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말씀의 역사, 이집트에서 만나다 – 알렉산드리아에서 카이로까지, 광야를 지나 이어진 2026 이집트 구속사 세미나 참관기(2)
멈추지 않는 말씀의 역사, 이집트에서 만나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카이로까지, 광야를 지나 이어진
2026 이집트 구속사 세미나 참관기(2)
지난 9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와 카이로에서 「횃불 언약과 광야 40년 노정」을 주제로 2026년 성경 구속사 세미나가 열렸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세미나 중 하나였으나 말씀 한 번을 듣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사람들, 이슬람 사회 속에서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는 현지 성도들, 그리고 성경 속 출애굽의 여정이 펼쳐졌던 광야와 시내산을 직접 마주하면서 우리 역시 익숙하게 받아왔던 말씀과 신앙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이슬람 사회 한가운데서 만난 기독교인들
본격적인 세미나가 시작되기 전, 이집트에 도착하면서부터 우리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신앙 환경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집트 인구의 약 90%가 무슬림이고 기독교인은 약 10%다. 기독교인의 대부분은 오랜 역사를 지닌 콥트 정교회에 속해 있으며 개신교와 가톨릭은 소수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보다 이집트가 이슬람 사회라는 사실을 더 직접적으로 느끼게 한 것은 일상의 풍경이었다.
하루 다섯 차례 도시 곳곳의 모스크에서 이슬람의 기도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아잔’이 울려 퍼졌다. 이른 새벽에도 숙소 안까지 기도 소리가 들려왔고, 특히 이슬람의 예배일인 금요일에는 도시 전체의 생활 리듬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집트의 주말 역시 금요일과 토요일이다. 공공장소에서 기독교식으로 기도하는 것조차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동할 때마다 곳곳의 검문소를 지나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신분증에 종교가 표시되기 때문에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취업이나 사회생활에서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 도 들었다.
특히 카이로의 이른바 ‘쓰레기 마을’을 지나며 마주한 풍경은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이곳에는 가난한 이집트 기독교인, 콥트교도들이 많이 거주하며 쓰레기를 수거하고 분류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 건물 아래에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쓰레기를 태우며 생긴 재가 골목을 뒤덮고 있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가 얼마나 편안한 환경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예배와 찬양, 성경 공부가 누군가에게는 사회적 환경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지켜내야 하는 신앙의 자리인 것이다. 그런 이집트에서 말씀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말씀을 듣기 위해 길을 나선 사람들
첫 번째 세미나는 9월 7일부터 9일까지 이집트 북부 알렉산드리아에서 열렸다. 약 65명의 현지인이 참석했다. 세미나를 준비하는 일은 생각보다 분주했다. 현수막을 걸고, 참석자들이 먹을 간식을 준비하고, 강의에 필요한 물품을 하나씩 점검했다. 전력이 부족해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고, 숙소 역시 기본적인 물품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만큼 열악했다. 그러나 정작 그 환경을 뚫고 말씀을 들으러 온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참석자 가운데에는 참가비를 직접 부담하고 휴가를 내어 몇 시간씩 비포장도로를 달려온 이들도 있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부모들을 위해 교회 공동체가 보육 교사를 고용해 아이들을 함께 데려오기도 했다. 부모들이 세미나장에서 말씀을 듣는 동안 옆방에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성경 공부가 진행됐다.
처음에는 조용했던 세미나장의 분위기도 강의가 이어질수록 달라졌다. 참석자들은 교재 곳곳에 필기하고 화면에 나오는 내용을 촬영했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성경 구절을 직접 언급하며 질문을 이어갔다. 아랍어로 드리는 찬양의 곡조도, 기도의 언어도 우리에게는 낯설었다. 그러나 모두가 일어나 손을 들고 찬양할 때 그 가운데 들리는 ‘할렐루야’만큼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백이었다.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소리 내어 중보하는 기도의 모습에서도 그들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오히려 우리 자신에게 질문하게 됐다 – 나는 말씀을 이만큼 사모하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너무 쉽게 들을 수 있어 때로는 익숙해져 버린 말씀이 누군가에게는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먼 길을 달려서라도 반드시 듣고 싶은 말씀이었다.
광야로 향하다
알렉산드리아 세미나를 마친 뒤 맞은 첫 주말, 우리는 광야로 향했다. 이슬람 문화권인 이집트는 금요일과 토요일이 주말이기 때문에 세미나가 없는 11일과 12일을 이용해 출애굽의 여정을 따라 시내산으로 향했다. 카이로를 출발해 홍해를 지나 마라와 엘림, 르비딤을 거쳐 시내산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직접 마주한 광야는 성경을 읽으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칠었다. 풀도, 물도, 제대로 쉴 곳도 찾기 어려웠다. 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도 비슷한 돌산과 메마른 땅이 계속됐다.
그 광야 앞에 서니 이스라엘 백성이 왜 애굽을 그리워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눈앞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길만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계속 앞으로 걷게 하셨다. 길이 보이지 않는 광야에서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그들의 길을 인도하셨다는 사실이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해발 2,285m의 시내산을 오르는 일도 쉽지 않았다. 어두운 밤 산길을 지나 가파른 계단과 암석 구간을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쏟아지는 별빛 아래에서 교제를 나누고, 이른 새벽에는 함께 예배를 드렸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기도하면서 모세가 이 산을 오르내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받았던 시간을 떠올렸다.
