임없이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 앞에 바로 서 있는가?’, ‘복음이 강단의 중심에 있는가?’, ‘성도들의 삶 속에 말씀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가?’, ‘구원의 은혜가 성화의 열매로 나타나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저 자신부터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강제일교회가 앞으로도 박윤식 목사님이 남긴 구속사적 성경 연구의 귀한 부분을 잘 계승하면서, 오늘의 시대와 성도들에게 필요한 복음과 말씀을 더욱 충실하게 선포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박윤식 목사님께서 강조하셨던 구속사적 성경 연구와 설교가 오늘의 강단에서도 더욱 풍성하게 이어졌으면 합니다. 성경의 언약사를 중심으로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하나님의 구속 경륜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강단에서 체계적으로 들을 수 있다면, 저처럼 구속사적 성경 연구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더욱 큰 유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금섭 목사를 만나 어떻게 <참평안> 인터뷰를 결심했고, 글을 쓰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그는 “박윤식 목사님을 사랑하는 사람도 많지만 오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 오해를 풀어 드리고, 제가 박윤식 목사님을 사랑하는 이유를 알리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강명선 기자
26년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