누군가에게는 ‘꿈인 말씀’
주말의 광야 여정을 마친 뒤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카이로에서 두 번째 현지인 세미나가 진행됐다. 약 60명이 참석했으며, 수도에서 열린 만큼 여러 지역의 목회자와 교회 리더들이 함께했다. 카이로에서도 말씀을 향한 열기는 이어졌다. 어떤 참석자들은 문짝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낡은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세미나장을 찾았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구체적인 성경 구절을 언급하며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한 목회자의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는 구약과 신약을 연결하는 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신약을 가르치고 있지만 구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신약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구약을 통해 신약을 확실하게 믿게 하는 것이 내 꿈”이라고 말했다. 구속사 말씀이 성경 전체를 거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청사진과 같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한편이 뜨끔해졌다.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때로 ‘그냥 구속사 말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꿈의 말씀’이었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작게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말씀 앞에서의 긴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배우는 사람에서, 다시 전하는 사람으로
이번 세미나에서 확인한 또 하나의 변화는 말씀을 ‘듣는 단계’를 넘어 ‘전수하는 단계’로 나아가려는 현지의 움직임이었다. 알렉산드리아와 카이로에서는 각 지역의 목회자와 리더들이 모여 앞으로의 사역 방향을 논의했다. 남부 지역으로 세미나를 확대하는 방안, 지역별 핵심 리더를 세우는 방안, 신학교와 연계하는 방안, 온라인 교육과 제자 양육, 청소년·청년 교육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그 가운데 반복해서 등장한 핵심은 하나였다 –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시 전수해야 한다.’
지난해 카이로에서의 첫 세미나 이후 현지 교회들의 요청이 이어지면서 올해는 알렉산드리아와 카이로 두 도시로 확대됐고, 내년에는 남부 지역까지 세 도시로 넓혀가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 사람이 말씀을 배우고, 그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그곳에서 또 다른 말씀의 일꾼이 세워지는 과정이 시작되고 있었다. 말씀이 전해진다는 것은 결국 사람이 세워지는 일이었다.
“나의 백성 애굽”
9월 17일부터 19일까지는 카이로에서 현지 한인 사역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가 이어졌다. 강의 후에는 이집트에서 오랫동안 사역해 온 이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다. 수많은 대화 속에서 여러 차례 등장한 말씀이 이사야 19장이었다. 이집트에서 사역하는 많은 이들이 붙들고 있다는 이 말씀에는 애굽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만 기록되어 있지 않다. 하나님께서는 애굽을 치시지만 다시 고치시며, 마지막에는 애굽을 가리켜 “나의 백성 애굽”이라고 부르신다.
처음 이집트에 도착했을 때부터 새벽마다 들었던 이슬람의 기도 소리, 거리 곳곳의 모스크, 금요일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 그리고 그 안에서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보아왔기에 이 말씀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현재의 모습만 바라보면 그 약속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바로 그 땅에서 말씀을 듣기 위해 몇 시간을 달려오는 사람들이 있었고, 말씀을 배우기 위해 휴가를 내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자신이 배운 말씀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고 싶다고 말하는 목회자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의 백성 애굽”이라는 말씀은 더 이상 오래전 기록된 한 구절로만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세미나 기간 동안 그 약속이 이 땅 가운데 이루어지기를 함께 기도했다.
멈추지 않는 말씀의 역사
이번 이집트 선교를 떠나기 전 세 사람이 품었던 마음은 서로 달랐다. 누군가는 이집트에 가는 것 자체를 망설였고, 누군가는 선교의 현장에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기대를 품었으며, 누군가는 이미 여러 번 들어온 세미나라는 익숙함 속에서 큰 기대 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돌아올 때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비슷했다. 나는 받은 말씀을 어떻게 살아내고, 어떻게 다시 전할 것인가.
구속사의 말씀을 전하는 길은 결코 편하지 않았다. 세미나 한 번을 위해 장소를 마련하고, 강의 자료를 준비하고, 간식을 나누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데에도 수많은 손길이 필요했다. 그 말씀을 듣는 사람들 역시 휴가를 내고, 참가비를 부담하고, 몇 시간씩 길을 달려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왔다. 정전되는 세미나장에도, 먼 비포장도로 끝에서도 말씀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해 한 도시에서 시작된 세미나는 올해 두 도시가 되었고, 이제 또 다른 지역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말씀을 배운 현지 목회자들은 자신이 받은 말씀을 다시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 모습을 보며 ‘구속사 말씀의 정지 없는 역사’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세계 열방이 말씀을 향해 몰려올 것을 믿는다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만이 아니라 먼저 그들에게 가야 한다. 누군가는 말씀을 전하고, 누군가는 그 길을 준비하며, 누군가는 기도로 그 현장을 함께 지켜야 한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보이지 않는 엘림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듯이, 우리에게도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내디뎌야 할 한 걸음이 있을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카이로까지, 그리고 광야와 시내산을 지나며 우리가 목격한 것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었다. 말씀을 듣기 위해 찾아오는 한 사람, 그 말씀을 다시 전하고 싶어 하는 한 사람, 그리고 그 한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는 말씀이었다. 그렇게 말씀의 역사는 오늘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세계는 우리의 교구다.” 받은 말씀을 품고 다시 열방으로 나아가는 다음 세대가 되기를, 그리고 이집트 땅이 하나님의 약속대로 “나의 백성 애굽”이라 불리는 그날을 소망하며 이 여정을 마친다.
알렉산드리아, 카이로(이집트) 조명혜(그루터기), 김효민·박창호(헵시바)
26년도 10월호